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노조결성을 시도한 노동자들에게 노조설립신고 취하 등을 조건으로 금품을 제공하려 했다는 증거물이 공개됐다. 삼성쪽이 노조설립 움직임에 대해 거액의 금품으로 회유하면서 노조설립을 취하하게 했다는 증거자료가 제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문이 일 전망이다.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성환) 조합원인 김규태씨는 지난 7일 노조법 위반 및 폭력행위 등에 대한 법률위반 혐의로 이건희 대표이사<사진> 등 6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김씨가 고소장과 함께 검찰에 제출한 증거자료에는 노조설립신고 취하와 퇴사를 조건으로 2,900만원의 금액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각서가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수원공장 세탁기와 에어콘 생산부분을 법인이 다른 광주공장으로 이전하면서 해당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광주공장으로의 전직이나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이에 반발한 오영길씨와 김규태씨는 각각 자신을 위원장, 부위원장으로 하는 노조를 만들고 신고서를 같은달 25일 수원시청에 제출했다.
삼성일반노조와 검찰에 제출된 고소장에 따르면 노조설립신고서가 제출되고 이틀 뒤인 5월27일 김규태씨는 인사과 ㅇ차장과 ㅅ차장에게 인사과 상담실로 강제로 끌려간 뒤 5시간 넘게 감금당했으며 노조설립신고 취하와 사직을 강요당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김규태씨는 ㅅ차장이 직접 작성한 “2,90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노조와 김씨가 문제의 각서라면서 공개한 복사본에는 메모지용 노트에 “지급약속 2,900만 약속함. 인사그룹 000. 5.27”이라고 적혀 있으며 ㅅ차장의 사인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노조쪽은 김규태씨가 정해진 희망퇴직금을 받은 뒤 6월말께에 추가 퇴직금 명목으로 해당 금액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노조설립신고서 제출 당일 삼성전자 인사과 ㄱ부장, ㄱ과장, ㄱ대리가 오영길씨의 자택까지 방문해 다시 오씨를 회사로 끌고가 강제적으로 노조설립취하서와 사직서를 쓰게 한 뒤 다음날 새벽에야 풀어줬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 및 계열사 노조가 설립되고 취하되는 과정에서 회사 쪽이 협박과 함께 거액의 금품을 제공하면서 노조설립 취하 등을 회유했다는 주장이 노동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에 대해 증거자료가 제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검찰 수사과정에서 노조가 제출한 증거자료에서 회사 관계자의 서명이 필적 감정 등을 통해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그동안의 의혹이 처음으로 확인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시 삼성전자의 노조설립 방해 의혹은 관련 기사는 경기도 내 모 일간지 초판에 게재됐다가 삭제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조가 제출한 증거자료에 서명한 것으로 나오는 ㅅ 차장은 "(노조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절대 그런 일 없다"며 "김규태씨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퇴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노조와 김씨가 증거자료를 날조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