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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믿고 동지를 믿고 끝까지 투쟁하자”
    [연말연시기획2] 농성장을 찾아서 - KTX승무지부 용산 농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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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호 중에 ‘나를 믿고 동지를 믿고 끝까지 투쟁하자’란 말이 있다. 동지에 대한 믿음과 동지를 버릴 수 없기에,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긴 싸움이지만 함께 하는 게 옳은 일이기에 이 파업은 희망이 있는 것이다. (중략)
    파업은 나에게 힘든 상황을 주었지만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에 감사하다. 투쟁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오늘도 웃으며 투쟁을 해나갈 것이다.
    -KTX여승무원 문집, ‘그대들을 희망의 이름으로 기억하리라’ 가운데

    2006년을 며칠 남기지 않은 세밑 KTX승무원들이 6개월 넘게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용산역 근처의 철도노조 서울지역본부를 찾았습니다. 한 겨울이라고는 하나 날씨는 초봄처럼 포근했습니다. 그나마 춥지 않아 장기간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연료비가 걱정인 사람들에겐 한편으로 좀 다행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컨테이너 박스가 보입니다. KTX승무지부 간부들이 회의와 투쟁 방향, 전략을 논의하는 상황실로 쓰이는 곳입니다. 이곳엔 지부장을 비롯해 서울, 부산지부장, 상황실장 등이 매일 머무르고 있습니다. 찾아간 그날엔 손지혜 상황실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손실장은 300일 가까이 투쟁하고 있는데도 별로 지친 기색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해”

    KTX승무원들의 투쟁이 작년 말에 300일을 넘었습니다. 그래서 손실장에게 파업 300일을 맞은 소감을 물었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처음에는 한 두달 하겠지 하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길어지다 보니 이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게 생기고 싸웠던 처음의 마음이 길어질수록 저는 오히려 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손실장은 투쟁이 길어질수록 더 포기할 수 없는 의지가 생긴다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300일에는 100일, 200일의 문화제처럼 하지 않고 조용히 내부를 다지는 계기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매주 열리는)촛불문화제 하고 내부를 다지는 의미에서 우리끼리 얘기하고 이제까지 오면서 힘들었던 일도 많았을 텐데 속 깊은 얘기를 하지 못했어요. 외부 일정이나 어디 싸우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화하는 사업장이 많아졌습니다. 충북 청주의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년이 넘게 싸우고 있고 기륭전자 노동자들도 500일이 넘었고 경북 구미의 코오롱 노동자들의 싸움도 2년을 훨씬 넘기고 있고 이 밖에도 오랜 투쟁을 하고 있는 사업장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KTX투쟁은 이제 막 장기투쟁 사업장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럼에도 처음에 KTX승무원들이 파업한다고 할 때 이렇게 오래 싸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이제 여성 비정규직 문제의 대표 투쟁 사업장이 되었습니다.

    “다른 데서 철도 파업은 3일이나 4일 정도 했으니까 여승무원 파업이 철도와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1년, 2년 장기파업 생각은 못했어요. 기륭이나 코오롱 같은 곳은 있지만. 사실 저희가 학교 다닐 때 노동운동이나 누구 하나 알았던 사람이 없어서 접해 본 사람이 없어서 우리가 싸워오면서 배운 거지 이렇게 길게 갈 거라는 걸 아무도 인식 못해서 그런 건지, 사실 꿈에도 생각 못했단 것이 맞는 거지요.”

    KTX승무원의 투쟁은 작년 300일을 넘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습니다. 손실장은 “우리 맘 같아서는 내일이면 해결 될 것 같아요. 우리는 그랬어요”라고 말합니다. 바로 내일이면 해결 될 것 같은 희망과 기대, 당연히 불법 파견이고 불법이니 당연히 복직될 거라는 당연한 상식이 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다 잡으려”

    그러나 KTX승무원들이 생각하는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 그들은 매우 힘들었다고 말 합니다. “큰 고비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연행될 때도 그랬고 그런 걸 경험해보지 못한 큰일 경험하면서 우리한텐 이런 게 큰일이라서 이런 게 지나면 해결되겠지, 불법파견이라든지 싸우는 과정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는데 합법도급 판결 나올 때, 국감 기간이라든지 중간에 많았어요. 우리 스스로 그런 일이 올 때 마다 공식적으로 얘기는 안했어도 스스로 이쯤이면 해결될까 하다하다 아니고 너무 길어졌지요.”

