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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본의 분리 전략에 편승하는 정규직, 굳건한 연대 절실
    [4회] 같은 일 다른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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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팀 cast@cast.or.kr
    저임금엔 체념, 고용불안과 갖가지 차별에 놓여

    #1. 정규직이 얼마나 좋았으면.....
    아이디: 앤셜리zx

    정규직이 너무 부럽고 너무 되고 싶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계약 만료로 어떠한 기회도 없지만…… 전 계약직도 계약만료만 없었다면 만족하고 잘 다녔을 겁니다. 다니면서도 언젠간 짤린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지요. 한번은 손님이 오셨는데요 글쎄 통장에 이름이 정규직 이라고 써 있는 거예요. 이름이 정규직인데 괜히 웃기기도 하면서 그냥 좋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통장 앞에 복사해서 잠깐 가지고 있었습니다. 혹 정규직 될까 해서리…. 제가 이런 사소한데에서도 정규직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몰라요. 바보같죠…

    #2. 거지같은 비정규직
    아이디: 초록하늘

    원래 좋지 않던 허리가 동전 교환 때문에 삐끗 해서 작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요. 만성요통으로 돌아선 데다 척추가 내려앉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휴직은 못해주겠다며 퇴직을 권고 받아서 퇴직을 했어요. 그러다 정신과 치료도 받았었고요.
    그러다 지난 4월 다시 수시채용으로 들어와 근무를 다시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산재를 신청하게 됐는데…
    오늘 본점에서 연락이 왔는데 산재 담당자의 말이 웃겨요. 제가 산재 신청을 하게 되면 옆에 사람이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포기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네요.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아직도 통원치료를 하면서 진통제로 하루하루 버티는데. 통원치료 하는 것도 한번 치료받는 것만 5~6만 원대인데. 저는 몸 다친 건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요? 온갖 궂은일 다 해서 받은 대우가 고작 이거라니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이 다친다는 이유로 제가 쓴 병원비며 그 동안의 실업급여는 포기하라니요. 너무 슬프네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 폐지 되어야 합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 개설된 금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임인 ‘전국은행계약직모임’이란 카페에 올라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경을 담아낸 글이다. 비정규직이라서 겪는 고용불안, 차별에서 느끼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글이다. 금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과도한 업무와 실적 압박에 놓여 있으면서도 계약직,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고용불안, 저임금과 갖가지 차별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비정규직지부가 창립 총회를 갖고 있다. <출처=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비정규직지부 홈페이지>

    시중 모은행에 근무하는 최윤정(가명, 45)씨는 올해로 9년째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육아 문제로 그만 두고 다시 IMF 이후 계약직 사원으로 재입사했다. 최씨는 현재 ‘텔러’라 불리는 창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텔러로 3명이 일하고 있는데 2명이 비정규직, 1명은 정규직이다. 하는 일은 모두 같다. 바쁠 땐 서로 업무를 도와주기도 하는 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고 업무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은행 경력이 훨씬 많은 최씨가 정규직 노동자보다 업무 처리 능력이 나을 것이라고 최씨는 전한다.

    업무간 차이나 분리는 없어

    2005년 금융노조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금융산업 노동자 설문조사를 보면 정규직 조사 대상 가운데 13.3%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업무 능력이나 소속감이 떨어진다고 답해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정규직에 비해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실제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시각은 '핵심은 정규직, 비핵심 주변업무는 비정규직ㆍ외주화'라는 논리와 어느 정도 닿아 있다.

