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이 아닌 국제적인 이주 노동의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연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6월 12일 네팔 카투만두에 있는 네팔노총(이하 지폰트 Gefont)에서 '한국과 송출국 이주노동자 간의 네트워크 구축 국제 회의'가 열린 것이다.
이번 회의는 한국에서 이주 노동운동을 하다 강제 출국된 이주노동자와 한국의 이주노조를 중심으로 한 이주노동 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연대를 강화하기 방안을 모색한다.
이 회의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공식적으로 열리는데 12일 2시 30분경 라마 포우델 NTUC(Nepal Trade Union Congress)부위원장, 비노드 슈레스타 지폰트 사무총장, 버디 아차리아 지폰트 국제담당 차장, 네팔동지회, 방글라데시 동지회, 한국 등 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회식을 열고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민주노총과 MOU체결할 것"
라마 포우델 NTUC 부위원장은 "좋은 날 회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많은 관심 가져달라"며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인사말을 한 비노드 슈레스타 지폰트 사무총장은 "MTU, 방글라데시 노동자, 영국, 여러나라에서 오신 것을 지폰트 사무총장으로서 환영"한다며 인사말을 열었다.
이어서 "네팔 노동자가 어디에 있든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이 지폰트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특히 송출국과 관련해) 자기들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이주노조 운동은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하지만 양국의 노조가 교류하고 있다. (지폰트는) 말레이시아와 MOU체결하고 있고 한국의 민주노총과도 MOU 협약 맺을 것이다"라며 정부 간의 책임과 더불어 양국 노조 간의 연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무총장은 "여러분들의 활동이 승리하길 바란다"며 인사말을 마쳤다.
출입국 행태에 상처 받아
이어서 각국의 참가자들이 자기 소개와 간단한 인사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사와 근황을 이야기 하는 가운데 이번 5월에 법무부에 의해 표적 단속 돼 강제 출국 된 또르너 이주노조 전 위원장은 출입국의 비인권적인 처사를 비난했다. 또르너 전 위원장은 "상처를 아직 갖고 있다. 출입국의 야만적인 단속이 우리를 얼마나 무시하는 지 느꼈다. 상처가 아직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한국에서 이주노동 운동을 하다 표적 단속되어 강제 출국 되면 운동이 일정 부분 '단절' 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단절'이 아닌 '소통'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 의식에 시작됐다. 즉 강제 출국이 이주 노동운동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회의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리며 첫 날은 개회식과 함께 각국의 정치 상황과 개인 활동에 대한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둘째 날은 본격적인 연대 방안 모색으로 각국의 그룹이 모여 토론을 거쳐 방안을 마련하고 발표하며 방안을 도출해 낸다. 셋째 날은 폐회식과 더불어 고용허가제(EPS)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일정을 마무리 한다.
이번 회의는 한국의 MTU, 방글라데시 동지회, 네팔 동지회가 공동 주최하고 네팔의 지폰트(네팔노총), 한국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전교조, 민주노총 서울지부, 문화연대, 다산인권센터, 아시아의 친구들, 사회진보연대가 후원했다. 특히 지폰트는 회의 공간과 식사, 사무집기 등을 빌려주며 이번 회의를 적극 후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까지만(이주노조 전 위원장), 라쥬(이주노조 수석 부위원장), 마숨(이주노조 전 사무국장), 또르너(이주노조 전 위원장), 소부르(이주노조 전 사무국장) 비두(이주노조 조합원) 등 이주노조 활동을 하다 '표적 단속' 돼 강제 출국 당한 이주노조의 활동가들이 대거 참석해 이주 노동운동에 대한 열정을 나타냈다.
강제 출국 그 후
노동과 사회 운동에 대한 관심 놓지 않아
이주노조 지도부들이 연이어 표적 단속 되어 강제 출국당하는 위험 속에서도 이주 노동운동을 열심히 펼쳤던 노동자들. 그들은 어김없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의해 \'단속\'되어 강제 출국 당하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을 펼치며 한국 이주노동의 한 축을 담당했던 그들, 고향으로 간 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라쥬 전 이주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2007년 12월 강제 출국 되었다. 현재 고향인 네팔의 포카라에서 머물며 이주노동 활동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다시 다른 나라로 갈 생각은 없으며 계속 이주 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대해서는 단속 과정에 인권침해가 심하다며 법에 따라 인권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비두씨는 2003년 12월 비정규직 노동자 대회에서 경찰과 몸싸움 중 연행 되어 강제출국 당했다. 비두씨는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공동체 마을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회 운동을 계속 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회의에 참가해 옛 동지들을 보니 기분이 좋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다 반갑다고 말한다.
최근인 5월에 강제 출국 된 또르너 전 이주노조 위원장은 고향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현지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오랜 만에 고향에 오니 변한 것도 많고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사춘기를 보냈다는 또르너 전 위원장.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연행 당시의 우울증이 그대로 있다고 말하며 상처가 남아있고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노동비자 쟁취라는 의미에서 장투 사업장 동지들과 같이 연대하면서 투쟁했는데 생각지 못한 단속 추방 때문에 상처가 남았다고 전한다.
또르너 전 위원장과 같이 강제출국된 소부루 전 이주노조 부위원장도 적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내려와서 이번 회의를 준비했다는 소부루씨. 지금은 노동운동 활동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방향으론 사회 운동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하며 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확인해서 준비하겠다고 말한다. 회의에 와서 동지들을 보니 굉장히 좋고 만나게 되서 무척 기쁘다고 전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대해선 마찬가지로 인권 침해적인 단속을 비난했다. 바뀌어야한다. 한국의 공무원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이런 것은 한국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무조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노동운동에서도 잘 알려진 마숨 전 사무국장도 사회 운동을 모색하고 있다. 까지만 전 위원장은 고향에 온 뒤 평소 알고 지내던 분과 지난 5월 결혼을 했고 앞으로 활동 계획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