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시기 노동조합 홈페이지 활용 현황과 과제


노동정보화사업단  정현성


들어가며

지난 2002년 2월 25일부터 시작된 38일간의 발전노조 산개투쟁은 ’99년
서울지하철노조 산개투쟁의 실패를 극복하고 이후 전개될 총파업 투쟁에서 충분히
사용 가능한 전술로써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는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을 노동운동에 적극 활용하고자 노력했던 단체 및
활동가들의 성과이기도 하다.

38일간의 산개투쟁에서도 마지막까지 90% 이상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인터넷 투쟁페이지에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많은 단체에서 발전노조의 총파업투쟁에 대한 평가가 있었지만 발전노조의
투쟁페이지를 제작했고, 운영에 참여했던 노동정보화사업단의 일원으로서
발전노조의 투쟁을 돌아보고 노동조합이 투쟁의 도구로 홈페이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투쟁시기 경험의 축적과 활용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에서의 노동운동은 발전투쟁 이전부터 많은
활동가들과 단체에 의해 이루어져 오고 있었다. 그 경험들이 쌓여
“노동정보화사업단”, “한국노동네트워크”, “진보네트워크”,
“수도권영상패” 등의 정보통신운동 단체들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발전노조의 투쟁페이지가 제작, 운영되고 산개투쟁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토대가 마련되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1.1 '95년 한국통신노조 투쟁
’95년 한통노조의 투쟁은 온라인을 활용한 투쟁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시 수배 중이던 노동조합 지도부는 PC통신 하이텔
CUG를 통해 전국 5만명의 조합원에게 지침을 하달함으로써 투쟁을 지휘했다.

1.2 ’96～’97년 총파업 통신지원단
“총파업 통신지원단”은 ’96년 12월 26일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에 맞선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정보통신운동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조직되었다. 이후 총파업 통신지원단은 PC통신이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블랙리본
운동’과 ‘[파업지지] 말머리 달기 운동’을 전개하며 총파업 지지여론을
주도했다. 

1.3 ’99년 서울지하철 총파업
온라인을 노동운동에 활용하면서부터 얻게되는 경험들은 ’99년 서울지하철
총파업에서 한 단계 더 높게 도약한다. 노동네트워크의 제안으로 구성된 “’99
고용안정 통신단”은 총파업에 돌입하기 이전에 현장과 결합하고 있었으며, 현장의
통신원을 결합시킴으로서 현장상황을 신속하게 속보로 전파할 수 있었다. 또한
여론 환기의 수단으로 속보(텍스트) 위주의 현장상황 전달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사진자료를 활용하기 시작한다.


2. 투쟁시기 노동조합 홈페이지

노동조합의 홈페이지는 그 시기별로 평상시 홈페이지와 투쟁(이슈)시기 홈페이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홈페이지를 구분하는 것은 그 시기별로 메뉴의 기획구성과
운영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대처방법 또한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평상시 노동조합 홈페이지가 조합의 전반적인 사업활동을 알리는 정보전달의
기능과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에 중점을 둔다면, 투쟁시기의 홈페이지는
투쟁사안, 일정, 지침 등을 조합원 또는 일반시민에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데
중점을 두어 기획, 운영되어야 한다. 

2.1 투쟁페이지의 개설(전환) 시기
지금까지는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하고 나서 투쟁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투쟁페이지를 급조하게 되고 파업 돌입 이후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재 작업을 해야하는 등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

투쟁페이지의 적절한 개설 시기는 집행부의 파업 결정에서부터 조합원
찬반투표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조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집행부
파업결정 이후 기획 논의가 이루어지고 위원장의 전국순회, 조합원 간담회,
파업교육, 파업일정 등이 투쟁페이지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2.2 투쟁페이지 기획
투쟁시기 홈페이지 기획에 있어 가장 염두에 두여야 할 것은 노동조합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 내는 일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에 따라서
메뉴구성, 문구의 언어선택, 디자인 배치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① 대상의 선정 : 투쟁시기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게 할
것인가?
대상은 크게 “일반시민”과 “조합원”이다.
-. 조합원 :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약하고, 조합원들이 파업사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투쟁페이지의 대상은 조합원이 되어야 한다.
현장상황의 공유와 투쟁사안을 설명하는 문구, 구호, 디자인 색상 등에서
직설적이고 강한 표현을 사용한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왜 파업을 해야하는가?”를 이해시키기 위해 조합원 대상의
홍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일반시민 : 조직력이 강하고, 현자에서 파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판단한다면 그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투쟁페이지를 기획한다. 파업의 효과를 키우기
위해 대 시민 선전에 적합한 문구와 색상, 구호, 디자인 배치에 중점을 둔다.
일반시민들이 투쟁페이지를 방문해서 거부감이 없게 해야 하며 홈페이지에서
사용하는 선전문구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작성해야 한다. 특히 파업이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많다고 판단되면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데 주력해야 한다.

