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일반노조 김경욱 위원장이 510여일 간의 파업 투쟁을 마무리 하는 문화제에서 조합원들에게 물었고 조합원들은 예라고 대답하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500일 간의 투쟁의 기억과 동지들을 남기고 현장으로 돌아가는 미안함이 겹쳐 조합원들은 자꾸 자꾸 눈물을 흘렸다.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 김경욱, 이랜드노조)가 홈에버의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맞서 파업 투쟁을 한지 510여일 만에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 사측과 최종 합의를 하고 1년 반 간의 투쟁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11월 14일 저녁 천막농성장이 있는 서울 마포 상암월드컵 홈플러스(구 홈에버)점 앞에서 마지막 투쟁 문화제를 열고 파업 투쟁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투쟁문화제는 처음엔 춤과 노래로 즐겁게 시작해 눈물과 다짐으로 끝났다.
조합원과 학생,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당원, 민주노총 조합원, 노동단체 회원 등 400여 명이 모여 열린 문화제는 서로 고마움과 연대를 전하며 ‘주고 받는’ 문화제로 진행됐다. 한쪽에선 파전을 부치며 가볍게 술을 마시고 한쪽에서 율동과 노래를 문화제를 이어 나갔다.
성신여대 율동패 ‘메이데이’, 고려대 몸짓패 ‘돌개바람’ 등의 학생 연대 단위가 율동 공연과 편지를 통해 노조에 연대의 뜻을 주었다. 서울대 학생행진의 ‘수와’ 학생은 편지를 통해 처음 입학해선 아무 것도 몰랐는데 이랜드 노조의 투쟁에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며 앞으로도 계속 연대하겠단 뜻을 말했다.
조합원들이 '잡은 손 놓지 맙시다'라고 꽃으로 손 현수막을 들고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번에 이랜드노조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랜드노조 노래패 ‘비상’의 노래 공연, 이랜드노조 율동패 ‘샛별’의 공연이 이어지며 지금까지 연대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문화제는 한층 달아 올랐다. 그러나 문화제가 계속 되면서 조금씩 ‘우려’한 조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랜드노조 재정팀이 나와 발언을 하면서 ‘우려’가 조금씩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재정팀들은 그 동안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연대해 준 분들에게 고맙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다 몇몇 조합원들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한 조합원은 “위원장, 부위원장 같이 못 들어가서 너무 아쉽다. 그 분들 다시 들어오게 매장 안에서 열심히 투쟁하겠다”며 같이 복직 못하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간부들이 복직 될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경옥 부위원장이 ‘슬픈 사랑 노래’와 이어서 ‘사랑을 위하여’를 개사한 노래로 복직과 비정규직 철폐의 희망을 담은 노래를 부르자 조합원들은 연신 눈물을 닦아 내야 했다. 이경옥 부위원장은 이번 복직 대상에서 제외된 9명 가운데 한명이다.
외주화 중단, 16개월 이상 고용보장, 차별시정 등 합의
이랜드노조와 홈플러스 사측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시흥의 삼성테스코 본사에서 조인식을 갖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추가 외주화 중단 △16개월 이상 근무시 무기계약 전환 △비정규직의 공휴일 유급 인정과 임금 인상 △노사 양측 고소고발 철회, 추가 징계 금지△홈에버 해고자 28명 중 16명 복직 등이다. 또 노조는 사측의 요구였던 ‘노사화합 선언’을 수용해 향후 3년간 파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외주화 중단 관련해서는 추가 외주화 중단으로 이미 외주화 된 업무는 계속 외주화 상태로 남는다. 또 주차/카트, 미화, 시설, 보안 등은 예외하기로 했다.
16개월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 대해서 사측은 무기계약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기존 단협 18개월 이상 근무자에 2개월 단축 됐다. 이로써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20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얻어 냈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시정 부분에서는 비정규직의 공휴일 유급 인정으로 차별을 다소 시정했고 임금도 소폭 올랐다.
노조와 사측은 쌍방이 제기한 고소고발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후 추가적인 고소고발 및 징계를 하지 않기로 해 추가적인 피해를 막았다. 또 재판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사측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은 철회하지 않아 연대의 고리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간부 9명은 끝내 복직 제외
역시 쟁점이 됐던 부분은 해고자 복직 문제였다. 홈에버 해고자 28명 가운데 사측은 12명을 지정해 복직 불가로 버텼다. 12명은 노조 간부 및 임원들이었다. 노조는 12명의 복직을 위해 교섭을 계속했지만 사측은 완강히 버텼다. 노조 지도부는 노조 지도부가 복귀하지 않으면 노조 조직력이 약화 될 것이라고 판단해 복직을 계속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도 완강했다. 노조 지도부는 자칫하면 협상 자체가 결렬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노조 지도부의 복직을 포기했다. 결국 노조 간부 및 임원 9명은 복직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이남신 수석부위원장등 이랜드그룹 소속의 집행부 해고 문제도 과제로 남아있다.
김경욱 위원장 노조 지켜 달라 당부
장미로 쓴 “잡은 손 놓지 맙시다”
김경욱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간의 투쟁 과정에 대해 얘기했다. 구속을 각오하고 점거 농성 결의, 협상 타결을 위해 간부들 복직 포기하자고 결의한 얘기들을 하며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그리고 “간부들에게 미안하다. 9명 복직 못하게 돼서 너무나도 죄송하다”며 미안함 마음을 전했다. 김위원장은 이어 이랜드 그룹 소속의 해고자 6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며 관심을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계속해 김위원장은 “조합원 동지들, 여러분 잘 싸웠다.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자부한다. 현장에 자신 있게 당당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조합원들이 무사히 복귀하기를 바랐다.
이경옥부위원장(오른쪽 남색 조끼)이 조합원들과 포옹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문화제 내내 많은 눈물을 쏟아 냈다.
김위원장은 노조 집행부 공백으로 노조 조직력 약화를 우려했다. 김위원장은 여러분이 노조를 탈퇴하거나 퇴사를 하면 투쟁의 의미가 많이 사그라 들것 같다며 끝까지 남아 일하고 노조 지켜 달라고 말하며 재차 조합원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노동조합, 지키실 건가요?” “예” “정말입니까” “예" ”노동조합이 있어야 저희들도 돌아갈 수 있습니다“
김위원장은 앞으로 구속 수배 중인 조합원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둥켜 안으며 눈물로 510일간 파업 마무리
이어 문화제는 이날의 정점으로 향했다. 노란 천위에 파업 시작할 때 꽃으로 쓴 “일하고 싶어요” 대신 이번엔 “잡은 손 놓지 맙시다”란 연대의 말을 장미 꽃으로 수놓았다. 현수막을 조합원들이 들고 어깨동무를 하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함께 목놓아 불렀다. 조합원들은 서로 부등켜 안으며 500일 넘는 긴 투쟁의 기억과 동지들을 남겨 놓고 돌아가는 미안함을 눈물로 쏟아냈다.
양미경 일산분회장은 “발자취를 뒤 돌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며 말하면서 울먹였다. 이어 조합 활동은 “자본이 잘 못한 게 있으면 무언지 깨우쳐 주고 모르면 또 투쟁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비정규직 정규직 가르지 않는 쪽으로 가고 싶다. 대화로 풀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