    최윤정씨는 이런 주장이 근거 없다고 말한다. “은행에서는 단순업무만 시킨다고 하는데 사실 시스템이 단순업무만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업무를 거의 구분 지을 수 없다. 정규직 비정규직 업무가 확실한 기준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업무 차이는 없다”며 자본의 ‘노동 분리’ 논리를 반박했다.
    앞의 설문조사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58%는 업무 내용에서 정규직과 거의 동일하다고 답한 반면 차이가 있거나 크다고 답한 비율은 30.2%로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상당한 수준이다. 최윤정씨는 아침 9시 반에 출근해 저녁 6시 반까지 일을 한다. 이렇게 해서 9년차인 최씨가 받는 월급이 170여만 원 정도이다. 이에 비해 동일한 업무와 동일한 시간 동안 근무하는 정규직은 200만 원 넘게 받는다. 이유는 최씨가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져 정규직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최씨는 “(월급이) 이렇게 차이가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처음 입사할 때 계약서에서 이 정도 금액인 걸 알고 일하기 때문에.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임금, 각종 복지 혜택에서 큰 차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름휴가도 맘 편히 가지 못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김성희 소장은 지난 8월 11일 CBS라디오 ‘뉴스야 놀자’라는 프로그램에서 “비정규직의 90%는 여름휴가를 가는 동안, 빠진 날만큼 월급을 못 받는다”고 주장하며 “무급으로 쉬게 하는 휴가를 휴가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병가를 낼 때에도 무급 처리되기 때문에 “아프면 돈 안 받고 쉴테면 쉬라고 하는 것도 ‘병가’인가”라고 꼬집었다. 반면 정규직에겐 여름휴가는 물론 병가도 유급으로 처리된다.
    이밖에도 업무 연수, 학자금 지원, 주택구입자금 대출도 비정규직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정규직에겐 그러한 혜택이 주어진다. 또 10년 근무에 15일 정도 주어지는 안식일도 정규직 이야기다. 정규직에겐 2년까지 쓸 수 있는 출산휴가가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110일 정도의 출산휴가가 있다. 이래저래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서러운 차별들이 만연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재계약만 있을 뿐 승진이 없다. 가능한 최선의 경우는 인상된 연봉으로 재계약이 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 만료로 인한 해고나 연봉 삭감이 기다리고 있다.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나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따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금융 관련 자격증 가운데 AFPK(Associate Financial Planner Korea, 종합재무설계사)를 취득하기 위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싼 돈을 들여 학원에 다닌다. 정규직에겐 교육보조 혜택이 주어지지만 비정규직에겐 남의 일일 뿐이어서 사비를 들여 따로 학원에 다니는 실정이다.
    최윤정씨는 “나는 AFPK자격증이 있지만 나이 어린 사람들은 이걸 따기 위해 따로 학원엘 다니고 있다. 그나마 시간을 쪼개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오래 걸린다. 반면 혜택이 있는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더 일찍 딴다. 이거라도 있어야 재계약 때 유리하다”고 말한다.

    근무복에 다는 명찰엔 은행 이름과 함께 본인 이름만 있을 뿐이다. 반면에 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직급이 표시되어 있다. 대리 ○○○식으로 말이다. 이들에겐 승진의 기회가 있다.
    나이가 많다고 여기는 최씨는 재계약이 안 될 것을 예상해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더 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누구는 자동차 만들고 누구는 리어카 만드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대응해 외치는 슬로건이다. 한 사업장에서 같은 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같은 임금과 대우를 해야 한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서 나온 말이다. 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세계인권 헌장에 나와 있는 권리로 같은 노동에 대해선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의장2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형석(가명, 29)씨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인 H기업에 소속돼 있고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이다. 올해로 입사 3년 10개월째인 박씨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여러 부서에서 일하다 지금은 시트 공정에서 일하고 있다. 앞 열은 비정규직이, 뒷 열은 정규직 노동자가 한다. 같은 일을 하는 박씨와 정규직 노동자는 적어도 이 작업장 안에선 사뭇 다른 노동자이다.

    우선 임금에서 큰 차이가 난다. 박씨는 시급이 3,546원으로 보통 하루에 10시간씩 일하고 특근 2번하면 한달에 120여 만 원을 받는다. 같은 작업을 하는 정규직과는 80여 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여기에 성과급, 상여금 등이 포함된 연봉에서 비교하면 정규직과의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진다. 임금 지급일도 달라 정규직 노동자는 25일, 하청노동자는 15일, 16일에 임금을 받는다.
    이러한 임금 차이에 대해 박씨는 “화는 나는데 비정규직이 어디 힘이 있겠냐? 힘이 없으니 참고 견디는 거다. 그래서 노조에 가입해 이렇게 외치는 거다”라며 울분을 쏟아낸다. 박씨는 방금 잔업거부 투쟁 집회에 참가하고 오는 길이다.

    노동자간 갈등 부추기며 정규직에 상대적 기득권 안겨

    “직영은 한 달에 25장 정도의 간식권을 살 수 있습니다. 한 장에 250~300원 정도로 사는데, 이것으로 500원 짜리의 간식을 살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간식권을 살 수가 없습니다. 작업화 문제도 있습니다. 입사할 때 작업화를 한 켤레 받지만, 이후에는 우리가 사야 합니다. 가격은 25,000원입니다” -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태와 요구, 비정규직철폐 100만인 서명운동본부 자료집(2002) 가운데

    자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갈등과 분리를 조장한다. 눈에 보이는 작은 조건부터 보이지 않는 미묘한 관계까지 정규직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조건과 상대적 기득권을 제시하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상대적 우월감을 부추긴다. 물론 정규직 노조는 이런 사측의 전략에 동조ㆍ편승하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에 우월감 계속 심어줘