    이렇게 투쟁이 길어지고 또 때는 연말연시입니다. 어수선할 수 있는. “연말이고 외부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조합원들도 왜 그런 게 없겠어요. 할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을 때인데 파업이 길어지다 보니까 스스로들 다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길어진 것에 대한 생각이 서는 것 같아요.” 손실장은 승무원들의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다 잡는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는 투쟁에 대해서.

    그래도 사람의 일이라 힘들고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특히 상식이 무너졌다고 생각했을 때.
    손실장은 작년 9월 추석을 며칠 앞두고 발표한 서울지방노동청의 불법파견 조사 발표 때 많이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지부장님이 농담으로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하고 상황실에서 불파 조사 많이 했어요. 공사 쪽은 가져올 증거가 없어서 현장에서 아무 말 못하고 그랬어요. 노동부 관계자들도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조사관도 보지 않아도 뻔한 결과가 나오겠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는데, 어느 순간 바뀌고 아닌 게 확인되고 결국은 그런 판단이 나오더군요. 영상으로 봤는데 지부장님 말처럼 실망을 많이 했고 이때까지 해온 싸움 중에서도 그때가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흔들림이 많은 시기였을 거예요.”

    이렇게 당연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자 승무원들은 많이 실망하고 좌절했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가 당연한 상식이나 약자의 권리가 존중되지 못하고 결국 권력을 가진 자들을 위한 사회란 걸 느꼈다고 합니다. 더구나 발표도 늦어지고 추석을 바로 코앞에 둔 서울노동청의 발표는 많은 승무원들을 흔들리게 했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 몇 명의 동료 승무원들이 농성장을 떠났습니다.

    같이 일하고 싸워온 친구, 동료들이 떠나는 일은 떠나는 사람에게도 남아 싸우고 있는 사람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손실장은 친한 친구가 농성을 접고 복귀하거나 떠난 일이 매우 슬픈 일이라고 기억합니다. “조합원들이 같이 힘들게 싸우다가 관광레저도 가도 그랬는데 같이 싸웠던 친구들이 적이 돼버린 순간이 있었어요. 그때가 가장 슬펐어요. 이런 사이가 아닌데 다른 제복을 입고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러나 떠나는 이들도 마음이 힘든 가 봅니다. 떠나는 이들은 ‘말을 하면 못 나갈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관광레저에 복귀했던 한 동료는 일을 그만 뒀다고 합니다. 손실장에게 편지를 보내왔는데 “‘이 직장 너희들이 왜 가지 말라고 했는지 알겠다’고 편지가 왔어요. ‘직장 생활 몇 달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손실장은 이렇게 떠난 친구들 원망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맞는 얘기로 시작했으니 끝까지 싸워서 결론을 잘 내면 그런 원망이 그땐 해소가 되지 않겠냐? 그래서 더 못 그만 두는 것 같다. 그런 원망 안 들으려고”

    KTX승무원들은 오랜 투쟁에서 정리해고 되고 공사에 의해 손배소를 당하면서 많은 걸 잃었습니다. 그러나 더 큰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밖에서 우리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았을 때 감동 받았어요. 교수님들도 그렇고 2000인 선언하면서 느꼈는데 연말이고 춥고 별로 안 올 줄 알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고 우리 내용에 관심을 가져 줘서 이기겠구나 하는 마음을 먹었어요. 1년을 견뎠는데 그 뒤로는 시일이 별로…. 지금 맘 같아서는 내일이라도 해결될 것 같은 마음이 있어 미리 준비 안합니다.”
    금방 내일이라도 해결 될 것 같은 희망, 그리고 외부의 지지와 연대, 무엇보다 동료들, 동지들이 있어 그들은 투쟁해 나갈 수 있단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 가고 싶다”

    컨테이너를 나와 승무원들이 생활공간과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 2층을 가봤습니다. 계단 난간에 여기저기 몇 장씩 걸려있는 빨래들과 밖으로 걸려 있는 현수막들이 농성장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보통 교실보다 약간 작은 크기에 바닥에 전기장판과 이불이 깔려있고 왼쪽 벽쪽으로 옷가지와 피켓들이 쌓여있었고 정면쪽엔 화장품과 책 등 생필품들이 놓여있고 그 위 벽면에 생일을 맞은 동료들에게 전하는 축하글을 적은 판이 걸려있었습니다. 생일을 축하하는 동료들의 글이 농성장을 훨씬 훈훈하게 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했던 농성장 이미지와 다르게 밝고 환했습니다.