파업상황과 협상진행과정, 지침, 일정 등은 조합원에게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② 메뉴의 구성
투쟁페이지의 대상이 조합원인 경우와 일반시민인 경우, 파업의 형태가 거점투쟁인
경우와 산개투쟁인 경우에 따라서 메뉴 구성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거점투쟁인 경우, 조합원들이 투쟁페이지에 접근할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투쟁지침, 투쟁게시판, 조합원게시판 등의 메뉴는 중요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투쟁페이지는 일반시민을 더 중요하게 구성, 운영되어야 한다.
-. 왜 파업을 하는지? : 사용하는 문구의 강약이 다를 뿐 투쟁페이지의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메뉴는 꼭 필요하다.
-. 투쟁게시판 : 비실명게시판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등록할 수 있는
게시판이다. 메뉴명을 “자유게시판”이 아닌 “투쟁게시판”으로 정한 것은
게시판운영에 있어 부담을 덜어 주고자한 것이다. 그렇다고 파업을 반대하거나
노동조합을 비방하는 글들을 부담 없이 수정, 삭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삭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게시판 운영원칙을 정하고, 이에 따라
수정, 삭제해야 할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성의 있는 답변과 논리적인
답변이다. 여기에 그런 글들이 올라오면 조합원들이 스스로 대응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 조합원게시판 : 투쟁시기가 되면 주변의 노동조합이나 단체들에서 투쟁페이지를
많이 방문하게 된다. 이 경우 “투쟁게시판(비실명게시판)”에서 조합원들 간의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특히 발전노조의 경우처럼 산개투쟁을
할 경우 필요한 메뉴이다.(발전노조에서는 분임토론게시판)
-. 가족게시판 : 파업중인 조합원과 그 가족들 간의 소통하고 서로를 격려하게
하기 위한 비실명게시판이다. 발전노조의 산개투쟁에서 파업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중요한 메뉴였다.
-. 선전/홍보자료 : 전국사업장인 경우 선전/홍보물을 작성할 여력이 없는 지부나
주변 단체들에 대 시민 선전물을 배포하기 위한 문서자료실이다. 다운로드받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편집된 ?글 문서로 올린다.
-. 사진/동영상자료 : 행사나 집회, 거리선전 등의 사진/동영상을 모아 두는
게시판이다. 속도에서는 디지털 사진이 빠르고 효과는 동영상 자료는 높기 때문에
적절히 활용한다. 특히 카메라 장비의 가격이 많이 인하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조합에서 구비하고 평상시 인력 및 촬영, 편집 능력을 키워 두는 것이 좋다.
발전노조의 경우 파업 이전에 “민영화 저지 미디어 활동단” 구성되어 범대위와
결합하고 있었으며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의 위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 법률상담게시판(부당노동행위고발) : 파업시기에는 사측에 의한 부당
노동행위가 심해지고, 파업 중인 조합원에게는 그 처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다.
대응할 능력이 부족한 노동조합은 상급단체에 도움을 요청한다. 발전노조의 경우
공공연맹에서 담당했다.
-. 언론보도/성명서 : 파업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는 일반시민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한다. 때문에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언론에 기사가 실리도록 노력하고 그
자료들을 모아둔다. 홈페이지를 방문한 시민들을 설득하는데 좋은 자료가 된다.
-. 투쟁지침/공지 : 파업에 돌입하면 노동조합 지도부는 경찰의 침탈에 대비해
안전한 거점으로 이동하거나 잠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투쟁페이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지침을 하달함으로서 지도부의 건재함을 알리고 파업을
지속해서 이끌 수 있다.
-. 헤드라인뉴스(현장소식) : 파업 중에는 많은 소식과 속보들이 나오게 마련이고
그 중에 중요한 것을 사진과 함께 메인 페이지에 게시하는 메뉴이다. 
-. 투쟁일정 : 앞으로 진행될 파업일정을 공유하는 메뉴이다.
-. 온라인 행동 : 인터넷을 통해 파업사안을 널리 알리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메뉴로 “배너달기”, “게시판에 글나르기”, “항의글 쓰기”, “항의메일
보내기”이 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나 사측에 의한 여론조작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부처, 국회의원, 언론사, 유명 동호회 등 인터넷 여론을 형성하는 곳이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곳들이 주요 목표가 된다.
투쟁페이지 방문자가 자발적으로 온라인 행동에 동참하게 유도하는 것도 좋지만
온라인 투쟁 팀을 조직해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 추천글 모음 : 투쟁게시판은 등록되는 글이 많아 좋은 글이라도 빨리 뒤로
넘어가기 때문에 운영자가 투쟁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좋은 글을 모아놓는
게시판이다. 또한 온라인 행동 메뉴의 “게시판에 글나르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 연대메시지 : 사회 유명인사나 주변 단체의 파업 지지 글이나 동영상 등을
올리는 게시판으로 조합원들에게는 파업에 대한 자신감을 주고, 일반시민들에게는
파업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 동영상메시지 : 파업 지도부의 조합원 격려 동영상을 올리는 게시판으로
조합원과 지도부간의 신뢰를 높이고 불안해하는 조합원에게 지도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줌으로써 파업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기 위한 메뉴이다.

