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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설] IT노동자, 다시 근로기준법을 말하다
    "전태일 열사가 부활한다면 IT산업 현장부터 찾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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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씨는 오늘 밤 10시에 퇴근하여 집에 들어갔다. 그의 부인은 “야, 일찍 들어왔네.” 하며 반색을 한다. 3개월 동안 3번 집에 들어가던 때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퇴근인 것이다.
    한 때 미래산업의 첨병으로 여겨지던 IT산업에 종사하는 한 노동자의 이야기다.

    환상과 현실

    올 초 출범한 IT산업노조가 IT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인원 중 약 92%가 300인 이하 사업장에, 이중 81%가 50인 이하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중소IT사업장의 노동현실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결과는 그간 사회적으로 별 근거없이 팽배해 오던 IT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깨버리는 것이다.
    사실 IT업계 관계자들은 다 아는 얘기였으나 그 외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다.
    요약하면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라는 근로기준법이 무색할 정도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임금, 대가없고 살인적인 초과노동, 불안정한 고용, 불안한 미래. 이것이 이들의 현 상황이다.


    일터로 여관으로 병원으로

    이들의 주평균 근로시간은 57.8시간으로, 설문 응답자 874명 중 80% 이상이 주 5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어 법정 근로시간에서 10시간 가량 초과하고 있다. 이중 44% 가량인 376명은 주평균 6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15명이나 되었다. 주당 100시간 근무한다는 것은, 주6일 근무를 기준으로 할 때 하루에 17시간 가량 일하는 셈이 된다.


    “큰 카드사 시스템 개발할 땐데, 워낙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요청이 많으니까 회사에서 그 카드사업부서 근처에 여관을 하나 세 내서, project기간동안 집에 못 가고 거기를 숙소로 삼았던 적도 있었어요.”
    S씨는 project가 끝난 후 전 직원이 과로로 입원하고, 같이 일하던 모과장은 결국 식물인간이 된 사례도 있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이렇게 강요된 초과근무에 대한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율은 5%로서 대부분의 노동자가 대가없는 만성적 초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연봉제’라는 명목으로, 시간외 근무를 포함한 모든 수당이 연봉에 포함돼 지급되는 걸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것은 국내 수위의 IT업체 종사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굴지의 L기업에 근무했던 Y씨의 경우도 약 10년간 한 번도, 아무도,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으레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A씨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의 신규직원들의 초봉은 연 1,300?1,400만원이다.
    “공제할 거 다 하고 나면 한달에 70?80만원인데, 생활을 못하죠. 정통부에서 나와 있는 숙련도별 임금단가기준이 있는데, 기준도 안 맞고, 그나마 지켜지는 데는 거의 없어요.”

    하도급의 피라미드에 짓눌린 이름만 ‘정규직’

    고용형태의 경우 비정규직*주1), 파견직*주2), 프리랜서 통합 40%이나, 업계 특성상 정규직의 경우에도 실제 근무는 파견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소속회사와는 정규근로계약을 맺었더라도 인력이 필요한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 않은 불법, 탈법 파견과 비정규고용이 훨씬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참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하도급 및 근로조건 연구’ - 김주일, 김영두, 이정현, 김복순)

    *주1) 비정규직 : 회사와 노동자간 근로계약을 맺을 때 한시적이거나 기간제로 계약하며 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주2) 파견직 : 인력파견회사(A)와 인력이 필요한 회사(B)간에 계약을 맺어, A에 소속된 노동자가 B에서 근무하고 A에게서 대가를 받는다. 이 경우 B와 노동자간 근로계약이 아닌, A와 B간의 영업계약만 성립한다.


    서비스업으로 등록을 하고 인력파견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많으며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력파견 전문업체에 속한 A씨는 “집에서 쉬고 있다가 ‘일이 있으니 와라’ 그러면 일하러 나간다. 서울에 살고 있어도 창원에 일 있으면 창원으로 가고, 광주에 일 있으면 광주에 가야 된다.” 고 말한다.

    많은 경우 3~6개월간의 프로젝트기간에 원청업체에 파견되어 집중적으로 초과근무하고, 1~2주에서 1개월 정도 쉰 후 다음 프로젝트에 또 파견 나가는 방식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력파견업체에 명목상의 정규직으로나마 속해있지 않은 사람들은 3개월에서 1년까지의 프로젝트에 계약직으로 일하라는 요구가 대부분이며, 그게 끝나면 1~2개월간의 무급휴무를 보내는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현재 수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 모기업은 2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차에서 5차까지의 도급형태 아래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다단계의 하도급구조로 인해 하부로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건 당연한 결과. 따라서 많은 노동자들이 원청업체의 노무관리를 받고 원청업체 직원과 같거나 더 많은 일을 하면서도, 단지 '파견'이라는 이유만으로 50%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점점 더 많은 중소규모의 IT업체가 인력파견으로 기업을 유지하다보니 노동자들의 근무조건도 더욱 악화되고 있다.

    미래가 없는 소모품, IT노동자

    IT산업은 특히나 기술력 중심이다 보니 끊임없이 재교육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나 현재 회사 차원에서나 사회적인 재교육시스템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많은 IT노동자들(43.1%)이 40대 이후 전망을 다른 직종으로 잡고 있고, 해당분야 전문가로 계속 일하겠다는 의견은 28.8%에 불과하다.


    이 문제와 관련, 어느 한 IT노동자는 “개인적으로 교육받으려 해도 시간이 없다. 프로젝트 일정만 현실적으로 산출돼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고 말한다.

    많은 비정규직들이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재교육을 필요로 하는 기술력 중심의 IT산업 노동자들은 현재 미래를 위한 설계는 커녕 당장의 생존권마저 지키기 힘든 노동권 사각지대로 내몰려 있다.
    2004년 현재 테헤란로에서 1970년 청계천에서의 전태일의 외침이 아직 유효한 것이다.
    2004년10월20일 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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