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와 노동교육
김성원(노동정보화사업단 교육사업팀장)
Ⅰ. 들어가면서
이 글은 '노동자들을 어떻게 정보통신 기술에 접근시킬 것인가?', 그리고
'정보통신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노동자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2장)이라는 주제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노동교육의 변화'(3장)이라는 구체적 문제를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이 글은 노동정보화사업단이 출범한 이래 핵심 사업의 하나로
삼은 교육사업을 총괄적으로 정리하는 글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다분히
경험적인 글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을 양해하기
바란다.
■ 노동정보화
이 글에서 '노동정보화'란 표현을 자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동정보화'란 표현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노동정보화'라는 표현은 '정보화에 대응한 노동운동 진영의 대응'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중요한 표현이다. 즉, '정보화시대에 조응한 노동운동의
주체적 변화'를 일컫는다.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의 자동화'나
'생산의 정보화'와는 전혀 다른 표현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란 '자본 중심으로 추진되는 정보화에 대해 노동진영이 정책적
대응력을 갖추는 것'과 '노동운동의 정보통신 기술 활용', '노동조합 업무의
전산·정보화', '노동자들이 정보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 그리고 '정보통신운동
자체와 노동운동의 결합'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 노동정보화 교육
노동정보화사업단은 96년 12월 창립 이래 노동정보화를 위해 정책 생산을 위한
세미나, 노동DB의 구축 및 활용에 대한 지원, 노동조합 업무관리 소프트웨어의
개발, 노조 단체의 네트워크 설비 지원, 노동조합의 전산·정보화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 왔다. 그러나 노동정보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조활동가를
비롯한 노동자들에게 정보 마인드를 확산시키는 일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아직까지도 많은 노조지도자들과 활동가들은 앞으로 다가올 정보화시대의 변화를
예감하고 있지 못할 뿐더러 노동진영이 이에 대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정보통신 기술로부터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생활 및 작업조건 속에 있고, 따라서 정보통신 기기에 익숙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종의 거부감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노동정보화'라는 외침은 무시되기 쉬운 화두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고 정보 마인드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정단은
'노동정보화 교육사업'을 그 어떠한 사업보다도 중요하게 보고 올 한해동안 심혈을
기울여 왔다. 우리는 일반 노동자들과 노동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강좌와
노동조합 현장 방문 교육, 그리고 소집단 전문교육 등 다양한 교육사업을 추진해
왔다. 바로 이러한 경험의 결과를 이 글은 정리하고 있다.
Ⅱ. 노동자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
앞서도 언급했듯이 '노동정보화 교육'이란 단순한 '컴퓨터 기능교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동정보화 교육이란 '노동정보화'의 전제조건으로서 노동진영의 정보
마인드를 갖게 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의미한다.
■ 노동정보화 교육의 필요성
노동정보화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노동정보화'를 이룩하기 위한 '교육'이라는 노정단의 목적에 비추어
살펴볼 것이고, 두번째로는 현실적으로 노정단과 결합하여 교육을 실시했던
노동조합들은 왜 노동정보화 교육을 실시했던가 하는 점에서 살펴볼 것이다.
첫번째 '노동정보화 교육'의 필요는 매우 단순한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노동자들이 정보통신 기기, 즉 컴퓨터와 통신'을 다룰 줄 모른다면 그 어떤
노동정보화 사업도 사상누각 또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므로 노정단에서 그간 실시해 온 노동정보화 교육은 이른바 컴퓨터 사용법을
익히는 '컴퓨터 기능교육'의 모양을 띄게 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기능교육만을
실시한 것은 아니다.
노동정보화의 필요성 자체를 이해시키는 것과, 자본 중심의 정보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제시하고, 자극하고, 정보통신 기술의 활용사례를 소개하고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교육'은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노정단에서 실시한
'노동정보화 교육'은 항상 '컴퓨터 기능교육 이상의 교육'을 반드시 병행하였다.
노동정보화 교육은 우선 '컴퓨터 기능교육'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노동자들의
정보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컴퓨터 기능교육
이상의 교육'이라는 점에서 정보화로 인한 사회 전반의 변화가 바로 노동자들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각성시키는 과정으로 요구되고 있다.