    작업복에서도 차이가 나서 작업복만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별이 가능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뒤에 작업 부서가 적혀있지만 정규직 노동자는 왼쪽 가슴 쪽에 이름과 부서가 적혀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업체와 노동자 이름이 새겨져 있을 뿐이다. 예전엔 정규직과는 아주 다른 작업복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이라 한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 외출용 작업복을 따로 지급받는다. 다만 정규직 노동자의 작업복엔 정규직임을 '인정'하는 '현대자동자(주)'가 적혀있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하청' 업체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정규직 노동자는 '현대자동차(주)'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명찰을 달고 출퇴근과 외출도 한다. 하청 노동자는 출퇴근 외엔 거의 입지 않는다. 한때 작업복을 통일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잘 되지 않았다고 전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울산의 현대 자본과 하청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의 반목을 꾀하여 단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비방선전도 일삼는다고 한다. 박형석씨는 “업체 사장이 조합원과 면담할 때 ‘정규직 노조가 너희 못 도와준다. 너희 이용할 뿐이다’라고 말하며 노노 갈등을 부추긴다. 비정규직노조 집행부에 대해서도 ‘어디 출신이니 어디서 해고 당했느니 여기서 놀고 먹을려고 그런다. 그러니 (노조 활동)하지 마라’ 그런다. 나는 안 그런데 다른 조합원들은 조금 흔들리는 것같다”고 전한다.

    자본의 분리 전략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핵심은 정규직, 비핵심 주변업무는 비정규직이 담당한다는 논리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업무의 보조, 주변 업무를 담당하게 한다는 인식을 조장해 상대적인 권력 관계를 형성하면서 노동자 내부에서 수직적 구조를 형성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대적 우월감과 기득권을 부추기는 셈이다.

    보통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렵고 힘든 일에 주로 배치된다. 정규직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쉽고 안전한 곳에서 일을 한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의 요구가 노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전환배치란 제도를 통해 축소되거나 없어진 공정의 노동자 업무를 전환한다. 이 과정엔 노조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대자동차도 작년에 이 전환배치에 노조가 합의했다.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의 전환배치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와 충돌할 때이다.

    전환배치, 정규직 이해가 먼저

    의장2부에서 근무하는 현세훈(가명, 35)씨는 입사 4년 3개월째다. 지금은 ‘투싼’ 생산라인에서 도하몰딩 작업을 하고 있다. 현씨는 이 공정에 오기 전에 일하던 공정을 정규직 노동자에게 넘겨주고 이 공정으로 왔다. 정규직이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공정을 옮겨야 한다. 현씨는 “항상 고용 불안을 느끼게끔 돼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식이다. 집행부 입장에서는 조합원 챙기는 거지만 비정규직은 항상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기분이다”라며 불안한 속내를 비쳤다.
    정규직의 요구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업무가 왔다 갔다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런 과정은 편하고 쉬워 보이는 일에 집중된다. 정규직 노동자는 좀 더 편한 일을 찾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 일을 건네주고 다른 일에 배치되는 것이다. 전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정규직 노동자가 요구하면 하던 일을 넘겨주고 다른 곳으로 가야 된다. 메뚜기처럼 뛰어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며 같은 일을 하는데 너무 임금이 적다고 생각하고 있고 비율이 줄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엔진생산 부서에서 일하는 근속 20년의 정규직 한 노동자는 “우리 자식들이 비정규직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지만 자식 공부도 시켜야 되니까 보수적인 심리도 많다”라고 털어놓는다. 이어 “어느 정도까지는 비정규직이 필요하지 않나 싶지만 지금은 너무 많다. 비정규직을 대폭 줄여야 한다. 양극화 양극화 하는데 도저히 이래가지고는 너무 심한 것 같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개인의 심정을 넘어 구조로 혹은 조직적인 문제로 확대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오랫 동안 지속된 기업별 노조의 체제에 익숙한 기존의 노동조합 활동은 ‘우리 조합’, ‘우리 회사’라는 상대적인 기득권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질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정체되어 보수화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1년 캐리어사내하청노조의 투쟁에서 보여준 정규직 노조의 태도는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나타내 준다.

    “우리 회사 망치는 하청노조 가만두지 않겠다”

    2001년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갖은 차별과 인간적인 삶의 조건 향상을 위해 사내하청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노조가 결성되자 집행부가 기대했던 이상으로 가입률이 높아 조직이 잘 되었다. 그만큼 많은 차별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과 무권리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결성된 사내하청노동조합은 상시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힘겨운 투쟁과 천막농성을 이어갔지만 사측의 탄압과 정규직 노조의 점거농성장 폭력침탈로 원청과 교섭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사측의 이해를 대변하며 ‘구사대’ 역할을 톡톡히 한 곳이 정규직 노조였다.