    제가 들어갔을 땐 5명 정도의 승무원들이 모여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편지도 쓰고 십자수도 놓고 서로 얘기들을 하며 평온한 저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일정이 있어 밖에 있는 승무원들이 많다고 전합니다.
    농성장 내부, '내일이라고 끝날 것 같아 정리를 잘 안한게 된다'고 전한다.

    이날 철도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후원 요청 설명과 투쟁 경과에 대해 발언하고 온, 부산지부 소속 승무원을 만났습니다.
    “십자수는 그냥 쉴 때, 책이 잘 안 들어와서 놀기도 그렇고 멍하니 있기도 그렇고 하나하나 하고 있어요. 재미있어요.”
    오랜 투쟁이 이제 생활이 된 듯 투쟁 중의 여가 시간을 나름의 계획대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책을 보고 편지를 쓰고 공부를 하고 십자수를 하고 동료들과 토론을 합니다.

    누구에게 선물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이쁜 사람에게 주려고요. 원래 남자 친구 주려고 했는데 연말이다 보니 고마운 분들한테 드릴 생각이예요. 철도노조 내에서 정규직 조합원이나 이철의 대표님도 고맙고 가장 고마운 건 부모님, 어머니한테.”

    얘기는 자연스레 부모님과 고마운 분들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습니다.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셔서. 딸이라고 하나 있는데 밖에 나와 있고 신문이나 지면으로밖에 들을 수 없고, 자주 가서 말씀 드리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자 주 못 드리고, 말씀하시다가도 내 딸이 왜 고생해야 하나 집으로 날라 오는 고소고발장 보시면 속상해 하시고 그래서 어머니도 요즘엔 힘들다고. 내 딸이 잘 키웠는데 빠지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데.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이쁘다고. 그런데 그렇게 해야 하나 그러면서도 이해하시고 기다려 주시는 거 보면 많이 고맙지요.”

    “싸움 이해해 주시는 부모님께 감사”

    KTX승무원 투쟁에서도 부모님들이 많이 힘을 주시고 계십니다. 특히 KTX승무원들은 비교적 연령이 낮고 과거 투쟁 경험들이 없어서 집안의 반대와 걱정을 많이 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엔 많은 반대를 하다가 장기간 투쟁을 하는 자식을 이제 많이 이해해 주시고 힘이 되어 주신다고 합니다. 부모님 얘기를 하는 이 승무원의 눈빛에 애틋함이 묻어납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반대는 안 하시고 앞에 나서지 말라고 하셨는데 근데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부모님 말 안 듣고 있기 한데. 어머니가 안 되겠다, 그냥 내려와서, 엄마가 아프다 거짓말 할 수도 있는데, 뜯어 말릴 수도 있는데, 계속 고집 피어도 봐주시고 하니까. 아버지는 속상하신데 말씀을 안 하세요. 내가 부모라도 그럴 것 같아요. 달 바뀌는 것도 아니고 해 바뀌는 거니까. 남들은 다 취직해서 돈 벌고 있는데 직장도 없고 해고자고 투쟁하고 있으니까. 저보다 더 참담하고 걱정 많이 해 주시죠.”

    이 승무원은 말없이 자식의 투쟁을 지지해 주시는 부모님이 감사한다고 전합니다. 그러면서 연말에 집에 가면 “푹 자고 싶”다고 말합니다. 오랜 농성 투쟁의 고단함이 묻어납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투쟁의 의지를 다집니다. “좀 더 놀고 싶고 그러고 싶죠. 끝나는 거 보려고 있는 거니까. 누가 이기고 지든 끝은 날 것 같아요. 그때까지 끝까지 할 생각입니다.”

    저는 다시 이 승무원에게 지금까지 투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습니다. “국회 점거 했을 때, 4월 19일쯤. 하룻밤 자고 연행되기 한 시간 전에 나왔는데, 지부장님 있는 곳에. 연행 될 수도 있다고 해서. 연행되면 그 체계가 필요하니까 나오라고 해서 나왔는데 조합원들 두고 나오고 되게 많이 울었다. 처음 겪는데다가 진짜 마음먹고 갔는데 저만 나온 것 같고. 남아 있는 친구들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친구들 유치장 갔다가 나올 때까지 정신 못 차리고 운 기억이 나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죠.”

