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학은 너무 어렵다?
철학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용이나 초보자용으로 나온 입문서류도 많이 있다. 문제는 입문서라 해도 제대로 된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내용이 너무 빈약해서 교재로 사용하기 곤란한 책들이 많이 있다.
요즈음 노동자 교육이나 강의 등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대상인 노동자들의 낮은 수준이나 사상의 빈약함에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교육주체, 교육 강사 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너무 어렵게 학구적으로 설명한다든지, 노동자적인, 계급적인 정서와 생활감각을 놓치고 그저 지식만을 전달하는 데 그친다든지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이제는--맑스가 『포이에르바하테제』에서 말했듯이--“교육자 자신이 교육되어야 한다.” 이제 모든 노동자교육운동에서 ‘교육자부터 교육시키자’! 그리고 노동자의 계급적 정서에 적합한, 그리고 대중의 생활감각과 경험에 확실히 근거한 교육운동으로 나아가자!
2. 책을 읽지 못하는 사정
지금 선진노동활동가들의 사정은 이렇다--그 힘든 노동을 하고, 퇴근하여 쉴 틈도 없이 여기저기 활동하러 다녀야 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와 인터넷 뒤져보고 잔다. 도대체 언제 책을 읽으란 말인가?
물론 인터넷 뒤져보는 것도 중요한 공부 방법이 되었다. 그러나 보다 체계적이고 보다 필수적인 매체는 역시 책이다. 노동활동가들도 그건 알고 있다. 즉 활동이 점점 더 깊어갈수록 학습의 필요성을 더욱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강의도 다니고, 토론회도 다니고, 더 선진적인, 계급의식화된 활동가는 보다 심도 깊은 세미나에 결합하든가, 학습소모임을 하든가 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 자신은 직접 주체적으로 독서도 안한 채, 남들이 강의하고 발제하는 걸 듣기만 한다면, 그러한 사람에게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일상에 쫒기는 활동가들은 책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그것도, 제일 어렵고, 딱딱하기만 하고 재미도 없는 철학 책을?
3. 요렇게 하면 그 어려운 철학공부도 마스터할 수 있다
필자가 대학원에 가서 터득한 책 읽기 비밀을 돈 한 푼 안 받고 제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만 전수해주겠다.---우선 한 권의 책을 다 읽는 것이 아니다. (물론 철학공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중요한 책 한 권을 선정해서 전부 완독을 하는 편이 좋지만) 비밀이란 이렇다---목차를 보고 그 중에서 꼭 읽고 싶은 부분을 선정해서 그 부분만 읽는다! 그러면 그 책은 끝이다.
다음으로, 경제학이나 정치학과는 달리, 철학서들은 너무 깊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어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철학은 ‘양’보다는 ‘질’이 훨씬 더 중요한 학문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해보자---한 권의 책을 선정해서 하루에 2-3페이지만 집중 읽는다. 그러면 1주일에 10페이지 정도를 본다. 하루 30분만 투자해도 좋다. 가지고 다니면서 짬짬이 공부한다. 노동활동과 실천 활동에 바쁜 선진노동활동가들은 책을 멀리 하게 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해고자활동가나, 혹은 진정 선진적-변혁적 활동가(혁명가)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맑스주의변증법철학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철학책을 손에 쥐어야 한다!
4. 좌파 인텔리활동가들의 경우
좌파 인텔리활동가들의 경우는 과거에 학습한 철학지식을 다 버려야 한다. 우리가 80-90년대에 잘못된 스탈린주의철학(심지어는 레닌의 『유물론과 경험비판론』도 문제투성이이다)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근본 토대에서부터 다시 철학을 재학습해야 한다.
지금 서울사회과학연구소나 신좌파나 자율주의, 프랑스철학들이 대유행이다. 그 쪽으로 빠져드는 많은 진보지식인들이 있다.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탈이다. 그 사람들은 그 쪽으로 가라고 하고, 좌파는 기존 철학 학습에서 기계적 유물론(즉 주체가 상실된 속류 반영론)이나, 스탈린주의적으로 형해화된 변증법을 거두어내고 정통 맑스주의적 좌파 철학을 완전히 재정립/재구성하는 작업에 동참해야 한다.
인텔리활동가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아주 치밀하게 커리큘럼을 짜고, 가장 올바르게 교재를 선정해서 꾸준히 철학학습을 진행/심화시켜가야 한다. 변증법에 대해 무지하거나 초보적인 지식으로 만족해서는 결코 실천의 올바른 발전은 기할 수 없다. (예컨대 모택동의 글들은 지극히 수준 높은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었고, 변증법적 철학방법론으로써 정세를 분석하고 운동내 정세를 분석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반면 트로츠키의 경우는 비록 그가 훌륭한, 뛰어난 맑스주의정치학적 저술을 많이 남겼지만, 철학에 관해서는 빈약했다. 그저 “불균등결합발전론”을 제기했는데, 그 자체가 과연 헤겔적 깊이를 담은, 충분히 변증법적인 사상인가는 의심스럽다.)
5. 그러면 왜 철학이 필요한가? 왜 철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세 가지 필요성을 들 수 있다.
첫째, 사고의 훈련, 둘째, 판단의 방법, 셋째, 사색의 깊이--바로 이러한 것을 위해서 철학, 특히 변증법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지면 관계상 간단히 설명한다.
