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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으로 구조화되는 노동시장, 노동유연화 자체를 반대해야
    [3회]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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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팀 cast@cast.or.kr
    “비정규직으로 일 하든가 싫으면 사표 쓰고 떠나라.”
    2005년 초 경북 구미공단에 위치한 (주)코오롱 자본이 노동자들에게 던진 통첩이다. 코오롱노동조합은 즉각 강하게 반발하며 투쟁에 돌입했다. 2004년 말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반납하는 대신 사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는데, 사측이 이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고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코오롱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강요하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은 정리해고했다. 코오롱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출처=민중언론참세상>

    코오롱 자본은 비정규직 전환 방침을 밀어 붙였고 사측의 압력과 생계 위협의 벼랑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해고되느니 차라리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하겠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사표를 썼다. 사표를 쓴 노동자들은 바로 다음날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어제의 일터에서 일해야 했다.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된 노동자들이 480여 명, 사표를 쓰지 않고 비정규직화를 거부했던 78명의 노동자들은 2005년 2월 26일 사측에 의해 정리해고됐다.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노동자들은 어제까지 받던 정규직 평균의 2/3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으며 끊임없는 고용압박과 노동강도의 악화 속에서 일해야 했다.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상여금, 년월차 수당 등의 제 권리는 축소, 폐지되었다.

    노조 무력화와 노동시장 지배력 강화의 수단

    비정규직화와 정리해고가 경영상의 비용절감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코오롱 자본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리해고된 코오롱 노동자는 정리해고복직투쟁위원회(이하 정투위, 대표 이상진)를 꾸리고 정리해고 철회투쟁을 500일이 넘게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코오롱 사측은 집요한 노조 무력화 공작과 탄압을 벌이고 있으며 정투위 노동자들을 회유, 압박했다. 해고됐던 78명의 노동자 가운데 28명이 사측의 회유로 비정규직으로 다시 들어갔다.
    정당하게 선출된 노조 위원장은 사측의 노조탄압 공작에 의해 구속됐으며 그 후 회사의 뜻대로 새 노조 집행부가 들어섰다. 정투위 이상진 대표는 “노조 무력화를 위해 용역경비 등 탄압에 지출된 비용만 100억 원이 넘는다. 경영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가 임금 삭감, 상여금 반납 등을 결의했다. 그럼에도 정작 사측의 관심은 ‘노조 죽이기’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상진 대표는 비정규직으로 ‘전락’한 노동자들이 불안한 고용과 강화된 노동강도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노동환경에서의 작업은 생산성 하락을 가져왔다. 이상진 대표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고용 속에서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측은 기술 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 ‘노조 죽이기’에 골몰한 사측은 생산성 하락과 경쟁력 하락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오롱의 구조조정은 ‘구조조정 잘못하면 이렇게 된다’는 게 다 들어있다”고 설명한다.

    바늘구멍 정규직 통로로 노동자 길들이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련 금융기관의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5년 6월 기준으로 41,366명으로 정규직 대비 41.9%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 금융노조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64%가 3년 이상 한 직장에 근무하고 있으며 5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도 24.6%로 나타나서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을 반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근로계약 갱신에 있어서도 ‘선별적 재계약’ 52.9%, ‘별 다른 일 없으면 재계약’이 45.1%로, 98%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거의 상시적인 고용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자본 권력은 이렇게 불안정고용 상태를 상시적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줄 세우기를 하며 노동시장을 지배해 가고 있다.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통로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비정규직 탈출 신화’를 조성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나가기도 한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인 셈이다.
    금융산업노조는 2004년도 산별교섭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제도 도입’이 포함된 ‘비정규직 관련 별도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에서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통로가 제한적이나마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으며 노동통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4~2005년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우리은행이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3,151명 가운데 30명, 제일은행이 1,406명 가운데 10명, 하나은행이 2,737명 가운데 412명, 국민은행이 7,671명 가운데 80명(예정), 외환은행이 1,723명 가운데 4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1,087명 가운데 15명, 제주은행이 175명 가운데 49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수치들을 보면 대부분의 은행이 정규직 전환률이 1%대에 머무르고 있어 실효성 없이 생색내기용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노력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으니 열심히 일하라’는 식으로 노동통제가 강화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국민은행의 경우는 전환 시험을 통해 시행하고 있는데, 2차 시험에선 인사고과, 포상 실적, 카드ㆍ보험 등 상품판매 실적 등이 기준이 됐다. 전환시험을 미끼로 실적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비정규직노조 권혜영 위원장은 “성과에 따라 고용에 반영되므로 노동강도가 강화된다”고 지적한다.

