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데이터베이스 구축의 과제와 제언
민재기(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데이터통신부)
1. 노동데이터베이스란 무엇인가
현재 노동데이터베이스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노동관련 정보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공개적으로 노동계가 함께 쓰는 제대로 된 데이터베이스는 없다"고
답하게 된다.
노동정책연구소의 '노동조합정보',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의 'M-NEWS'나
열린세무정보의 'LABOR', 각 통신망에 구축된 자료실 등 노동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들이 노동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각종 정보를
모아놓은 '게시판'으로 보아야 한다. 메뉴방식으로 자료를 분류하고 있고 다양한
검색도 지원하지 않는다.
노동데이터베이스가 없다고 말할 경우, 그것은 '내용의 중복을 적게 하고,
검색이나 갱신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정한 형식 하에 만들어진
데이터의 집합'으로서의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는 뜻이다.
2. 노동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베이스
자료가 쌓이면 쌓일수록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더 증가하게 된다.
자료들이 컴퓨터 하나를 꽉 채우고 보관용 디스켓이 쌓여갈 때, 어떤 문서가
어디에 있는지 종잡을 수 없게 될 때 '데이터베이스'(문서관리가 아니라)란 단어가
떠오른다. 어떤 조치가 필요하지 않는가.
데이터베이스는 문서관리와는 다르다. 문서관리의 목적이 어떤 문서가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내고 체계적으로 보관하는데 있다면 데이터베이스는 검색과 수정.
보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정한 형식 하에 만든다는 데 특징이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간부들이 문서관리를 넘어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곳곳에 관문들이 너무나 많지만 눈에 보이는 가장 문제점부터 짚어보자
첫 번째 하루가 다르게 쌓여 가는 자료들을 보자면 엄두가 안 난다. 어느 연맹의
경우 PC통신을 주로 하는 컴퓨터가 꽉 찼음을 호소한다.
두 번째 입력과 가공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경험이 없다. 노동계에서
데이터베이스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다.
세 번째 이를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문제에도 부딪힌다. 내부에서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를 LAN을 경험하지 못한
노조간부들이 이해하긴 어렵다.
네 번째 어떻게 유지하고 보수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데이터베이스는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 수정하고 갱신해야 하는 것이다.
크게 위의 네 가지 문제점들을 짚어 보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할 때 유의할 점과
현재의 과제를 더듬어 보자.
(1)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마음은 가는데 몸이 안 따른다! 사실 자료관리자조차 벅찰 정도로 자료로 정리되지
않을 때 답답하다. 더구나 이 자료를 보관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라면 자료관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안타깝게 여길 것이다. 이 자료들을 컴퓨터에 입력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려고
한다면 더욱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에서 해결할 점은 이러한 자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기획이다. 특히
데이터베이스 구축과정에서 기획은 매우 중요하다. 자료를 어떻게 모을 것이며
코드를 어떻게 부여 할 것인가. 자료들을 어떤 형식으로 저장할 것이고 인력은 몇
사람이 필요한가 등등... 이 '기획단계'가 어쩌면 데이터베이스의 성패를
좌우한다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입력과 가공의 과정'은 기획에 따라서 만들어진 형식에 맞추어 데이터베이스의
내용을 만드는 작업이다. 쌀을 퍼서 씻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이 작업은 대단히
지루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데이터베이스가 프로그램만 있으면 되는 줄 알고
있지만 제대로 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경우 SOURCE DATA를 만드는 것이 가장
힘들다. DATA가 수백 개 정도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수천 개, 수만 개라고 했을
때는 입력과 가공을 언제까지 끝낼지 쉽게 계산할 수 없다.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과정'은 가장 마지막에 해도 괜찮기는 하지만
입력과 가공단계에서 같이 진행이 된다면 일이 편해진다. 시스템의 구성은
데이터의 양이 얼마나 될 것이며, 이용자들의 요구가 무엇인가 등등...을 파악한
후에 가능하다. 이 속에서 하드웨어의 선정과,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예산까지 결정된다.
