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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보(소식)게시판 

    제목 기고글 [한국 사회가 원하는 진보가치]
    번호 1691 분류   조회/추천 6447  
    글쓴이 최 정도
    작성일 2009년 02월 28일 18시 21분 08초

    <기고>
    한국 사회가 원하는 진보가치
    한국 사회가 원하는 진보가치
    “새로운 진보,신좌파의 좌표”.진보신당의 슬로건이다. 민주노동당 다수파를 “종북주의”로 몰아붙여 분당의 명분을 만들고 태어난 진보신당은 좌파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진보”가 되고 싶은 것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키워온 진보정당을 두 쪽 내고 진보진영을 분열시킨 “태생적 원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새로운 좌표 제시”는 진보신당에게 절박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진보신당은 창당 후 1년이 되도록 한국의 진보가 추구할 새로운 좌표를 명쾌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민노당 탈당 사태를 일으킨 목적이 특정 계파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진보의 참다운 가치와 전망을 찾기 위함이라는 주장을 입증해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 총선 이후 당의 명운을 건 “제2창당”을 목표로 진보가치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벌이기는 했다.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평등,평화,,생태,연대의 “4대 가치”.지난 1년 동안 진보신당은 이 4대 가치를 화두로 다양한 논의를 전개했고 지금도 진행중이다.최근 “좌파”를 자처하는 이들이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자문자답하는 일이 부쩍 잦아진 것은 진보신당의 “진보가치 논쟁”분위기와 상통한다.
    진보신당은 3월로 예정된 당대회를 전후하여 이 문제를 일단 매듭짓고 “제2창당”을 가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혀놓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벌여온 진보가치 논의 과정이 뚜렷한 이념과 좌표를 정리해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문제점만 표출시킨 상태인지라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외연확대”에만 몰두한 4대 가치
    진보신당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평등,평화,생태,연대의 4대 가치와 관련해 제기되는 가장 대표적인 비판은 별개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그럴듯한 개연성 없이 열거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이런 의견들의 밑바탕에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진보적 이념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철학적 해명이 모호하고 불충분하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원래 진보가치를 논하려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철학적 입장,사회역사에 대한 관점과 해석,진보운동의 궁극적인 목표 등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4대 가치는 이 같은 근본적 물음들에 명쾌하게 대답해주지 못한다.애초에 어떤 철학적 및 사상적 입장을 정립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심으로 참다운 진보가치를 세워내려 하기보다는 여러 갈래로 흩어져 각개전투하고 있는 좌파들을 진보신당이라는 틀로 묶어내려는, 좋게 말해서 “외연확대”이고 정확히 말하면 “세력확대”에 목적이 있었다는 얘기다.한마디로 4대 가치란 이른바 “좌파”로 분류되는 다양한 세력들이 각자 중시하는 화두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좌파 그룹들 속에서도 “4대 가치는 너무 추상적이다”, “사상적 입장이 안 보인다”는 지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새로 만들 당 강령에 “사회주의”를 명기하자는 의견까지 제출되었다.그러자 다른 한쪽에서는 “이념을 명시하기보다는 진보신당이 원하는 사회의 모습을 쉬운 내용으로 풀어서 반영하자”며 맞섰다.이런 논란 속에서 “사회민주주의”, “반자본주의”등등 형형색색의 입장들이 개진되기도 했다.현재 이 문제는 “사회주의 등 특정 개념을 쓰지 않는”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더 이상의 논란은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이런 논쟁을 통해 새삼 확인되는 것은 진보신당을 떠 받치고 있는 좌파세력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는 사실이다.하나는 내심 유럽 복지국가들의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면서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은 채 “외연확대”에 골몰하는 세력이고,다른 하나는 이른바 “노동자계급성”이나“사회주의”를 막무가내로 내세우면서 폐쇄적인 사상방식과 돌출적인 행동패턴을 일삼는 사람들이다.이 두 부류는 편의상 “좌파”로 분류될 뿐이지 실은 한 데 묶기에 난감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주,통일 문제를 외면한 진보가치
    사실 진보가치에 대한 논의는 어느 정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평등,평화,생태,연대라는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문제될 부분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진짜 문제는 한국의 진보세력이 한국 사회의 진보를 논하면서 자주와 통일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고의로 제쳐두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진보신당의 진보가치 토론들에서 “자주”나“통일”을 주제로 진지하게 논의 했다는 얘기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늘의 한국에서 자주,통일 문제를 외면한 “진보”가 정녕 진보일 수 있단 말인가.전통적으로 자주,통일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실천해온 세력을 “종북”으로 매도했던 진보신당이 이 문제를 외면하고 싶어하는 심리는 이해되지만 엄연한 역사와 현실 상황마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고개를 틀어도 좋은 것일까.
    일반론적으로 볼 때 진보를 말하면서“자주”라는 용어를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자주(自主)는 말 그대로 스스로 주인이 되는 것이다.자기 문제를 자신이 결정하고 자기 책임 하에 자기 뜻대로 행하는 것,그것이 자주다
    스스로 주인이 되어 행복을 추구하는 근본이익을 위해 모든 종류의 부당한 억압이나 예속을 거부하는 것이다.자기 삶은 자신이 결정하고 자기가 책임진다는 인간의 당연한 본성이 개인으로부터 사회집단으로 확장된 것이 민족적 자주의식이고 민중적 자주의식이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의해 억눌리고 왜곡된 자주를 실현하자는 것은 진보 그 자체이자 본질로 봐도 무방한 것이지 특정 세력이 선점했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통일 문제도 마찬가지다.우리나라는 엄연한 분단국이고 정치,경제,안보,문화 등 분단 상황에 영향 받지 않는 분야가 없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통일은 민족의 숙원”이라고까지 할까.분단으로 인해 가장 큰 희생을 강요 당하는 것도 노동자를 비롯한 대다수 민중이다.