    이제 이 승무원은 동료의 일을 내일처럼 여기는 듯 합니다. 부산지부장이 연행 됐다 풀려 났을 때 그때가 가장 기뻤다고 전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또 이 승무원은 투쟁 하면서 익숙해진 노래, ‘동지가’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투쟁, 영원한 투쟁 변치 않을 동지여, 그런 거 맞나? 동작하다 보니 힘도 있고 노랫말도 좋고, 노랫말이 내 상황과 비슷하고 제목처럼 동지가입니다.”

    학생 때도 전혀 학생운동 경험이나 노동 운동 공부도 해 본적이 없다는 이 승무원은 ‘동지’를 알아가고 희망의 싸움을 해 나갑니다. 이제는 “연행, 투쟁, 점거 이런 단어가 익숙해 진 것 같아요. 단체 생활도 익숙”해 졌다고 말합니다.

    같이 투쟁하는 동료들이 “지금은 가족 같아요. (사람들이)20자매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비밀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소중한 동료들과 더 흔들리지 않은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오랜 싸움에 지쳐 가는지, 아님 한국 사회에 지쳐 가는지 “어디든, 여기 말고 따뜻하고 먼 나라로 여행 가고 싶어요.”라고 말합니다.


    “관광레저로 가는 길은 내가 더러워서 땅에 버린 것을 다시 주섬주섬 주워 먹는 것이다!!-날개달린 물고기 中-” -농성장 벽 낙서에서

    박노자에 빠지다

    예전에 다른 일로 만났던 부산지부의 한 조합원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때도 인상 깊은 말을 많이 해 기억에 남았는데 ‘당연히’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투쟁 시간 외에는 무얼 하는지 물었습니다. “공부는 별로 안하고 주로 십자수 해요. 책을 보거나 요즘에 제일 감명 깊게 읽은 책인데(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꺼내 보여줍니다) 읽고 깨달은 게 많아요. 우리 한국 사회를 보는 시각이 어찌 보면 3자일 수 있는데, 우리의 문제를,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좋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을 아주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어요. 이렇게 비춰질 수 있구나, 한국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박노자의 어떤 점이 그런 것 같은지 이유를 다시 물어 봤습니다. “박정희를 한국에선 경제 성장의 주축으로 알고 있지만 (박노자는)박정희와 전두환을 살인자라고 취급해요. 공권력을 투입해서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건데, 거기에 대해서 한국 사회는 이상하게 관대하다. 반대로 일본 식민지 시대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되게 관대한 편이고. 그런 식으로 비판하고 있더라구요.”

    이어서 전 KTX승무원 파업 초기 박노자가 한겨레에 쓴 칼럼 얘기를 꺼냈습니다. ‘당연히’ 이 칼럼도 몇 번씩 읽었다고 답합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본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은 우리가 정규직을 요구하는 집단 이기주의로 호도하기 쉬운데 박노자는 불법파견에 대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여성 권리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봐서 냉철하고 정확하게 이해해서 고마웠어요.”

    박노자의 시각에 고마움을 느꼈다는 이 승무원에게 투쟁 300일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그 소감이 궁금했습니다. “처음부터 300일 한다고 했으면 못했을 거예요. 같이 있는 동지들도 그렇고. 300일에 대한 특별한 감회는 없어요. 그냥 하루가 가는 거니까. 그런데 1년 이란 시간이 다 되가는데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답답한 면은 있어요. 어떻게 보면 나한테 300일이란 시간이 낭비된 게 아닌가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당장 그만둬야지요. 그렇지 않으니까 긴 시간을 고생해왔던, 그만한 보람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니까 빨리 해결되도록 더 노력해야 겠지요.”

    최근에 통과된 정부의 비정규법안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예상은 했어요. 통과되면서 파견법도 우리한테 불리한 쪽으로 통과됐어요. 암담하죠.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우리 같은 경우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사람들은 2년이 되면 자연적으로 해고가 되고 정규직 시켜주겠다는 것은 법에서 하는 얘기이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고 법안 통과되기 무섭게 새마을호 여승무원들이 해고 됐어요.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해요. 법안 통과되면서 그 분들이 정규직이 돼야 하는데 그 부작용의 대표적인 예이죠. 새마을호 승무원은. 그래서 외주화 시키려고 허울 좋은 정규직화이죠. 자회사에 외주시키는 거니까. 앞으로 모든 비정규직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회사조차 못가는 분들은 해고가 될 거예요. 답답하죠, 막을 수는 없고….” 이 승무원 역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투쟁을 통해서 사회의 모순을 체화해 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KTX승무원들의 집회 장소 가운데에는 서울역 근방에 위치한 서울승무사무소가 있습니다. 지난 ‘2000인 선언’ 집회 당시에도 이 앞에서 정리 집회를 했는데 그 앞으로 정복을 입은 KTX승무원들이 보였습니다. 이 승무원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소감을 말합니다.

