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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우리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가!"
    [연말연시기획1] 농성장을 찾아서 - 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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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성장을 찾아서’
    노동넷방송국이 준비한 연말연시 기획 꼭지의 이름입니다.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힘든 투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국회 앞에선 노동법 개악저지 농성 투쟁이 진행 중이고 또 최근에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철도공사의 외주화 방침에 맞서 천막농성에 들어갔습니다.
    2006년도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해가 바뀐다고 호들갑스러울 필요는 없지만 오랫동안 농성을 이어온 노동자들에게는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는 농성장을 찾아갑니다. 장기 투쟁 중인 노동자들에게 농성장은 투쟁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생활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곳을 찾아가 투쟁 중인 노동자들을 만나 투쟁 중에 못 다한 이야기, 감동이 담긴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몇 차례에 나눠 싣습니다. 첫 번째는 올해 유난히 잦았고 그만큼 절박했던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장기 투쟁 노동자들의 희망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편안한 연말과 좋은 새해 되시기 바랍니다. - 편집자 註



    올해만 벌써 15번째다. 44일 만에 농성을 마친 건설산업연맹 조합원들이 올림픽대교 주탑에 올라가 농성을 한 것이 올해 15번째 고공농성이었다. 구미 코오롱 해고노동자가 송전탑에 오른 두 번을 빼면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들 농성 투쟁이었다. 농성을 풀고 경찰에 연행되었다가 조사를 받고 나온 김호중 건설산업연맹 토목건축협의회 의장을 만났다.
    “그 위에서 타서 그런지 아직도 얼굴이 꺼칠합니다.”
    “그래도 많이 하얘졌는데요 뭘....”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버틴 만큼 얻은 게 있습니까?”
    “아니요. 아직도 우리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75미터면 도대체 얼마나 높을까? 한 번 올라가 봤다. 한 층에 2.5미터 정도 되니까 얼추 건물 30층 높이나 될까? 30층 높이에서 보면 길가에 다니는 차들이 손톱만큼 작아 보인다. 올해 유난히 고공 농성이 많았다. 갈수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설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설자리를 찾아서 밀리고 밀려 결국 찾은 자리가 하늘 위 고공 농성 자리였다. 올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설자리를 잃고 찾아 올라간 고공 농성장 높이를 모두 더하면 1,000미터를 훌쩍 넘겨 1,090미터쯤 된다.

    왜 하필 올림픽대교 주탑에 올라갔을까?

    “타워크레인도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올라가면 그 주변에서 일하는 노동자 20∼30명은 일을 못하니까 그게 부담이 되더라. 그래서 찾은 게 올림픽 대교였는데 올라가는 통로가 막힌 줄 알고 포기하려고 했다. 올림픽 대교 못 올라갔으면 하는 수 없이 타워크레인을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마지막 통로를 올라갔는데 그 쪽은 다행히 막혀 있지 않더라”.

    지난 여름 행주대교 주탑에 올라가 고공농성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포항건설노동자들. [사진=민중언론 참세상,이정원기자]

    올림픽 대교 주탑으로 통하는 통로는 3곳이 있다(지금은 못 올라가도록 해 놨겠지만). 하필 처음 골라서 올라간다고 올라간 게 막힌 쪽부터 올라갔다. 두 번을 올라갔다가 막힌 것을 확인하고 다시 세 번째 올라가려니까 정말 힘이 들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처음 올라갔을 때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9m² 공간에 가운데 철 구조물이 차지한 공간이 5m². 구조물 둘레로 2m 정도 통로 공간이 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잔뜩 긴장해서 그랬는지 첫날은 음식이 들어가지 않았다. 밥을 먹지 않으니 시간이 정말 안 갔다. 2∼3일 정도 지나서 적응이 되고는 모자랐던 잠을 많이 잤다. 농성하면서 편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비가 안 와서 고생했다. 얼굴은 먹으라고 올려 준 물을 아껴서 씻겠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몸은 씻을 수 없었다. 농성하는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그래서 피부병이 생겨 한동안 고생스러웠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한동안 적응 못해

    4월 20일. 성남 중원구 공단에 있는 샤니 공장 굴뚝에 올라간 조성만 화물연대 충청강원지부 음성지회 지회장은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처음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35미터 높이지만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100미터나 10미터나 매 한가지다.