    민중의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지향하는 진보주의자라면 분단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는 것이다. “종북”이라는 게 정말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 해도 “종북”을 비판함과 동시에 분단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는 있는 것 아닌가.
    한국의 진보임을 잊지 말아야
    진보신당이나 “좌파”를 자임하는 이들에게,우리가 우선 집중해야 할 것은 한국 민중의 현실이고 한국 사회의 진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그들 자신부터가 한국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한국 민중의 일원이기 때문이다.한국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고 거기에 실천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한국의 모든 진보주의자들이 출발선으로 삼아야 할 지점이기 때문이다.
    우선, “역사적 과정”이라는 맥락에서 들여다보자 .한국 사회는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내부로부터의 봉건체제 극복 운동이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된 뒤 오랜 식민지배와 전쟁,장기간의 파쇼독재와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진 한국의 20세기는 세계사에서 특수한 위치를 점한다.반세기를 넘긴 분단의 사슬을 끊어보려는 노력이 21세기에 들어와 결실을 이루고 있는 것도,여전히 주변 강대국 (특히 미국)의 영향권 안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만이 경험한, 우리만이 경험하고 있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배제한 채 외국의 이론이나 사례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음이 자명해진다. 미국식 자본주의도,유럽식 사민주의도 우리의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다.미국이나 유럽의 오늘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진화돼온 것임을 인정한다면 그들의 “정답”이 우리에게 그대로 직수입될 수 없음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지배계층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도 생각해보자.한국의 지배계급을 “자본가계급” 혹은 “자산계층”이라는 일면으로만 이해해도 괜찮은가. 한국의 지배층은 외세의 힘에 기대어 태어나 식민과 분단 체제의 단물을 빨아먹고 자라온 존재다.만주에서 독립군을 때려잡던 자의 후손들이 오늘은 “좌빨” 딱지를 붙여대며 민주,통일 세력을 짓밟고 있다.
    미군정의“적산” 처리와 원조물자를 얻어 자산가로 발돋움한 자의 후손들이 오늘은 한국 경제를 좌우하며 비정규직과 신용불량자,무주택 서민을 양산하고 있다. 그들은 자본가계급이기 이전에 사대매국과 분단체제에 사활적 이해를 둔 자들이다. 한국 지배층은 전형적인 “자본가계급”이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현실에서 한국 민중의 근본적 요구를 직시해야 한다
    한국 민중의 행복을 만들기 위한 전제적 과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회주의인가,아니면 사회민주주의인가,자주권을 온전히 행사하지도 못하고 사회제도를 자기 민중의 바람대로 바꿔나갈 수도 없는 현실에서,분단으로 인한 총체적 질곡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면서 과연 “대안체제”논쟁에 몰입하는 것은 온당한 일인가,순서가 틀려도 너무 틀린 것 아닌가.
    한 가지 실례를 들어 보겠다.그 동안 한국이 주한미군에게 갖다 바친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서 미군측이 쓰고 남아 비축해둔 돈이 1조1193억원이라도 한다. 이만한 돈이면 대학생 1인당1년에 1 천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낸다고 가정할 때 대학생10만명을 무료로 공부시키고도 남는 액수이다.
    분단 해소로 안보 부담이 경감된다면 국가 규모에 비해 과중한 국방비와 “미군 상납금”을 사회적 평등과 복지를 실현하는 데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미국에서 “주한미군 감축” 얘기만 나와도 당장 큰일나는 것처럼 화들짝 놀라고 정부 비판이나 진보적 주장을 펼치면 곧바로 빨간딱지를 붙여대는 희한한 체질의 소유자들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자주와 통일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를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정상적인 사회로 만들자는 애기와 다르지 않다.
    합리적 이성이 압도하는 정상사회가 되어야 진보도 보수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벗어버려야 민주와 평등,평화,생태환경 등 제반 진보의 가치들이 확산되고 실천가능하지 않겠는가.
    이상의 세 가지 이유만으로도 어째서 자주와 통일이 한국 사회의 숙명적 과제가 되는지, 왜 한국 진보운동의 근본 지향이 되어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된다.그것은 한국의 진보가 근거하고 있는 현실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참다운 진보가치로 업그레이드된 진보신당을 기다리며
    진보가치 논쟁을 통해 진보신당은 “진정한 진보의 관점은 계급적 관점을 통한 공동선의 추구”라는 인식을 보여 주었다. 진보신당이 말하는 “계급적 관점”이 정직하게 살며 일하는 대다수 민중의 관점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진보신당이 말하는 “공동선”이 바로 한국 민중의 근본이익을 뜻한다고 믿고 싶다.
    진보란,피억압 민중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주인답게 사는 삶을 개척하려는 고민과 열정이며 거기서 얻어진 결실이다.
    지배계층의 가치관이 이기적 탐욕의 가치관, 폭압과 수탈의 가치관이라면, 민중의 가치관은 정직하게 땀 흘리며 더디 가더라도 연대하는 가치관,빼앗기고 힘없는 민중을 주인으로 세우려는 가치관인 것이다.
    진정으로 한국의 노동자민중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는 진보주의자라면 민중의 행복을 가로막는 사회구조의 뿌리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진보신당이 자주권 확립과 평화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방기한 채 “사회민주주의와 유럽식 복지사회” 의 홍보대사로 전락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정당한 자주의식,올바른 통일관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이념전선을 회피하는 것이며 냉전조수세력의 노리갯감으로 되고 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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