'유지 보수'는 기획단계와 같은 중요성을 지닌다. 데이터를 계속적으로 수정해주고
덧붙여 주는 작업은 데이터베이스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료가 없는 데이터베이스는 아무래도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2) 노동데이터베이스 구축의 과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데이터베이스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미래는 정보를 가진 사람(조직)이 권력을 가지기 때문'이고 데이터베이스는 그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단적인 예로
양 노총을 보더라도 전산실의 인원은 각 1명뿐이다. 노동데이터베이스구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자 첫 번째 과제는 지도자들의 전산화에 대한 실제적인
'마인드'와 전산부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의지이다.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만드는 과정에서 가정 처음 부딪히는 문제는 노동계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기획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자 하는 조직의 취지. 목적과 기획이다.
기획자는 기획의 단계에서 이 취지. 목적을 데이터베이스에 담아낼 것인가 큰
의무이자 고민이 되어야 한다. 기획자는 하드웨어와 프로그램, 인력, 조직의 상황,
조직의 취지와 목적을 심도 있게 이해해야 한다. 즉 노동데이터베이스의 두 번째
과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기획자와 프로그래머의 양성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말할 것도 없이 '투자'이다.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고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이것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럴 때만이
진정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상당히 연관되어있다. 지도자의 인식과 의지가 없으면 투자를 안하게
된다. 투자를 안하면 전산인력을 양성할 수 없다. 노동계는 이제 단순히 남이 주는
것을 받아서 사용할 때가 지나고 있다. 그 한계를 느낄 때가 되었고, 이제
스스로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야 한다.
(3) 노동데이터베이스의 전망
사람과 투자가 없다면 전망도 없다. 노동계에서 데이터베이스의 전망을 찾긴
어렵다. M-NEWS나 TU 역시 데이터베이스로서의 기능을 봤을 때는 무척 한심한
수준이다. 양 노총의 상황은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따라서 전망은 쉽지
않다.
다만 정보제공단체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고 노조 역시 전산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
분명한 이상 노동데이터베이스라는 공동의 목표가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다.
즉 노동정책연구소,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노동정보화사업단 등 노조 전산화를
지원할 수 있는 단체와 노동조합의 공동기획 및 역할 분담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가칭)'노동데이터베이스위원회'를 구성 전산화에 대한 공동과제를
추출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이 대안으로 짚어질 수 있다. 기획을 함께 하고
소스데이터의 수집과 입력. 가공기술을 역할 분담하는 이러한 상은
노동데이터베이스의 전망을 보다 앞당겨낼 수 있을 것이다.
3. 노동데이터베이스-단체협약 데이터베이스(민주노총) / 자료화일
데이터베이스(한국노총)
노동데이터베이스에 있어서는 주목할 만한 작업이 양 노총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근 중앙본부 문서 및 정책자료에 대대적인 수집과 데이터베이스화를
추진 중이다. 97년 96년 식으로 역으로 진행되는 자료화일 데이터베이스는 정보화,
전산화를 시작하는 한국노총의 중요한 첫걸음이다.
민주노총은 산하노조 1,200여 개에 대한 단체협약데이터베이스를 추진중이다.
금년내에 마치려는 계획이 연기되었지만 긴요한 전산화의 중요한 획을 긋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쉬운 것은 양 노총의 이러한 전산화 작업이 노동계 전체를 보아서도 그 의의가
큰 만큼 보다 준비과정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부족하다 것이 눈에 뜨인다.
현실 속에서 가장 긴요한 노동데이터베이스는 각 단위조직의 조합원데이터베이스,
산하조직관리데이터베이스, 문서. 자료데이터베이스, 단협데이터베이스,
임금데이터베이스 등이다. 그중 단협데이터베이스와 문서자료데이터베이스가
폭넓은 사람이 쓸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의 전형으로 평가될 수 있다.
(1) 민주노총의 단체협약 데이터베이스
민주노총은 나우누리에 CUG를 만들 때부터 단체협약데이터베이스를 담아낼
구상이었다. 소속 1,200여 개 노동조합의 단협을 연맹별, 조항별, 지역별로
분석하겠다는 이 계획은 단협 비교분석 자료집 발간까지 약 4개월 동안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되었다.
몇 가지 주요 골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데이터베이스프로그램은 나우누리의 데이터베이스프로그램을 사용하다.
2) 구축방법은 단위노조에서 분류코드까지 최대한 입력한 후 정해진 포맷에 따라
연맹, 그룹, 지역에서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에 추가한다.
3) 입력 필드는 분류, 갱신일, 지역별, 연맹별, 노조명, 조항, 내용 등 6개
항목으로 구성한다.