    “태연해 질 때도 됐는데 볼 때마다 울컥해요. 저 사람들이 내 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저 사람들로 인해 내가 하고 있는 이 고생이 더 길어진다는 생각도 들고 원망도 들고, 물론 신입은 크게 원망을 안해요. KTX승무원이란 거에 대해 모르고 환상을 가지고 들어왔을 테니까. 우리도 홍익회란 데를 모르고 처음에 들어왔듯이. 그런데 정말 원망이 되는 것은 같이 파업했고 같이 고생을 했던 분들이 그 옷을 입고 지나갈 때를 보면 울컥해요. 화도 나고 배신감도 느껴져요.”
    지난 연말에 진행된 '2000인 선언' 행사에서 한 조합원이 소망을 적은 풍선을 들고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며 이해하기도 합니다. “여기 파업에 있다가 힘들어서 그만 두고 관광레저로 간 사람들이 하는 말이 여기서 나갈 때는 관광레저에 가고 싶어 간 게 아니다. 이 파업이 힘들어서 다른 직장을 구하고자 나갔는데 직장을 구해보면 여성으로서 일자리가 없다. 여성으로서 구할 수 있는 직장은 레저든 어디든 승무원이란 직업이 인지도도 좋고 스스로 했던 일이니까 쉬운 거다. 그래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이해가 가지만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현실적으로 따지고 들면은 이해는 되지만 감정적으로는 아직은… 아직은….”

    투쟁 중인 승무원들은 투쟁이 길어지면서 관광레저에 복귀한 ‘옛 동료’들에 대해 아직 복잡한 감정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해도 되지만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강점들.

    똑같이 울고 웃고, 동지애가 생겼다

    이런 감정들은 현재, 여기서 함께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에 대한 애정으로 커집니다. “옆에 있던 동지들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알 수 있었을까 하는 부분, (일할 땐 잘 못 만나 몰랐는데) 이렇게 1년 가까이 동거동락하면서 저 사람 몰랐던 부분 알게 되고 똑같이 울고 기뻐하고 했기 때문에 동지애라는 게 생겼어요. 그런 부분이 세상 어디를 가도 얻을 수 없는 그런 공감대를 얻은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이 제일 좋고 또 세상에 너무 몰랐던 부분, 그런 부분을 알게 된 부분도 참 값진 것 같아요.”

    세상을 알 게 된 것도 좋지만 또 세상을 알 게 된 것,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꼈을 때 슬펐다고 말합니다. “세상에 대해 알 게 된 것도 힘들었어요. 세상의 부조리한 면이라든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순수하고 정의롭지 않다는 점이라든지. (불파 조사에 대해서) 사장의 입김으로 인해 이렇게 법적인 것도 움직일 수 있구나, 이런 걸 알았을 때 참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동지들 한명씩 떠나갈 때, 뜻을 같이 하고 같이 슬퍼하고 기뻐했던 사람들이 떠나갈 때….”

    "직접 고용은 기본적이고 당연한 요구"

    KTX승무원들은 ‘동지애’라는 걸 느껴가고 있었습니다. 떠나는 이들에게는 아쉽고 안타깝지만 또 그만큼 같이 남아서 옳다고 믿고 희망이 있는 싸움을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 희망을 보고 싸움의 힘을 얻습니다. “빨리 끝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어 (농성장)정리를 안하 게 되는 것 같다”는 이 승무원의 말이 KTX승무원들의 한결 같은 마음일 겁니다.

    연말에 있었던 ‘2000인 선언’에서 풍선에 소망을 적어 날려 보내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 풍선에 이 승무원은 이렇게 적었다고 말합니다.
    “승무업무는 도급을 줄 수 없는 업무입니다. 직접고용은 기본적이고 당연한 요구입니다.”
    2007년01월12일 18: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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