    은행의 구조조정은 일상화되고 있어 노동자는 상시적인 고용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2003년 조흥은행 노조 간부가 구조조정에 반발해 전직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출처=민중언론참세상>

    정부가 나서서 외주화 확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또 간절히 원한 곳이 신자유주의 정부였다. 자본의 요구이기도 했지만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여야 했던 신자유주의 정부도 업무혁신과 효율성 증대란 이름으로 공공부문의 축소와 비정규직의 확대를 추진했다.
    김대중 정부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기획예산처 주도로 예산지침을 내려 공공부문의 경비를 절감하라고 해당 부처와 지자체에 압력을 넣는다. 지자체는 지침 수행을 위해 경비 절감과 정원 감축을 ‘경영 혁신’의 사례로 내세우면서 외주화와 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했다.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은 주로 인건비 지출 항목을 사업비 지출 항목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인건비가 책정되어 상시 고용되던 노동자는 정원 항목에 포함되지만 사업비로 책정된 업무의 인건비는 따로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자체는 상시 업무를 이렇게 사업비로 책정해 민간에 사업을 통째로 위탁함으로써 인건비 지출 항목을 줄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서 ‘업무의 외주 위탁화’를 들 수 있다. 경기도 안양시는 경비 절감이라는 이름으로 환경미화 업무를 외주로 전환했다.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었던 노동자들은 외주업체 직원으로 전환됐다. 물론 고용은 승계되었지만 계약직 노동자로 전락해 계약을 갱신해야 되는 처지가 되었다. 당연히 고용불안은 커졌고 노동강도도 강화되었다. 이들 노동자들은 재계약을 빌미로 임금 축소, 복지혜택 축소를 강요받았다.

    2005년 전주시는 상하수도 관리업무를 외주위탁으로 전환할 방침이었다. 이 업무에 종사하던 노동자 130여 명의 고용을 승계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 방침에 노동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외주화 방침을 철회시켰다. 고용 승계가 된다고 하더라도 1회 계약기간에 한해서 보장이 되는 것이고 그 뒤에는 고용 보장이 안되기 때문이다. 또 주로 공개 최저가 입찰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로서는 최저가 입찰로 인해 감소하는 사업이익 확대를 위해 가장 손쉬운 인건비 부문의 지출을 줄이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주시의 사례는 공공부문의 외주화, 구조조정의 시발점이지 종착점은 아니다. 정부는 2012년까지 현 정원의 57%까지 비정규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한병완 비정규국장은 “공공기관의 비정규 노동자 문제가 지금까지 크게 부각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적극 대응할 계획임을 밝혔다.

    처음부터 비정규직 입사해 계속 계약직

    비정규직으로 한번 취업한 노동자는 계속 계약직(비정규직) 노동자로 남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계약이 만료된 뒤에도 역시 비슷한 기간과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해 근무하게 된다. 같은 직장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계약직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한다. 이와 같은 조건으로 비정규직은 계속 비정규직으로 남게 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 학력과 연령에 따라 이 경향은 더욱 뚜렷해 진다.

    서울 모사립대학 도서관에 3년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는 김영희(가명, 35세)씨는 올해로 사서 경력 13년차로 사서 업무에 관해선 어딜 가도 모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김영희씨는 이 대학 도서관에 3년 계약직 준사서로 취업하고 있다. 4년제 도서관 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정사서, 2년제를 졸업하면 준사서 자격증이 나오는데 김씨는 타 대학 2년제 대학 출신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대학 도서관에는 모두 60여 명이 일하고 있는데 절반인 30여 명이 비정규직이고 나머지 30여 명이 정규직 노동자다. 계약직은 본교 출신도 있지만 대부분 타 대학 2년제 출신이고 정규직은 본교 출신 위주로 채용돼 있다.
    4년제인 이 대학 도서관은 10여 년 전에는 학년제에 상관없이 정규직 사서를 채용했지만 현재는 2년제 대학 출신에겐 비정규직으로 계약하고 4년제 대학 출신에 한해서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노동 유연화 정책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이 대학 도서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분리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규직이 도서관의 수서, DB관리 등 이른바 ‘핵심’ 업무를 담당하고 비정규직이 ‘비핵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노동시간, 복지 혜택은 크게 차이가 난다.
    정규직 가운데 김씨보다 경력과 연령이 낮은 직원이 있지만 정규직원은 ‘선생님’으로 불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아무개씨’라고 불린다. 왜냐면 계약 만료되면 떠날 비정규직 직원이기 때문에 ‘내 동료’라는 생각들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학 도서관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김씨도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이후에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오히려 많은 경력때문에 취업할 수 있는 곳도 비정규직에 한정돼 있다. 상황은 같은 도서관의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똑 같다. 2년제 대학 출신의 준사서 노동자들인 이들 역시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계약직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김씨는 전했다. 2년제 출신의 준사서에겐 다시 계약직 일자리가 기다릴 것이다.