첫째, 철학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꾸준히 읽어나갈 때 저절로 사고의 훈련이 된다. 즉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다. 둘째,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철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 모든 현상을 다루고자 하기 때문에, 그 활용도가 넓고, 그 자체가 세계관이요, 인생관이자, 인간의 의식을 고도로 발전시켜주는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80년대 이래 좌파인텔리활동가들은 필수적으로 철학을 학습하고 토론해 왔다.
이제 노동활동가들도 필수적으로 ‘철학적 훈련’을 거쳐야만 인텔리활동가의 수준을 넘어설 수 있고, 인텔리활동가들의 지배에서 벗어나, 운동의 계급적 헤게모니를 가져갈 수 있다.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노동대학들이 유행이지만, 정말 제대로 된 노동자철학 강의가 아쉬운 형편이고, 선진 활동가들의 철학 학습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셋째, 철학은 과학적 판단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사색의 깊이를 가져다준다. 철학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구체적이며 가장 실천에 유익한 학문인 것이다.
6. 진정한 맑스주의자가 되려면 철학공부는 필수
왜 다시 철학인가?---맑스주의의 구성요소가 철학/경제학/정치학(혹은 사회주의이론)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념으로서의 맑스‘주의’는 원래 독일관념철학에 근원을 두었다. 즉 칸트에서 피히테, 셸링, 헤겔로 이어지는 연장선상에 맑스와 엥겔스가 존재하였다. 또한 맑스 정치경제학은 본래 아담 스미스와 리카아도의 영국고전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승계로 탄생한 것이기에, 『자본론』을 진정 제대로 이해하려면, 스미스의 『국부론』을 선행 읽어야 된다고 어느 선배는 말하였다.
사회주의이론의 경우, 생시몽/푸리에/오웬 등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에 관한 국내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맑스주의적 사회주의사상은 본래 이들 프랑스 초기 사회주의자들의 작업의 역사적인 연장선상에 위치하였다. 『공산당 선언』 후반부에 나열된 각종의 당대 사회주의자들과의 혈투 속에서 맑스주의는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그 태생적 근원인 헤겔 변증법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레닌은 죽을 때 유언장에서 “부하린 그는 변증법을 알지 못한다”라고 썼다) 맑스와 레닌의 철학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맑스의 유물론과 변증법을 진정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수많은 맑스주의자들이 있었다. 즉 기계적 유물론이라든가 객관주의적 유물론, 속류 반영론 등 소위 역사에 존재했던 ‘변증법적 유물론’의 잘못된 해석으로 인하여 실천사업들 속에서의 제반 한계들이 도출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장 올바른 입장의 철학이 무엇인가를 추구해야 하며, 철학 학습 속에서 자신의 실천적 문제점들을 반성할 수 있어야 하며, 세계관이자 방법론인 철학을 훈련함으로써 사회적 실천 속에서 철학을 활용하여 제대로 된 실천을 해야 한다.
철학의 결여, 특히 변증법철학의 결여는 필히 수많은 오류를 낳게 된다. 온갖 편향과 오도된 판단, 빗나간 인식 등은 바로 탈(?)변증법 때문에 야기되는 인식론적 오류인 것이다.
이상에서 철학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면 이제 읽기 쉬운 철학책으로서 교재 삼을 만한 자료들을 몇 개 추려서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 중에서 마인드가 맞는 책을 골라서 열심히 공부하시길 바란다. 순서는 난이도에 따라 쉬운 것부터 정리하였다. (050416토)
[철학 추천도서 목록]
『철학은 내 친구』, 청년사 (이것도 내용은 변증법적 유물론이다)
『철학의 기초이론』, 백산서당 (얇은 책이라 접하기 쉽지만, 이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철학 에세이』, 동녘 (운동권 내 베스트셀러이나, 태부족이다)
『21세기 철학이야기』, 코리아 미디어 (신간으로서, 변증법철학의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모순론/실천론』 (모택동 저서로서, ‘노동자의 책’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의 사상』, 북막스 (캘리니코스의 책으로, 마르크스 이해를 위한 포괄적 입문서)
『재미있는 철학 강의』, 이성과 현실사 (중국책으로, 예를 많이 들었다)
『이야기 속의 철학』 (이 역시 변증법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해설한 중국책)
『새롭게 보는 논리학』, 책벌레 (약간 어렵지만, 변증법적 논리학 이해에 도움이 된다)
『철학의 기초이론』, 두레 (제목처럼 기초이론은 아니고, 필자가 교재로 사용 중이다)
* 본 칼럼은 노동네트워크(nodong.net)에 매주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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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補遺)] 이번 메이데이를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대축제로 치르기 위해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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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이데이를 노동대중이 변혁적으로 도취될 화끈한 대축제 분위기로 만들자. 변혁이 이런 거구나 할 정도로 흠뻑 도취될 대전환의 정치선동을 선보이자. 각 단체는 지금까지의 활동성과 및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노선을 간명한 테제로서 총괄하여 대중에게 제출하자. 대중에 대한 선동과 별도로 정치분파들의 강령(초안)을 간명히 정리하여 제기하자.
강령적 내용을 현 단계에 적합한 슬로건으로서 제출하자. 현 민노총 지도부에 반대하는 또 다른 반대파 지도부의 맹아세력을 대중 앞에서 과시하자. 노동조합 기회주의적 관료의 운동방식이 아닌 노동정치운동세력, 노동변혁정치운동세력의 진면모를 보여주자.
일찍이 맑스는 “변혁은 민중의 축제”라고 말한 바 있다.
-- -한 손에는 책을, 다른 한 손에는 축배를, 우리의 변혁적 정치의 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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