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임금교섭 (21일 1차, 22일 2차)
명분도 실리도 찾지 못한, 교섭 결렬...
21일째 파업 중인 대구경북건설노조와 어렵게 교섭을 재개한 전문건설업체들이 오히려 임금을 삭감하는 요구안을 들고 나와, 교섭은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점거농성을 빌롯한 노동조합과 전문건설업체와의 대치상태는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2시 교섭테이블(10차교섭)로 복귀한 13개 대구지역 전문건설업체(2개회사는 위임장 제출)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건설노동자에 맞서 사측의 제시안을 들고 나왔다.
1차 임금교섭
일시 : 2006년 6월 21일(수) 14- 22시
참석자
사용자측 - 진솔건설 본부장, 두리건설 대표, 창건 대표, 보극건설 대표, 용원건설 대표, 광용건설 대표, 석종건설 대표, 원일건설 대표 , 노무사, 전문건설협회 대구지부 (대현건설, 태흥토건은 위임)
- 임금인상 방식에 대하여 이미 공사중인 곳과 10월 1일 이후 수주받을 예정공사에 대하여 인상을 분리적용하자.
- 이미 공사중인 곳은 절대공기 부족부분에 대하여 적정기능인력 투입시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것과 10월 1일 이후 수주하는 공사는 5%의 임금을 인상하겠다.
- 세금, 4대 보험 적용에 대하여 노사가 노력하자
▶ 교섭내용 1차 노동조합 주장
- 임금인상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
- 임금인상 방식을 분리적용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한다. 왜냐하면, 현재 진행중인 공사와 10월 이후 공사분이 동일한 시기에 차액의 임금을 받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점과 10월 1일 이후 수주받는 공사는 실제로 내년 2- 3월 경에 시작되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 임금인상이 아니다.
- 임금인상의 기준을 형틀목수는 날일로 하고, 철근은 지원팀을 기준으로 하자
1차 임금교섭 결과
임금인상의 시기와 적용방식과 기준이 매우 다르므로 다시 논의해서 만나자
2차 임금교섭
일시 : 2006년 6월 22일 22시- 23일 1시 30분
참석자
사용자측 - 진솔건설 본부장, 두리건설 대표, 보극건설 대표, 용원건설 대표, 노무사, 전문건설협회 대구지부
- 임금인상액에서 1차 보다 진전된 현재 공사중인 현장에 대하여 형틀목수 직영에 대하여 5% 인상하고, 10월 1일 이후 공사에 대하여 10%인상하겠다. 철근은 인상할 수 없다.
- 이것이 최종안이다.
▶ 교섭내용 2차 노동조합 주장
- 임금인상 방식에 대하여 구분하는 것에 대하여 분명히 반대한다.
- 우리의 수정안은 8시간 기준 일당 10%인상을 요구한다.
2차 임금교섭 결과
- 교섭은 결렬되었음을 확인하되, 서로간의 시각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자.
- 사용자측 주장에 대하여 노조에서 논의하고, 노조측 주장에 대하여 사용자들이 논의해서 이후 일정을 다시 잡아서 논의하자.
교섭에 나와라...
대우 트럼프월드 33층 고공농성 돌입
지난 6월20일 대우 트럼프 월드 33층에 조합원 70여명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공안당국의 방패막 뒤에 숨은 전문건설업체들이 전혀 교섭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어 생존권 위기에 몰린 건설 노동자들의 절박한 사정을 알리고 교섭타결을 촉구하기 우해 목숨을 걸고 농성에 나섰다.
여보. 힘내세요
“엄마! 아빠 언제 들어와?”
“우리 민지, 아빠 보고 싶구나. 조금만 있으면 들어오실 거야. 조금만 기다려.”
“엄마는 거짓말쟁이! 아빠 매일 들어오신다고 해놓고선 일곱 밤이나 지났는데 안 들어오잖아.”
민지가 팩 토라지며 화를 냅니다. 나는 민지를 끌어안고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달랩니다. 당신은 지금 며칠 째 집에 못 들어오시고 계시네요.
아이엠에프때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당신은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요. 당신이 노가다를 시작할 때 나는 우리 친정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한평생을 공사판을 전전하시며 식구들을 부양했던 친정아버지는 결국 공사현장에서 심하게 허리를 다쳐 긴 투병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시고 말았지요. 당신만은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만을 바랬는데 당신마저 공사판에 나간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월급을 제 때 가져오는 때가 드물었지요. 새벽에 나가서 하루 열 두 시간 동안 죽어라 일하고도 월급을 제 때 못 받아오는 당신이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당신을 믿고 있다가는 아이들의 미래마저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신에게 짜증을 내고 심한 말을 퍼붓기도 했지요.
이번에 대구지역의 건설노동자 2천명이 사상초유의 파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왜 당신이 파업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당신이 임금을 제 때 받고 싶지 않아서 못 받은 게 아니라 ‘쓰메끼리(유보임금)’ 때문에 월급을 제 때 못 가져온 것을 이제야 겨우 알게 되었지요. 심지어 십장이 돈을 들고 튀어버리면 돈을 못 받는다고 하니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한단 말인지요. 당신이 내가 걱정 할까봐 늘 괜찮다고만 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저는 얼마나 나쁜 아내인가요.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데 당신의 임금은 늘 제자리걸음이었지요. 아파트 평당 가격은 몇 백씩 올랐다고 하는데 왜 당신의 월급은 그대로인지, 그 도깨비 같은 일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발주처에서부터 원청 하청이 몇 단계로 공사대금을 떼어먹을 수밖에 없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때문에 그런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피땀을 흘리며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군요.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사대보험 적용도 안 되기 때문에 산재사고가 나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 고통을 떠안아야 되는 건설 노동자의 설움과 고통을 당해보지 않으면 아무도 이해할 수 없겠지요. 그 설움과 고통을 깨부수기 위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건설노동자들이 일어섰던 그날, 당신의 눈빛은 결연한 각오로 빛나고 있었지요.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며 노동자로서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일어선 그날, 나는 당신을 말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건설노동자의 가족이라면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더 이상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당신의 정당한 투쟁은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것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여보, 힘내세요.
건설 노동자인 당신의 등 뒤에는 아내와 딸과 아들과 온 식구들이 당신의 투쟁을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