    직접 신규 채용 줄이고 파견용역 통해 주로 고용해

    최근 자본은 노동력을 외부로부터 공급받는 파견을 통한 간접고용 방식을 애용하고 있다. 낮은 인건비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게 주된 이유다. 실제로 서울 구로공단에 위치한 대부분의 사업장은 직접 신규 채용을 줄이고 파견용역 업체를 통해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서울 구로공단에 위치한 기륭전자에서 일하다 2005년 초 노조결성을 이유로 해고 당한 노동자 김상목씨(32세)는 기륭전자가 세 번째 직장이었다. 1994년 직업군인으로 입대한 김씨는 2001년 제대하고 인테리어 업자에게 돈을 빌려 주었다 사기 당해 퇴직금을 날렸다. 군대도 제대하고 퇴직금마저 잃어버려 당장 생계가 막막했던 김씨는 2003년에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한 휴대폰 조립업체에 입사했다. 거기서 주간 12시간, 야간 9시간을 일하고 월 120만 원을 받았다. 김씨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거기도 파견업체를 통해서 간 것 같다”고 전했다. 거기서 6개월을 일하고 그만 두었다.

    기륭전자에서 일하다 노조 결성을 이유로 해고된 김상목씨. 김상목씨는 기륭전자까지 모두 3곳에서 파견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다음에 들어간 곳이 ‘롯데삼강’이었다. 역시 공고를 보고 아르바이트 형태로 일했다. 거기서는 하루 8시간을 일해 한달에 100만 원도 채 받지 못했다. 여기서도 6개월을 일하다 저임금 때문에 그만 두었다.
    기륭전자는 2004년 4월에 인력 파견업체 ‘휴먼닷컴’을 통해 입사해 SR라인(완성품 검사, 불량유무 확인 등을 하는 작업)에서 일했다. 보통 하루 8시간 노동에 2시간 잔업을 해 10시간 정도 일해 한달 12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최저임금보다 시급이 10원 많은 액수였다.

    대부분의 제조업체 사업장은 파견업체를 통한 파견노동 형태를 ‘애용(악용)’하고 있다. 구로공단의 경우만 봐도 거의 대부분 사업장이 파견노동을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 취업하려면 파견업체를 통해서 파견노동자로 간접고용 형태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 김상목씨는 이런 자본의 경향에 대해 “경비절감의 측면도 있지만 인사관리, 노무관리에 들어가는 경비를 줄이겠다는 의도 아니겠냐”고 설명한다.

    비정규직은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가는 ‘함정’

    비정규직으로의 취업은 다시 비정규직으로의 재취업 확률을 확연히 높인다. 남재량, 김태기 교수는 2000년에 『노동경제논집』에 발표한 ‘비정규직, 가교인가 함정인가’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비정규직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함정으로서의 역할이 대부분이며 (정규직으로 가는) 가교로서의 기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하다”고 발표했다. 즉 한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다시 비정규직으로의 취업을 반복적으로 가져와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발표에 따르면 비정규직에서 다시 비정규직으로 복귀하는 비율은 1996년과 1997년 사이 22개월 동안 80.7%이고 1998년과 1999년 사이 22개월 동안은 80.9%가 다시 비정규직으로 복귀해 둘 다 80%가 넘는 복귀율을 보이고 있어 비정규직을 ‘탈출’했다고 해도 다시 80% 정도는 비정규직으로 복귀함을 나타내 준다.

    이 논문은 이어서 “한번 비정규직에 종사하게 되면 쉽게 사회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굴레가 되어 그곳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워 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 빈곤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사회 양극화 속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 넘나들며 사회 빈곤층 형성

    구조조정의 한 가운데서 명예퇴직 등으로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생각하는 게 창업이다. 그러나 창업을 해서 성공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창업 교육과 지원을 하는 서울신기술창업센터의 문구선 과장은 올해 창업 성공률을 45%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낮은 수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낮은 수치가 아니더라도 절반 정도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창업을 접게 된다.

    소자본 창업이라도 서울에서는 1~3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렇게 창업을 접은 이들은 퇴직자의 경우 퇴직금을 잃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은행에 빚을 지게 된다. 실패한 사람들 가운데 사정이 좀 나은 사람은 눈높이를 낮춰 자본이 덜 드는 노점상을 하거나 임시직, 일용직, 심하면 노숙자로 전락한다.