또한, 현장 단위에서 단순히 컴퓨터나 고쳐주는 A/S맨이 아니라 정보 마인드를
갖고 '노동정보화 사업'을 추진할 전문적이고 핵심적인 인력을 육성시키기
위해서도 교육은 가장 중요한 계기이다. 즉, 정보통신 기기에 익숙한 노동자들을
새롭게 각성시키고 '조직화'하는 매개로서 '노동정보화 교육'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 우리는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노정단에 의뢰하여 교육을 실시하였던 노조에서는 과연 어떤 필요에 의해
'정보화 교육'을 실시했는가를 살펴보자. 사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는 보다
현실적이다. 아직 '노동정보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노조들은 단순히
'조합원대중을 대상으로한 새롭고 그럴듯한 일상활동의 일환'으로 '컴퓨터 교육'을
선택하거나, 노조 실무자들의 실무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기능 교육'(이른바
O/A 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요즘 전 사회적으로 정보화에 대해 협박에 가까운 선전들이 난무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정보화로부터 소외된 노동자들은 일정한 불안을 느끼면서 '컴퓨터
교육'에 기웃거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녀들에게 컴퓨터를 사주긴 했지만
감히 컴퓨터를 만지지도 못하는 입장에 있던 40대 부모인 노동자들과 아직은
컴퓨터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을 갖고 있는 20-30대 노동자들의 요구와 딱 맞는
노조의 일상사업이 바로 '컴퓨터 교육'이다. 노동자들이 컴퓨터에 대해 일종의
경외감이나 거부감까지 가지면서도 컴퓨터 교육에 대한 잠재적 욕구는 대단한
것이었다. 노정단에 교육을 의뢰한 바 있는 현대자동차노조와 대우자동차노조,
현대중공업노조 등 많은 노조들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홍보하고
신청자를 모집했을 때, 조합원들의 문의가 폭주해 홍보 몇 시간만에 신청이
마감되는 사례가 발생하곤 해서 놀라와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노조는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풍물패나 노래패, 문화모임과는 달리
조합원들의 폭발적 관심을 갖는 새로운 일상사업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위의 언급은 노조의 '정보화 교육'에 대한 요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평균적인 경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교육을 실시했던 연맹급이나
대기업 노조들은 대개가 위의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몇몇 특기할 사례들도
있다. 현대중공업노조의 경우는 취약한 노조의 역량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활로로 '노동정보화'를 택한 경우이다. 이들은 사실 상당한 정도의 경험과
'노동정보화'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갖고 있었다. 해고자와 노조
활동가 일부가 중심이 된 이들은 공동출자 형태로 현장 외부에 컴퓨터 교육장을
만들고 조합원 교육 및 활동가 교육, 노동DB의 구축 등의 사업을 구상하기도 하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서울지하철노조의 '노동정보화소모임'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조합원
컴퓨터 교실'의 경우 정보통신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눈뜬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사업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여기는 정보통신 기술의
활용을 노동조합의 조직·선전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정보화 교육을
실시한 경우라 할 것이다.
현재 노동조합의 정보화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민주노총의
경우 하부 단위사업장이나 동아리 등 밑으로부터 '노동정보화 교육'의 필요성을
발견해가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노총의 경우 중앙에 12명 가량의
'정보화추진위원회'까지 두면서 강한 드라이브로 중앙의 직접 주관하에 '정보화
교육'을 일련의 사업계획 속에 배치하고 있다.
이처럼 양대 노총의 양태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모두 향후 정보화시대에 조응해
노동진영이 자기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점과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기 나름대로 '노조의 정보화 계획'을 세워두고 있거나 수립하고자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걸음마 수준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변화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계획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활용적 관점에 머무르거나
물리적 인프라의 구축에 경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교육 내용
'노동정보화 교육'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컴퓨터 기능교육' 그
자체와 '활용 교육', 그리고 '정책 교육'이 그것이다. 우리는 노동정보화 교육이
세 부분에서 균형을 이뤄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올 한해동안
'컴퓨터 기능교육'은 상당히 체계화한데 반해, 정보통신 기술을 어떻게 노조활동에
활용할 것인가와 향후 정보화로 인한 실업 등 다양한 노동조건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도출해내기 위한 정책교육은 아직 그 내용을 내실있게 채워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한계를 전제하면서 여기에 부족하나마 우리가 지금까지 교육해
왔던 내용과 경험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① 컴퓨터 기능교육
우리는 교육내용을 선정하기에 앞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노조에서는 386 또는 486 기종에 DOS나 Windows3.1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조합원들이 어떤 기종의 컴퓨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기종의 컴퓨터를 갖게 될 것인지에 중점을
두었다.
따라서 운영체제 교육으로 'Windows95'를 주로 교육하였다. 워드 프로세서 교육은
국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래아 �澎� 3.0' 이상 버전을 택하여
교육하였다. 컴퓨터통신 교육은 노조 CUG가 가장 많이 있는 '나우누리' 서비스를
기준으로 하였고, 통신 프로그램은 초기에는 '이야기 5.3'으로 하다가 최근
쉐어버전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새롬 데이타맨 프로'를 기준으로 삼았다.
