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25일) 각 언론사들이 일제히 “현대차가 비정규직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울산공장 내 협력업체들을 완전 도급 형태로 전환할 방침이며, 이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사내협력사 운영 개선계획서’를 최근 울산지방노동사무소에 제출했다”라는 보도를 내놓았다.
2. 언론사들이 보도한 내용 중 ‘사내협력사 운영 개선계획서’란,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불법파견 진정을 한 사건에 대해 노동부의 “울산공장 101개 업체 모조리 불법파견” 판정을 내림에 따라 현대차가 이미 지난 1월12일 노동부에 제출한 것이다.
3. 이 ‘개선계획서’는 지난해 비정규직노조의 진정에 대해 노동부가 울산공장 12개 업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리면서 현대자동차가 10월19일 노동부에 제출한 개선계획서와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심지어 현대차 측은 사전 검토조차 없이 지난해 계획서를 그대로 베끼느라, 계획서 마지막 페이지에 “진정인인 비정규직 노동조합에서 요구하여”라는 표현조차 수정하지 않고 제출하는 실수까지 범했다. (1월12일 제출한 개선계획서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아니라 정규직인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진정인이며, 10월19일 제출한 개선계획서를 그대로 베끼다보니 발생한 웃지 못할 사건이라 하겠다.)
4. 지난해 10월19일 제출한 개선계획서에 대해 노동부는 “개선 계획서를 받았지만 이행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검토됐으며, 근무형태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같은해 11월18일 울산동부경찰서에 고발조치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글자 하나 바꾸지 않고 1월12일 제출한 개선계획서에 대해, 2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으며, 지난 20일 김대환 노동부장관은 “회사의 개선계획이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해 필요하다면 보완지시”하겠다며 현대 자본의 불법과 탈법을 감싸주는 듯한 발언까지 남발하고 있다.
5. 또한 2주일 전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했음에도 지금에서야 일제히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는 점에 대해, 현대차와 경총 측의 언론플레이가 개입되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노동부의 판단시점이 임박했으며, 그에따라 현대차와 경총 측이 여론 사전정지작업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6. 현대차 측이 제출한 개선계획서는 한마디로 실효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현대차 측은 정규직 생산라인과 비정규직 생산라인을 구분하여 작업배치를 전환하는 이른바 ‘블록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자동차생산의 특성상 단일한 완전흐름생산 시스템에서 아무리 ‘블록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결국 현대차 측의 작업지시와 노무관리 하에 생산이 이루어지게 되므로 불법파견의 소지는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즉, 자동차생산 콘베이어벨트 시스템상 ‘완전도급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7. 또한 ‘블록화’ 추진계획은 현대차 측이 아예 2~3개월 가량은 생산라인 가동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계획이다. 이는 현대차 내부에 정규직, 비정규직 약 4만여 생산노동자의 작업공정을 모조리 배치전환을 통해 바꾸겠다는 것인데, 수년 동안 자신의 공정에서 숙련도를 높여온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작업공정을 일거에 바꾼다면 정상적인 자동차생산은 불가능하다. 최소한 2~3개월 가량은 4만여 생산노동자에게 직무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고 시험생산가동기간을 거쳐야만 가능한 계획인데, 비정규직노조의 하루 2시간 잔업거부투쟁에도 “생산차질 수십억”이라 떠드는 현대차가 과연 이러한 계획을 밀어붙일 의지가 있을지 대단히 의문스럽다. 다시말해 당분간 자동차생산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현대차가 제출한 개선계획서는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8. 현대차 측은 스스로 실행할 의지조차 없는 개선계획서를 마치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겠다’는 포장을 하여 제출함으로써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더 이상의 악의적 언론플레이는 사기행각일 수밖에 없으며, 현자비정규직노조는 현대차의 악행을 두고보지 않을 것이다.
9. 현자비정규직노조는 21일 평화로운 집회대오가 현대차 경비대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사건에 대해 현대차 최고책임자 형사고발 및 그동안 벌어진 수많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노동부 고소고발을 오늘 오후에 진행할 예정이다. 그간 모진 탄압으로 비정규노동자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현대차 원하청 자본이 응분의 댓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
10. 이번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처리과정은 또한 현대차 뿐 아니라 그간 현대 자본 측의 시녀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자본의 불법행위는 눈감아주고 오로지 비정규직 탄압에만 열을 올렸던 노동부와 경찰당국의 태도를 가늠하는데 좋은 잣대가 되어줄 것이다. 지난해 11월18일 노동부가 현대차를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은 아직도 제대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으며, 반대로 사측이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서는 고소고발 즉시 소환장을 날리며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노동부 또한 13일짜리 한시하청이 불법파견의 형태로, 불법대체인력의 형태로 수백명이 들어오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현자비정규직노조 투쟁을 불법으로 매도하고 있다.
11. 우리노조가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지켜보면, 그간 “검·경 당국과 노동부가 현대 자본의 시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우리노조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