    창업 실패한 사람들이 다음으로 선택하게 되는 취업 경로에 대해 문구선 과장은 “일반적인 취업은 매우 어렵다. 1%도 안된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일용직 노동자로 막노동판을 찾거나 경비가 될 수도 있다”며, “노점상으로의 유혹도 많이 받는다”고 덧붙인다. 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구조조정당한 많은 노동자들이 영세자영업과 비정규 노동시장을 넘나들면서 이 사회의 빈곤층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신규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청년층 취업도 비정규직으로 구조화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청년층의 노동시장 역시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고착되어 가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이고 경력자 위주 채용형태를 확대해 가고 있다. 2003년 노동부 발표를 보면 30대 대기업, 금융기관, 공기업에선 80%가 경력자를 채용해 신규 취업 통로를 더 좁게 만들었다.
    2003년 노동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15~29세의 청년층 노동자 429만 3천명 가운데 상용직 노동자는 203만 5천명인데 반해 일용직과 임시직은 각각 50만 8천명, 174만 8천명에 이르러 비정규직 비율이 52.6%에 이르러 청년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졸업후 신규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25~29세 노동자의 경우에도 비정규직 비율이 42.9%에 이르러 청년 노동자의 비정규직 취업이 구조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확대와 불안한 고용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구직자가 늘고 있다. 각종 고시로 유명한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

    그래서 청년 구직자들은 불안한 미래에 장래를 맡기기보다 고용이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공무원 등 각종 고시 시험에 치중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통계를 보면 청년 취업준비자 53만 7천명 가운데 절반인 48.5%가 공무원과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각종 고시학원과 고시원이 밀집해 있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한 공무원 수험생은 “2년째 준비하고 있다. 안정적이어서 준비한다. 학교 다닐 때 일반 기업체에 지원했지만 안돼서 졸업 뒤엔 공무원 시험만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며 일반 기업체에 취업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친구들도 일반 회사에 다니는데 임시, 비정규직이 많다.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열심히 하라고 한다. 이왕 시작한 거 합격할 때까지 할 생각이다”라며 공무원 시험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비정규직 확대는 노동통제 수단
    구조조정 저지 이데올로기 투쟁 필요


    노동력의 비정규직화는 단순히 경비 절감,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본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나는 비용 절감 차원이고 또 하나는 노조무력화를 통한 노동유연화, 노동시장 지배권 강화 측면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유현경 정책국장은 업무의 외주화, 분사화 등 자본의 비정규직 확대와 관련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차별은 노동통제 수단이자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막아내는 기제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핵심업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무를 ‘외부 노동화’하는 방향을 채택하면서 간접고용 노동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류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멕시코 여성 노동자. 자본은 비정규직화가 세계화의 추세라고 선전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빈곤의 세계화'를 불러온다. <www. internet-general.info, 민중언론참세상에서 재인용>
    자본은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구조조정을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몰아가고 있다. 업무 자체를 외주화로 전환하면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한다. 업무 자체가 외주화 돼 있는 경우엔 취업과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유현경 국장은 “요즘엔 노동조합도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어떻게 할건지가 아니라 구조조정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건지에 대한 논의에 머무르는 실정이다”고 지적한다. 이어 그는 “구조조정과 유연화가 대세가 아니라는 이데올로기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유연화 자체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정규직 노동운동이 구조조정 저지 투쟁과 더불어 노동유연화에 대한 더 근본적인 반대 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별기획] "비정규노동 실태 2006 - 불안정 노동의 시대" 순서

    1회(6/19) 연재를 시작하며 - 불안정 노동의 시대를 넘어 평등 세상을 향해
    2회(7/3) 비정규노동 확산의 배경 - 자본의 위기, 노동의 위기
    3회(7/18)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기
    4회(7/31)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의 사각지대
    5회(8/14) 정규직과 비정규직 - 같은 일, 다른 노동자
    6회(8/28) 여성과 비정규노동 - 여성이니까 당연하다?
    7회(9/11) [가상 시나리오]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기
    8회(9/25) [르포-밀착 취재]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주일 / 영상물 병행
    9회(10/9) 비정규노동과 노동강도, 노동안전
    10회(10/23) 비정규노동과 경제 -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
    11회(11/6) 비정규노동 문제의 올바른 해결방안
    12회(11/20) [특별좌담] 한국 사회와 비정규노동 / 인터넷 영상생중계


    * 기획취재팀(이용근, 이원배, 신현훈, 조대희, 김수목)
    * 이 기획취재는 한국언론재단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2006년07월18일 17: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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