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한 노동자 국제연대의 증진
- 전망과 현실 사이에 다리놓기 - 

에릭 리


노동운동의 국제연대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인터넷을 이용하겠다는 발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1972년 찰스 레빈슨(Charles Levinson)은 그의 책
{국제노동조합운동(International Trade Unionism)}에서 초보적인 형태로나마
이러한 구상을 했다. 그리고 10여년 전부터 국제적인 노동조합조직들 ― 레빈슨이
있던 ICEF(현 ICEM)은 물론이고 ― 에서는 노동운동의 국제연대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통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1992년과 93년에 열렸던 국제회의들에는 노동운동 분야의 전문가들과 피터
워터만(Peter Waterman)과 같은 학자들이 모여 이를 위한 전망을 확실하게 세웠다.
그 자리에서는 이미 새로운 국제주의(internationalism)와 새로운 인터내셔널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갔다.
그런 일들이 있은 후에 나는 1994년 {노동운동과 인터넷(The Labour Movement and
the Internet: The New Internationalism)}이라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촉진된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의
전망과,  1997년 후반 국제 노동운동조직들이 처해 있는 현실, 그리고 전망이
현실화되기 전에 극복해야 할 주요한 장애물들에 대해 간략하게 밝히고자 한다. 


1. 새로운 인터내셔널을 위한 새로운 도구

오늘날 노동조합의 활동가들이 인터넷을 통해 손에 쥘 수 있는 도구들을 통해
국경을 넘는 조직화, 조합원에 대한 향상된 서비스, 국제적인 규모의
노동교육계획, 그리고 전세계적인 수준에서의 연대사업 등 과거 5년전만 하더라도
거의 생각하기 힘들었을 일들이 가능해 졌다.
이 도구들로 인해 노조 활동가들은 (이미 이러한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에 대항할 만한 힘을 갖게 되고 그 결과 지구화라는 도전에 맞설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의 눈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반적인 경향은 이들 모든 도구들이
개방되고 표준화된 세계로 통합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
전자우편(e-mail)과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 있다. 폐쇄된 전용시스템의
시대는 끝나고 있다. 과거 컴퓨터통신을 사용하고자 했던 노조들은 폐쇄적
전용스템들에 의해 발목을 잡히곤 했다. AFL-CIO가 온라인 포럼을 만들기 위해
컴퓨서브(Compuserve)를 사용했다든지, 유럽의 노조들이 지오넷(Geonet)의
토론시스템을 사용한 것이 그 예인데, 이 경우 APC의 토론장에 연결된 활동가들은
이에 접근할 수 없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노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도구들은 크게 다섯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

1) 네트워크를 통한 전자우편, 음성우편, 그리고 팩스송수신. 이것들은 대부분의
활동가들에게 낮익은 것이고, 적은 비용으로 일 대 일, 일 대 다수로 빠르게
통신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제는 전자우편을 통해서 쉽고 간편하게
바이너리 파일들(멀티미디어 파일을 포함해서)과 HTML로 된
웹페이지들(네스케이프의 인박스 디렉트(Inbox Direct)와 같이)을 보낼 수도 있게
되었다.

2) 토론(온라인 공동체의 구축) -- (이제 막 늘기 시작한) 웹 기반의 포럼들과,
(LISTSERV와 Majordemo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전자우편을 통해 전달되는 메일링
리스트들을 포함해서 -- 은 여전히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도구들이다. 유스넷
뉴스그룹, 폐쇄된 전용토론장, 그리고 온라인 대화방(이것은 현재 3가지 정도로
구체화됐는데, IRC, HTML과 자바 기반의 웹채팅, 그리고 ICQ와 같은 개인간
대화도구가 그것이다).

3) 출판 -- 텍스트나 멀티미디어(이미지, 사운드, 비디오) 형식의 월드 와이드
웹을 이용하는 것과 새로운 "푸시(push)"기술(웹방송이나 네트방송등으로
알려진)을 사용하는 것.

4) 전화 -- 인터넷을 대안적이고 극히 낮은 가격으로 전세계와 통화할 수 있는
전화네트워크로 이용하는 것.

5) 화상회의 -- 저가의 도구들을 이용할 수 있음(CU-seeMe와 같은
무료프로그램이나 100달러 미만의 소형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등), 서로 모여서
얼굴을 맞대고 하는 회의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를 보충하는(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으로 값싼 온라인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가능성.