이 단협데이터베이스는 동종업계나 지역별로의 단협을 비교해 볼 수 있고 각
조항별로 분석을 해 볼 수 있어 단협을 임하는 노사에게 객관적이고 중요한
정보로서 그 가치는 대단하다.
아쉽게도 연기된 배경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기획안을 검토했을 때 쉽게
진행되기 어려운 몇 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단협데이터베이스의 핵심은 노조별로 그 단협 파일을 수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비해 분류번호를 붙이고 데이터베이스프로그램에 맞게 가공하는
작업은 부차적이면서도 단위노조나 연맹에게는 부담되는 작업이다.
단위노조나 연맹. 지역단위는 단협 파일을 수집하는데 집중하고 중앙본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분류하고 가공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했다. 몇 개 연맹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또 나우누리 데이터베이스프로그램은 상업용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분석필드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단협데이터베이스의 분석필요성에 비해
부여된 필드는 연맹, 지역, 단위노조, 단협조항명 정도로 빈약하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각 노조의 규모와 산업분류, 설립일, 내용에 대한
기준등급 등의 다양한 분석필드를 추가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노조명을 일관되게
쓰거나 고유번호를 부여한다면 중 데이터베이스의 연계기능-relation-을 이용 보다
풍부한 분석을 해 낼 수 있다.)
나우누리 프로그램의 한계로 각 레코드에 대한 갱신과 수정이 용이하지 않은
문제도 자체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서 일괄적으로 바꾸어 냄으로 극복할 수 있다.
현재의 데이터베이스는 한번 구축한 뒤 갱신, 수정 등 작은 수고로 운영.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4개월 이상의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2) 한국노총의 자료화일 데이터베이스
한국노총은 90년대 초반 발빠르게 자체 LAN시스템 구축은 물론
도서목록데이터베이스, 노조조직관리, 직원급여관리 등 주요업무에 대한 전산화를
이미 마친 바 있다. 비록 지금은 그 시스템이 시대에 뒤떨어져 활용도가 낮지만
말이다.
이러한 경험 때문인지 한국노총은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보다 실질적인 효용 쪽으로
문제의식에 모아지고 있다. 중앙본부의 각 국별로 산재된 문서. 자료파일을
대대적으로 모아 데이터베이스화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단체협약데이터베이스,
임금협약데이터베이스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수집된 문서. 자료파일을 살펴보면 데이터베이스로 전환하기에 상당한 어려움
느낀다.
한국노총의 문서. 자료파일은 HWP를 이용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형태는 파일 이름으로 구분하고 있다. woman-7.hwp(여성국문서),
27jojik.hwp(조직국문서), l971001.hwp(국제국문서) 이러한 관리방식도 파일을
즉흥적으로 부여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천 건의 이러한 문서를 데이터베이스 하려는 순간 많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1) 작성 일은 �澎� '문서요약'기능으로 가늠할 수밖에 없고, 자료의 경우 발표일,
발표한 행사 등 자료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가 오히려 중요하지만 아무런 정보가
들어있지 않다.
2) 문서양식이 서로 틀리고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도표기능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도 쓰여 있다. 참가자 명단이나 임투 현황 등 작은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면 더 좋은 것들도 도표로 처리되고 있다.
3) 파일일련번호 중에 빠진 것이 있고 연관성 있는 파일들이 떨어져 있는 등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관리된 흔적은 많지 않다.
"데이터베이스로 전환시킬 것을 가정하지 않은 채 문서를 작성. 관리한다면
데이터베이스 만들기에 그만큼 인력과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
한국노총의 문서. 자료데이터베이스는 어렵게 구축되겠지만 문서.
자료데이터베이스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문서. 자료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시작한 한국노총이 좀더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아래와 같은 합의가 필요하다.
1) 한 종류의 워드프로세서로 통일하고 데이터베이스화에 쉬운 양식으로
표준화시킨다.
2) 각 문서. 자료에는 기본적인 정보와 자료의 용도까지 담도록 한다.
3) 파일관리에 좋은 파일이름을 체계적으로 붙이고 파일SERVER에 체계적으로 보관.
관리한다.
주간노동정보은행 4월21일자, 28일자 등에서 노동데이터베이스 구축방안이
실려있는데 최소한 아래와 같이 3줄 짜리 분류코드양식을 문서. 자료 작성과정부터
잡아간다면 데이터베이스는 그다지 어려운 작업이 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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