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뜨거운 해가 내리 쬐는 7월 25일 때는 마침 중복이었다. 남쪽 지방은 35도를 웃도는 폭염이었고 서울 구로도 아스팔트가 흐물거릴 정도였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구로의 기륭전자 정문 앞은 내리 쬐는 햇살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바람 조차 더운 날이었다.
기륭전자 정문 경비실 옥상에 천막을 친 단식 농성장은 열기가 그대로 들어오고 바람마저 뜨거웠다. 49일째 단식 투쟁중인 김소연분회장은 한눈에도 무척 수척해 보였다. 김소연 분회장은 “체중도 11kg정도 빠지고 혈압 맥박도 떨어지고 있다”며 몸 상태를 말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주위에선 안타까워 하는데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며 단식 투쟁에 대한 절박함을 표현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파업투쟁 1071일째, 집단 단식 투쟁 49째 인 날이었다.
파업 투쟁 1070일을 넘기면서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그야말로 해볼 수 있는 투쟁을 다 해봤다. 매일 아침 선전전, 점거 농성, 숱한 결의 대회, 2차 례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 2차례의 고공 농성 등 그 투쟁 시간만 3년이 넘었다. 그러는 동안 사측은 교섭 회피, 용역 경비를 동원한 폭력, 조합 손배 소송 등으로 일관했다. 불법 파견 판정에는 벌금 500백 만원을 내는 것으로 끝이었다.
올해 만해도 서울 시청 앞 ‘하이서울페스티벌’ 구조물 고공농성, 구로역 앞 CCTV탑 고공농성을 했다. 이렇게 해야만 사측은 겨우 나와 교섭 ‘시늉’만 하며 진전있는 교섭을 피했다. 지난 7월 중순 한나라당 원내 대표실을 점거 농성하고서야 한나라당의 중재로 사측, 서울노동청, 한나라당이 중재안을 내 놓았다. 새 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로 고용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노조는 수용하기 어려웠다. 조합이 논의 주체에서 빠진 데다가 기륭전자 직접 정규직 고용이 언급이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조합원에 대한) 직접 정규직화는 절대 안된다는 사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은미 조합원은 “한 마디로 취업을 알선해 주겠다는 건데 말도 안된다. 직접 고용 정규직화가 요구이기 때문에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며 잘라 말했다. 이어 “(조합과) 기륭과의 고용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게 사측의 입장”인 것 같다며 사측을 비난했다.
김소연 분회장도 노조가 양보도 했는데 사측은 아무런 성의가 없다며 회사를 비난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회사가 다른 회사 취업을 알선해 주고 위로금도 주겠다고 하는데 위로금으로 해결할 거였으면 이미 했다며 회사 측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서 전향적 안이 나와야 대화를 하는데 회사는 안도 없고 교섭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 7월 25일 경찰에서 체포영장발부 받고 찾아와 내일 새벽에라도 연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전하며 목숨을 걸고 50일 넘게 단식을 하는 사람에게 연행 운운한다며 “기가 막힌 일이다”라며 분개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쓰러져도 해결 안 되면 안 내려간다. 공권력 투입 된다고 해도 단식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조합원이 함께 단식을 시작했지만 건강히 심각히 악화 돼 7명은 단식을 중단했다. 지난 주말에도 단식 중이던 조합원 1명이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다. 지금은 분회장을 비롯해 3명이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3년째 뜨거운 여름을 맞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상징인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륭전자 직접 정규직화 고용’을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질 수 없는, 져서도 안 되는 투쟁’을 힘겹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