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를 보낸 뒤 곧바로 옥상에 뛰어 올라갔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 제가 기르는 채소들을 보면 조금은 위안이 되기 때문입니다. 남편 목 수술이 잘 되길 기도하며 스티로폼 상자에 쪽파 씨앗을 심었습니다. 햇볕이 어찌나 뜨거운지 얼굴이 화끈거리고 땀이 비 오듯이 흘러 눈이 따가웠습니다.
남편이 수술하는 당일이었습니다. 집안 정리를 하다 날이 샌 줄도 몰랐던 저는 남편 간병에 필요한 물건이 담긴 배낭과 커다란 가방을 들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부산에 도착해 두 정거장을 걸은 뒤 병원에 다다랐습니다. 병실에 가니 남편은 흰 수술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맞으며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고, 걱정이 되어 아침 일찍 왔다는 남편 친구가 곁에 있었습니다.
수술시간이 되어 남편은 침상에 누운 채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수술 잘 될 테니 걱정 말라고 한마디하는 순간 수술실 문이 닫혔습니다. 뒤돌아 서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5,6번 목뼈에 인공 뼈를 갈아넣는 수술동안 출혈이 많아 남편은 남들보다 수술시간이 더 걸렸다고 합니다. 남편은 수술 후, 일주일간이나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남편은 날이 갈수록 몸이 더 아프다며, 목이 아파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겨우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침 삼키기가 힘들다. 머리꼭지부터 전신이 다 아프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고, 숨을 못 쉬겠다."
기도가 많이 붓고 가래가 끓어 호흡이 곤란했던 남편은 결국 중 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았습니다. 남편은 다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몸에는 혈압과 심장박동수, 호흡체크기계와 산소포화도 검사기가 설치되었습니다.
2~3일간이나 호흡 곤란을 겪었던 남편은 잠이 스르르 들려고 하면 누군가가 "일어나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눈에 헛것이 보이고, 병원이란 생각이 안 들고, 다른 나라에 있는 기분이라며, 벌떡 일어나 어디 갈 것 같다는 등 정신이 혼미하다며 잠을 못 잤습니다.
오래 누워있는 탓에 뒤통수에는 진물이 흐르고 온 몸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프다던 남편이 이상한 말까지 하니 저는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