    하루 전날 4월 19일 화물연대 제천 조합원들과 전북 조합원들이 각기 아시아 시멘트 저장고(80미터)와 두산 테크팩 유리 공장 용광로(30미터)에 올라간 소식을 들은 샤니 회사 쪽에서, 굴뚝으로 올라가는 철계단 밑둥을 끊어 놨다. 새벽에 굴뚝 밑에 도착해 보니 굴뚝으로 올라가는 철계단에 손이 닿지 않아서 하마트면 못 올라갈 뻔 했다. 굴뚝 주변에 있던 물건들을 한곳으로 모아서 발판을 만드니 끊어진 철계단 끝에 손이 겨우 닿았다. 차가운 철계단을 붙잡고 오르기는 하면서도 다리가 덜덜 떨려서 진땀깨나 흘렸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신축공사장 타워크레인 고공 농성에 올라간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 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번째 고공농성에 들어가서야 현대 자본은 겨우 합의안에 서명했다.

    올라오는 철계단 통로를 봉쇄하고 뒤 쫒아 온 조합원들을 어둠 속에서 확인한 뒤 준비 해 온 현수막을 꺼내서 굴뚝 밑으로 내렸다. 공장 안이 발칵 뒤집혔다. 밑에서 샤니 관리자들이 난리를 피우는 사이에 있을 곳을 찬찬히 확인해 보니 우리가 있을 공간은 굴뚝 둘레로 너비 50cm 발판이 전부였다. 그 발판 둘레에 설치한 난간 높이는 40cm도 안 돼 보였다. 굴뚝을 통해 전달되는 열기 때문에 안으로 붙지도 못하고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자니 영 불안했다.

    음식 올리는 문제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준비해 간 비상식량을 아껴야 했다. 비상식량이라고 해 봐야 평소 먹지도 않던 주전부리였지만 배가 고프니 자꾸 눈길이 그리로 갔다. 허기를 잊기 위해서 일찍 자야했다. 굴뚝 둘레 공간은 4명이 눕기에는 너무 비좁았다. 4명이 쪼그리고 앉아서 잤는데, 침낭을 세 개 밖에 가져오지 않아서 돌아가며 덮고 잤다.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지새우고 나니 온 몸이 뻣뻣해져서 오금을 펼 수가 없다. 다음날 한 명이 몸에 이상이 생겨서 내려가지 않았으면 농성 내내 쪼그리고 잘 뻔 했다.

    일주일만 버티면 무슨 수가 생기겠거니 했는데 35일이나 있었다. 정말 시간이 안 갔다. 덕분에 평소 읽지 못한 책들도 보고 조합원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래도 35일은 긴 시간이었다. 조급함을 버리고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물품을 담아서 올려 보낸 비닐을 모아서 인형을 만들었다. 인형에 구호도 적고 바램도 적어 밑에서 집회할 때 내걸기도 했다. 다음에는 생수통을 이용해서 인형을 만들어 또 다른 집회 때 썼다.

    아찔한 높이의 굴뚝에 올라간 GM대우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5월 6일. 성남 공단 집회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1,000명이 모였는데 어찌나 많아 보이던지. 위에서 보는 집회 모습은 조금 달라 보였다. 집회 군중 사이에 같이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동지애가 느껴져 마음도 든든하고 힘도 났다. 집회가 끝나고 회사 안으로 진입하려는 조합원들과 경찰이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조합원 등 80여명이 연행되었고 뒤에 들으니 5명이 구속되었다고 한다. 분통이 터졌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뭔가 보복할 궁리를 했다. 다음날부터 대소변을 봉투에 모아서 굴뚝 끝에 매달아 푹 썩혔다. 며칠 뒤 집회 도중 또 조합원을 잡아가는 것을 보고 봉투를 풀어서 밑으로 뿌렸다. 썩은 냄새가 35미터 높은 곳까지 진동을 했다.

    올라가 있는 동안 비가 두 번 왔다. 비옷을 준비해 왔지만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처량하게 비를 맞고 있을 수 없었던지 한 동지가 비옷을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 그러더니 “기왕에 맞을 비 당당하게 맞자”면서 옷까지 벗는다. 셋이서 맨몸으로 비를 맞았다. 비를 맞아가며 오래간만에 몸을 씻었다. 서로 등을 밀어주다가 낄낄대며 웃었다. 때가 엄청 밀려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가 아니면 언제 이렇게 비를 맞아 보겠나. 그러나 비가 언제나 반가운 것은 아니다. 비가 오는 어떤 날은 비를 피한다고 커다란 비닐 봉투에 들어가서 주둥이를 안에서 칭칭 동여매고 하루를 꼬박 지내기도 했다.