이러한 새로운 도구들을 이용함으로써 노동조합들은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아래에 지적된 것은 이러한 일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

- 노동운동의 국제연대를 증진시킨다 - 온라인을 통한 항의시위의 조직
- 노조내 그리고 노조간에 매우 빠르고 저렴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
- 보다 자주 모임을 가질 수 있음 - 특히 지리적으로 먼 거리가 문제일 때
- 원거리 교육의 수행 - 쌍방향 소통(interactivity)이 가능한 강의나 토론수업
- 시의에 맞는 정보의 제공 - 색채나 비디오, 그리고 소리도 사용할 수 있다.
- 조직화 사업의 수행 - 온라인을 통한 가입신청 등.
- 게시판과 조합 일정표 만들기
- 전문가와 함께 질의/응답 시간 운영 - 법적 문제, 건강이나 안전 등
- 노조원들이 온라인을 통해 노조사업에서 물품을 구매 


2. 현실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다. 전세계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이제 전자우편과 월드
와이드 웹에 접속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수백만명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다. 현재 적어도 1천2백개의 노조 웹사이트가 있으며 수십개의 온라인
회의와 온라인 공동체들이 있다.
물론 질적으로 서로 차이가 나긴 해도 대부분의 국제 노동운동조직들과 전국
규모의 많은 노동조합센터들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많은 연맹노조와 산하
지부들이 네트워크에 "얼굴을 내밀기(presence)" 위한 달리기에 함께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동운동이 효과적으로 디지털 시대에 진입했다고
착각하거나 오판해서는 안된다. 사실 노동운동은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다.
노조들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데 있어서 극히 느리다. 그 결과 온라인 세상에서
노동세력의 목소리는 텔리비전, 라디오, 인쇄물과 같은 비(非)디지털 시대에서와
마찬가지로 미약한 형편이다.
예를 들어, 소리와 화면을 보내는 기술은 온라인 상에 노동세력의 라디오와
텔리비전 방송국을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데, 이러한 기술에 내재한 가능성은
아직 실현되기는커녕 연구되지도 못했다.
온라인 소책자 정도를 만드는 것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그런데도 많은 노조들은
이제 기껏 시작한 것에 불과함에도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노동운동 전반에 걸친 인터넷 혁명은 일반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이
산업화된 국가들에 국한되고 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의 수많은
노동계급들은 한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이 국지적으로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여기에서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6억명의 사람들이 현재 통신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수치는 세계인구의 99%가
이러한 혜택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인터넷이 세계인구 가운데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한 일부 엘리트들의 전유물인 한, 노동운동은 새로운
노동자들의 인터내셔널을 창설을 위해 인터넷이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는 일을 할
수 없다.


3. 국제 레이버네트(labournet) 구축을 가로막는 장애물

1) 기반시설과 하드웨어 : 우리는 훨씬 더 빠르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14,000bps정도의 모뎀으로는 화상회의 같은 도구를 이용할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가 ISDN, DSL 그리고 케이블 모뎀과 같은 광대역의 통신방식을
지원하는 통신기반시설로 시스템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게다가, 노동운동은
개인용 컴퓨터(PC)가 학교나 노동자 가정, 혹은 공공도서관 같은 지역시설에
최대한 보급되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 컴퓨터(NC)는 낮은 가격을
약속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수백만의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업들이 결코 우리를 위해 이러한 문제를 풀어주지는 않는다.
노동운동에 있는 우리는 그들과는 반드시 공유하지 않는 우리들만의 관심이 있다.
그것은 노동계급이나 가난한 사람들과 네트워크 사이를 이어줄 다리를 놓는
것이다.

2) 암호화와 웹사이트 보안 : 우리는 전자우편과 인터넷 기반의 전화서비스에서
항상 보안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웹 사이트와 같이) 우리가 네트워크에
한 투자를 기업의 후원을 받는 해커들의 공격이나, (한국정부가
지오시티스(Geocities)에 대한 접속을 막아버린 것과 같은) 정부의 검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3) 언어 : 우리는 네트워크에서 영어의 지배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번역에 대한 투자를 증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활자 인쇄물
등에서 비용을 절약하는 것을 뜻한다. 자동 번역프로그램은 화상회의(이것은
그들의 모국어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더 쉬운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다.
그들은 읽거나 쓸 필요가 없으며, 오직 말하고 듣기만 하면 된다)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회사들과 표준제정기관들이
라틴어에 기반하지 않은 알파벳, 즉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헤브루어, 아랍어
등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것을 보장하도록 요구해야만 한다.

4) 교육훈련 -- 그리고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 : 컴퓨터에 기반한 통신이
널리 퍼지면서 전자우편을 쓰거나 읽을 수 없는 사람들은 문맹과 다름 없어질
것이다. 따라서, 노조의 간부들은 이러한 새로운 도구들이 아무리 사용자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용법을 교육하는데 투자를 해야한다. 이러한 교육과
훈련 가운데 한 부분은 언어교육일 것이다. 국제 노동운동에서 쓰이는 말들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배우는 것.

5)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지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우기 : 하나의 웹 사이트는
당신의 나라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있고, 그리고 볼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말하도록 배우게 된다. 이는 웹 게시판이나 뉴스그룹,
그리고 메일링리스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구적으로
행동해야만 한다. 그것이 지구화에 맞서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