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건설플랜트노조에 대한 삼성정밀화학의 불법사찰,
그 진실과 배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지난 1월 22일 울산공고 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동조합(위원장 박해욱) 정기총회 행사장에서 삼성정밀화학 총무주임의 지시로 이○○라는 사람이 행사장에 출입하는 조합원과 차량의 번호판을 캠코더로 촬영하다 조합원들에게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유령휴대폰’을 이용한 노동자 감시와 정보인권유린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삼성SDI에 이어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에 대한 삼성정밀화학의 불법사찰 활동이 사실로 확인된 것에 대해 우리는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04년 1월 6일 노조 창립이후 노조활동에 대해 관련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불법사찰을 해왔다는 것을 사실로 확인해준 구체적인 사례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조합원에게 적발된 이○○ 외에도 불법사찰을 하다 적발돼 신원확인 중 달아난 사건이 두건이나 더 있었다. 이러한 것으로 보았을 때 이번 사건은 삼성정밀화학뿐만 아니라, 울산석유화학공단에 있는 발주처와 전문 건설업체들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불법사찰을 벌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불법사찰 사건이 울산건설플랜트노조를 의도적으로 감시하기 위하여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직한 중대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누가, 무슨 목적으로 노조를 감시하였는지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하여 그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또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삼성정밀화학을 비롯해서 석유화학공단에서 플랜트 공사를 담당하는 건설노동자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동안 정유업체를 비롯한 울산석유화학공단의 발주처들과 전문건설업체들은 수시로 대책회의를 가지고 불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조합원 색출과 취업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왔고, 노조활동을 사찰해왔다. 또한 이 블랙리스트는 울산을 넘어 건설현장이 있는 전국으로 공유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서산에 현장이 있는 ○○건설 등은 수주단계에서부터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을 채용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들은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삼성정밀화학, SK 등을 비롯한 주요 사업장에 출입을 못하고 있다. 결국 업체들의 압력으로 조합원들이 취업을 위해 노동조합 탈퇴확인서를 받으러 오는 사례가 100여건에 이르고 있으며, 미가입자들이 취업의 불이익을 우려해 노동조합 가입을 기피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이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다. 이러한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6월에 위원장과 조합원이 구속되고 20여명이 사법처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반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업체들은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단한건도 사법처리 되지 않았다.
현재 삼성정밀화학은 이 사건의 책임을 총무주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 일개 총무주임이 사회적 물의가 있을 수 있는 일을 상부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한다는 것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치졸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번 사건이 예상대로 삼성정밀화학과 연관돼 있다면, 이는 기업이 노조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감시, 통제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치밀한 방법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기본적인 권리를 탄압하는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근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의 기저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기업들의 노조에 대한 전근대적인식과 불법, 탈법을 용인하는 부패한 기업문화가 놓여있다고 본다. 특히 이 사건의 당사자인 삼성정밀화학이 소속된 삼성그룹의 무노조 정책과 지독한 노조탄압은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는 어지간한 불법, 탈법이 용인되고 기업이 권력과 유착되어 법위에 군림하는 한, 대표적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건설일용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기업의 불법행위는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고 어떻게 초일류기업이 있을 수 있으며 또 그것이 노동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는 이번사건을 계기로 삼성정밀화학, SK 등 발주처들과 전문건설업체들이 건설노조를 탄압해왔던 수치스런 행위를 반성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대화로 나오기를 촉구한다. 누가 뭐래도 울산건설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나갈 것이며, 업체들의 파렴치한 탄압에는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단호히 대처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따라서 사법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한점의 의혹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삼성정밀화학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노력을 벌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모든 사실을 드러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만약 사법당국과 삼성정밀화학이 사실을 은폐하고 무마하려 한다면 노조와 업체간의 마찰은 더욱 격렬해 질 것이다. 우리의 요구는 단 한가지이다. 건설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인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탄압을 중단하라. 우리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걸고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