    캐리어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이 용역경비, 관리자, 정규직 노동자들과 정문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노조 투쟁이 자신들의 고용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공=이경석(전 캐리어사내하청노조 위원장)>

    초기에 사내하청노조 결성에 우호적이었던 정규직 노조는 노조가 결성되고 본격적인 투쟁이 진행되면서 정규직화 요구가 터져 나오자 태도를 바꾸었다. 조합원의 정서를 빌미로 연대를 끊고 ‘우리 회사, 캐리어를 구하겠다’는 ‘구사대’ 역할을 자처하며 사내하청노조가 점거농성 중인 공장을 폭력 침탈해 조합원을 폭행했다. 당시 사내하청노조 사무국장이던 송영진씨는 “정규직화 요구가 정규직을 자극한 것이다. 확실히 비정규직을 고용의 안전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고 전했다.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점거농성장 폭력 침탈과 이후의 투쟁에 대한 폭력 탄압으로 사내하청노조의 싸움은 ‘절반의 승리’만을 남기며 큰 상처를 남기고 끝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분리통치’ 극복해야

    자본은 끊임없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우월한 지위를 심어주며 노동의 분리를 획책한다. 노동자 간의 차이를 일부러 조장해 서로 다른 존재임을 강조하며 노동자 사이의 단결과 연대의 고리를 끊으려 노력한다. 이것은 정규직에게 더 많은 혜택과 조건을 보장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규직 노조가 이런 전략을 알면서도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편승하는데 있다.
    송영진씨는 “자본의 분할통치에 대해 정규직이 저항해야 하는데 순응해 버린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정규직 노조가 자본의 의도를 알면서도 동의해 나간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전주지회 김형우 지회장도 “자본이 갈라놨다고 하지만 다 인정하고 간다. 정규직 정서란 말을 쓰지만 노동자 정서면 정서지 정규직 정서란게 어딨냐? 자본이 만들어 놓은 걸 인정하는 거다”라며 정규직 노조의 안이함을 비판했다. 이런 의도가 서서히 관철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를 ‘조합주의’에 빠진 기득권 세력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잔업거부와 함께 집회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독자적인 임단협을 통해 스스로 주체로 서고자 분투하고 있다.

    자본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정규직 노조는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비정규직 노조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원청과 교섭을 통해 하청 처우개선에 합의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리해 준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비정규직 노조의 약화로 가기 쉽다.

    김형우 지회장은 “말로는 연대를 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통제를 하게 된다. 정규직 노조에 의한 비정규직 노조의 통제, 내용적으로 사실상 이렇게 된다. (사측은) 잔업도 절대 직접 안준다. 정규직 노조를 통해서 준다. 비정규직 노조가 스스로 자주적으로 투쟁해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걸 계속 심어 준다. 투쟁은 비정규직 노조가 하지만 최종적인 성과는 정규직 노조를 통해서 주는 형태이다. 그러다 보니 연대인지 배려하는 것인지 보호하는 것인지 통제하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리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규직 노조는 ‘처우에 대해 우리가 요구할 테니 비정규직은 우리를 따르라’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주종 권력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투쟁의 주체로 서야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위원장 박현제)은 올 8월의 단협투쟁을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금까지 정규직 노조가 해오던 ‘처우개선 요구’ 사항을 제외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한 관계자는 “우리 문제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규직 노조가 해왔는데 그러면 우리 노조의 존재 이유가 없다. 조합원들의 이해를 해결하지 못하는 조합이 무슨 의미가 있냐”라며 추진 배경을 밝혔다. 자신들의 문제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해결하겠다는 의지이다.