약간의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공개버전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인터넷 교육은
'익스플로러'를 기준으로 하였다. 익스플로러는 한글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무료로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인터넷과 관련해 홈페이지 제작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편, 노조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FOX 프로'를 이용하여 데이터베이스 활용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최근 '엑세스'가 좀 더 일반적이라는 견해에 따라 엑세스
씨리즈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CUG를 개설·운영하고 있는 몇 개 노조에서
CUG 운영자(SYSOP)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 외에,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아니지만 노정단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C 프로그래밍 교육', '홈페이지 제작 전문교육',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교육' 등을 소집단 학습(팀학습) 형식으로 실시하여 교육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었으며, 교육의 성과를 곧바로 소모임 조직화로 이어나갈 수
있었다.
② 정보통신 활용교육
정보통신 기술을 노동운동에 활용한 사례로서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멀리 떨어져
있는 캐나다와 유럽 등 외국의 몇 안되는 간략한 보고였을 뿐, 국내의 사례는 사실
거의 전무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까닭에 '활용 교육'은 피상적인 가능성의
설교 이상을 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일천한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정보통신 기술의 활용성에 대해 필수적으로 교육해 왔다. 교육해 온
내용은 주로 사례 소개 중심이었다.
- 정보통신을 활용한 선전과 홍보
; 총파업 통신지원단 활동, 뉴스레터 형태의 전자노보, 홈페이지로 만드는
전자노보 등
- 컴퓨터통신을 활용한 집단적 행동의 조직
; 핸사모 사례(주1), 총파업 통신지원단, 블랙리본 달기운동 등
-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조합원 교육
; 솔리넷 사례
- 컴퓨터통신을 활용한 민주적 토론의 활성화
; 통신연대의 진보 Mailing List, 노동연구포럼(주2)
- 통신을 통한 국제적 연대와 정보의 교류
; LaborNet, Strike 홈페이지 등
- 통신을 통한 민중가요 배포
; 노래사랑 햇볕 한줌(민중가요 통신 동호회)
- 통신을 이용한 문서 수발과 팩스 전송
; 전자우편, �澎謗【�의 Fax 전송 기능
대략 위에 정리한 내용들이 우리가 '활용 교육' 차원에서 소개해 왔던 내용들이다.
지난 교육경험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 것은 '활용 교육'이야말로 무엇보다도 모범적
사례를 개발 또는 발견하여 전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렇게 했을 때 교육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산교육이 된다는 점이다.
③ 노동정보화 정책교육
노정단은 준비시기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8차례에 걸친 내부
세미나와 1회의 공개 심포지엄을 열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책적 갈증을 해소시킬
연구자들은 주변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 자료도 전무하였다. 고작 우리가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의 통신 관련 노조들과 영국 노동당 등에서 나온 몇 개의
정보화 관련 선언문 정도가 고작이었다. 관련 서적도 제레미 레프킨의 '노동의
종말' 정도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부족한 상태에서도 우리는
다음과 같은 주제로 정책 교육을 실시하였다.
- 정보화의 의미
-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현황
- 정보화와 노동조건의 변화
- 정보화와 실업
- 정보화에 대한 외국 노동운동의 대응 사례
■ 교육 준비
컴퓨터통신 교육을 포함한 '노동정보화 교육'을 위해서는 결코 만만찮은 준비가
필요하였다. 주요한 준비물을 일별해 보면, 컴퓨터 시스템, 통신이 가능한 회선,
교육용 통신 ID, 빔 프로젝터, 교재, 교육용 프로그램, 음향시설 등이 필요하다.
더욱이 20-30명의 집단 교육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장비와 시설은 도저히 일개
단체나 노조가 감당할 규모 이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노동정보화 교육'을 위한
준비는 '교육이 가능한 장소'의 확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교육 가능한 장소'의 확보 면에서 우리는 몇가지의 해결책을 얻게 되었다.
첫번째는 컴퓨터통신 업체들에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빌려주는 컴퓨터
실습장이었다. 우리는 주로 나우콤의 컴퓨터 교육장을 사용하였는데, 최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만약 이곳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는 저렴한 비용으로 빌릴
수 있는 인터넷 카페나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의 실습장 같은 곳을 사용하였다.
대기업 노조의 경우는 주로 사내 전산 교육장이 마련되어 있어 이곳을
사용하였으나 통신 회선까지 갖추고 있는 곳은 대우자동차의 경우뿐이었다.