    전북, 제천은 끝났다고 하는데...

    성남보다 하루 일찍 농성을 시작한 전북, 제천은 교섭이 이루어져서 모두 내려왔다고 한다. 기분이 좋다고, 우리도 곧 끝날 거라고, 서로 위로는 했지만 심경은 복잡했나보다. 사소한 일에 쉽게 짜증도 나고 주고 던지는 말은 어긋났다.

    시간이 지나자 날카로웠던 감정은 측은함으로 바뀌었다. 여럿이 고생할 것 없이 나 혼자 남고 다른 두 명을 내려 보내고 싶었다. 두 동지들도 나하고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럴 때면 한 때 아주 잠깐이기는 했지만 그냥 뛰어 내리고 싶은 때도 있었다. 올림픽대교 주탑에 올라갔던 김호중 의장도 혼자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적이 있다고 했다. 조합원들이 밑에서 집회도 하고 선전전하며 고생하는 걸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같이 올라온 허병 조직차장은 마누라 뱃속에 있는 아이가 나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드러내 놓고 말은 안하지만, 가끔 전화할 때면 마누라 걱정 안하게 하느라 여간 신경 쓰는 게 아니다. 여섯 살 먹은 내 아이가 아픈 데는 없냐고 문자를 보내 왔지만 동료들에게 보여 주지도 못했다.

    밑에서 교섭이 열릴 거라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내려 갈 때가 다가온 것이다. ‘내려가면 뭘 하지?’, 작년 10월 지회를 만들고 나서 동지들과 막걸리 먹던 생각이 났다. 술에 취하고 승리감에 취했던 그 때가 생각났다. 그래 그럴 때도 있었지.

    5월 24일. 오래간만에 땅을 밟으니 다리가 풀렸다. 경찰들 사이로 동지들 얼굴이 하나 둘씩 보이고, ‘동지들 힘내....’라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도 끝내기 전에 감정이 북바쳐 오른다. 눈물이 나온다. 주체 할 수 없이 굵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목이 따끔거린다. 할 말이 많았는데...아직도 할 말이 많은데...우리말이 들리지 않는가 보다.

    2006 고공농성 일지
    3/6 구미 코오롱 해고 노동자 3명 구미 공장 안 50미터 고압 송전탑
    3/21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지회 수석 부지회장 10미터 청주 서문대교
    3/22 GM대우자동차 창원공장 비정규직 지회 2명 40미터 고공 철탑형 굴뚝
    3/28 화물연대 광주시지부 2명 첨단단지 삼성 공장 안 50미터 고압 송전탑
    4/19 화물연대 제천 조합원 8명 아세아 시멘트 80미터 저장고
    4/19 화물연대 전북지부 조합원 2명 군산 두산 테크펙 유리공장 30미터 용광로
    4/20 화물연대 충청강원지부 조합원 4명 성남 샤니 본사 35미터 굴뚝
    5/1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직 지회 2명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건설현장 125미터 타워 크레인
    5/11 구미 코오롱 해고자와 화섬연맹 대경본부장 2명 구미 공장 안 50미터 송전탑
    5/15 건설산업연맹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 12명 서울 삼성동, 화성 동탄시 롯데건설현장, 대구 두산동 대우건설현장, 인천 구월동 롯데건설현장 각 100미터 타워크레인
    5/17 하이닉스 매그나칩 사내하청 지회 2명 청주 하복대 죽천교 30미터 고압 송전탑
    5/22 건설산업연맹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 3명 용인시 죽전 신세계백화점공사현장 100미터 타워크레인
    5/25 구미 코오롱 정리해고노동자 3명 청와대 옆 45미터 타워크레인
    6/20 대구경북 건설노동자 70명 대구 수성동 대우 건설현장 100미터 32층 아파트
    8/31 건설산업연맹 토목건축협의회 의장 남양주지회 3명 광진구 올림픽대교 75미터 주탑
    2006년12월19일 20: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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