    물론 상당한 힘을 가진 정규직 노조가 ‘대리’해 줄 때보다 성과가 안 나올 수 있고 조합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장의 실리를 위해 정규직 노조에 기대다가는 끝내 비정규직 노조는 자립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리고 이건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막으려는 자본의 의도와도 부합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유현경 정책국장은 시혜적 관점이 아닌 “비정규직 노조를 투쟁의 주체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의 사안을 중심으로 하나의 투쟁으로 연대하는게 중요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는 비정규직 투쟁에서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저지 투쟁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건이다.
    사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는 이해관계와 인식에서 이미 많은 차이가 존재하는게 현실이다. 이는 대개 자본이 조장해온 ‘분리통치’가 관철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이를 무시한채 당위적인 연대만을 외치는 것도 공허할 수 있다.
    정규직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는 풍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비정규직 투쟁을 자신의 1차적인 과제로 삼을 수 없는 정규직 노동운동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감정의 골만 커질 수 있다는 점 또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가 공통될 수밖에 없다는 실체적 경험을 쌓아나갈 공동의 통일된 투쟁을 조직하는데 있다 하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과 연대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유현경 국장은 어렵지만 연대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전제하며 “한 현안에 대해 공동의 사안으로 인식하게 해 공동 대응투쟁을 어떻게 해 나가는가가 중요하다. 일상 시기에 노동강도, 구조조정 등에 대해 공동 대응투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정규직 노조 활동가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꺼번에 다 얻으려 한다. 우리도 피나는 투쟁을 통해 이뤄왔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확실히 정규직 노조는 지난 세월 치열하고 피땀 어린 투쟁을 통해 노동조건과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해왔다. 이건 부정하지 못한다. 지금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개선되는 노동조건이 전체 노동자의 평균 노동조건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지금껏 수많은 사회진보 세력이 노동자의 문제와 투쟁에 연대해 온 것이 지금의 민주노조운동의 자산으로 축적되었듯이, 정규직 노동운동 또한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에 적극 나서 연대해 나간다면 그 성과는 결국 온전히 정규직 노동운동의 몫으로도 되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 개별 사안이 아닌 큰 그림 그려줘야”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가 비정규직 철폐가 된지는 이미 오래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사업에 회의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비정규노조 간부는 “민주노총의 비정규 사업에 관심 없다. 잘 모르겠다”며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지난 2월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임원선거에서 비정규직 운동진영이 내세운 부위원장 후보인 이남신 후보가 낙선한 것은 상징적인 일이다. 민주노총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유현경 국장은 포항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을 예로 들며 “개별 사안이 아닌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전체 비정규직 투쟁의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도 정규직 노조는 연대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 ‘연대’의 구호에 회의의 시선을 보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다. 정부와 자본이 조장하는 전략에 동의하고 편승하며 ‘우리 조합원’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립당하기 쉽다. 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게 자본과 보수언론 등 지배세력에게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시혜적이고 생색내기 명분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연대하는 길이 자본의 분리 정책에 맞서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굳건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별기획] "비정규노동 실태 2006 - 불안정 노동의 시대" 순서

    [1회] 연재를 시작하며 - 불안정 노동의 시대를 넘어 평등 세상을 향해
    [2회] 비정규노동 확산의 배경 - 자본의 위기, 노동의 위기
    [3회]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기
    [4회] 정규직과 비정규직 - 같은 일, 다른 노동자
    [5회]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의 사각지대
    [6회] 여성과 비정규노동 - 여성이니까 당연하다?
    [7회] <가상 시나리오>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기
    [8회] <르포-밀착 취재>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주일 / 영상물 병행
    [9회] 비정규노동과 노동강도, 노동안전
    [10회] 비정규노동과 경제 -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
    [11회] 비정규직 노동운동 진단과 방향
    [12회] <특별좌담> 한국 사회와 비정규노동 / 인터넷 영상생중계

    * 사정상 [4회차]와 [5회차]의 기사 순서를 바꿉니다.


    * 기획취재팀(이용근, 이원배, 신현훈, 조대희, 김수목)
    * 이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재단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2006년08월19일 2:58:30
    추천
    1. 수정 요청합니다! 울산 08/22 21:15
    작업복에서도 차이가 나서 작업복만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별이 가능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뒤에 작업 부서가 적혀있지만 정규직 노동자는 상의 왼쪽 가슴 쪽에 부서와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달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는 왼쪽 가슴 쪽에 부서와 이름이 적혀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업체와 노동자 이름이 새겨져 있을 뿐이다. 예전에 정규직과는 아주 다른 작업복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이라 한다.
    정규직 노동자에겐 외출용 작업복이 따로 지급되지만 하청 노동자에겐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외출용 작업복이 똑같이 지급된다.) 외출용 작업복을 따로 지급받는 정규직 노동자는 작업복을 입고 명찰을 달고 출퇴근을 한다. 하청 노동자는 작업복을 입고 거의 출퇴근하지 않는다.(---> 다만, 정규직 노동자의 외출용 작업복 오른쪽 가슴엔 '현대자동차(주)'가 새겨져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그것엔 업체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정규직 노동자는 외출용 작업복을 입고 출퇴근 외에 시내 외출도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출퇴근 시 외에는 입지 않는다.) 한때 작업복을 통일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잘 되지 않았다고 전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2.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노동넷방송국 08/23 15:24
    꼼꼼히 읽어주시고, 잘못된 부분을 자세히 지적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지적해주신 대로 고쳤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된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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