통신 ID의 경우 통신업체로부터 받은 무료 교육용 ID 30개를 확보하고 이를
사용하였다. 최근에는 무료로 인터넷 계정과 통신 ID를 발급하고 있는 KiTEL과
같은 통신업체들이 나타나고 있어 이들 업체의 통신 ID를 사용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 교육 보조 활동
한때 조합원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에 회의를 가진 적도 있다. 그것은 교육에
참가하는 조합원의 4/3 정도가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거의 통신
ID가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란 모두가 알다시피 자주 사용해야 익힐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교육과 더불어 모뎀 달아주기, ID 갖기 운동, 단협에서
휴게실마다 컴퓨터 설치 요구하기, 컴퓨터 보급사업 등 교육 이외의 보조 활동들이
배치되어야만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Ⅲ. 정보통신을 활용한 노동교육의 변화
지금까지의 논의와 이 주제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여기에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노동정보화 교육' 자체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정보통신 기술을 왜, 그리고 어떻게
조합원 교육에 활용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 정보제공으로서 교육활동
정보화로 인한 변화 중에 '교육'과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정보통신에 익숙한 '신진 노동자들의 증가'이다. 이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이미
컴퓨터와 정보통신을 익혔을 뿐 아니라 심취해 있는 유일한 계층이다. 이들은
사이버문화를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 앞에 앉는 세대들인 것이다. 이들의 대인관계와 문화의 향유 방법도 다른
연령층과 다르다. 이밖에도 이 새로운 신진 노동자들은 강한 정보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신진 노동자'들을 예전과 같이 집합적이고 전통적인 교육방식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점점 효율과 효과면에서 떨어질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노조의 조합원 교육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정보제공으로서의 교육'으로
보완하고 강화해야 한다. 즉, 노동자들과 관련된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포함한
교육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컴퓨터통신을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개별화 조건에 맞는 교육
신진 노동자들의 특성 가운데 그들의 개별화 성향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신진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른바 구세대 노동자들 또한 또다른 이유로 개별화되고
있다. 개별화의 가장 큰 이유는 고용불안이다. 96년 선경 인더스트리의 대량감원을
고비로 드디어 우리 사회에도 감원과 실업의 열풍이 닥쳐오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점점 시간제 또는 일용직, 계약직 노동자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근무 형태와 조건 등으로 인해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못하다. 전체적으로 보아 노동자들의 개별화는 구세대들 사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개개 노동자들은 퇴근 후 남은 시간을 자신의
계획에 따라 배분하고 사용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이러한 개별화에 대응하고 조합원 각자가 스스로의 교육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을 위해서 노조는 이제 필수적으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보통신만이 가장
적은 인원으로 효율성있게 찾아가는 교육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전자우편을 통해 '전자 노보'나 '노조 조직통신'과 같은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개발하게 되면 이전과 같이 불러모으는 교육이 아니라 개별화된 이들을
찾아가는 교육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것이 직접적인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노정단은 현재 하나의 전형으로 '온라인 노동대학'을 내년 상반기
내에 개강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이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교육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 전문가들과 조합원 대중의 연결
87년 이후 노동현장에서는 다양한 학습모임이 존재했었다. '노동법'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학습 모임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급변하는 생산조직과
노동상황은 더 이상 책을 먼저 읽은 동료가 답변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었고
자연스럽게 소모임 학습은 현장내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처럼 새로운
교육적 요구에 답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캐나다 솔리넷의 사례는 우리를 고무시켰다. 400만의 조합원을
컴퓨터통신을 통해 소수의 전문 교육집단과 연결하고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교육을
진행시킨 전형적 모범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LaborMedia 행사를 통해 앞서간 나라들의 경험을 더욱 생생하게 접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노동교육도 한층 변화·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마지막으로 발제를 마칠까 한다.
(주1) 핸사모 - 핸드폰 사랑 모임 : 핸사모는 핸드폰 회사들의 불성실한 서비스에
항의, 집단적 행동을 효과적으로 조직하여 최근 휴대폰 서비스 업체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주2) 노동연구포럼은 '노동' 관련 통신동호회로서는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동호회는 게시판이나 대화방을 통해 '민주노총의 노개투 참가' 등 다양한
이슈와 주제에 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발표자 약력]
김성원
전 울산지역에서 현장활동
전 전국철거민연합 교육국 차장
전 바다정보 컴사랑 교육팀 강사
전 계몽문화센터 컴퓨터 교실 강사
전 주식회사 아이네트 교육팀 강사
현 노동정보화사업단 교육사업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