2.3 투쟁페이지의 운영
투쟁시기에는 사측의 대응, 조합 내부문제, 언론의 보도 등에 의해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한다. 투쟁페이지를 수정할 기술적 역량의 부재, 처음 겪어보는
운영의 문제 등이 파업지도부가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상급단체의 정보통신
담당자나 주위의 정보통신운동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근본적 해결방법은 평소에
홈페이지 운영자의 운영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투쟁시기 노동조합 홈페이지 운영의 핵심은 상황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
대응이 조금만 늦어도 작은 문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쉽게 커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이다. 새로운 메뉴의 추가, 법률적 대응, 기술지원이 가능한
관련단체나 상급단체와의 연결채널을 확보하고 상황변화에 대응한다. 과도한
대응은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4 투쟁시기 노동조합 홈페이지 사례

①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baljeon.nodong.net/strik)

투쟁페이지

평상시 홈페이지

-. 투쟁페이지 기획(’02/2/27)
-. 투쟁페이지 개설(’02/2/27)
-. 투쟁페이지의 주 대상 : 조합원
-. 투쟁페이지의 부 대상 : 연대하는 노동자, 일반시민
-. 기획의도 : 언론의 복귀율 조작에 대응하고 산개투쟁 중인 조합원간에 서로의
상황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지도부 투쟁지침의 신속한 전달과 상황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

② 전국공무원노동조합(gongmuwon.o.kr/strike)

투쟁페이지

평상시 홈페이지

-. 노동조합 일정 :
 투쟁페이지 기획(’02/10/1)
 투쟁페이지 개설(’02/10/8)
 전국 간부 결의대회(’02/10/17)
 울산본부 조합원 결의대회(’02/10/24)
 본부별 결의대회(’02/10/26)
 정부입법안 저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 실시(’02/10/28～30)
 공무원노동자대회와 연가파업투쟁(’02/11/4～4)
-. 투쟁페이지의 주 대상 : 조합원
-. 기획의도 : 정부입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노동 3권의 쟁취,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관철), 단체협약 요구안을 관철,  파업대비 조직강화 및
국민여론의 환기를 목적으로 한다. 정부안의 부당성과 특별단체협약 요구 안을
전체 조합원 및 시민사회에 알리고, 앞으로 진행될 파업투표, 간부파업,
조합원파업을 준비하기 위한 조직/홍보/선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메뉴를
마련, 운영한다.

③ 안티두산(antidoosan.or.kr, cyberact.or.kr/2003_bdh)
-. 투쟁페이지 기획(’03/1/13)
-. 투쟁페이지 개설(’03/1/14)
-. 투쟁페이지의 주 대상 : 일반시민(네티즌)
-. 투쟁페이지의 부 대상 : 노동자
-. 기획의도 : 고 배달호 열사 분신사망을 계기로 촉발된 회사에 의한 노동조합 및
노조 조합원 '손해배상청구'와 '재산, 임금, 퇴직금 가압류' 문제를 사회
이슈화하고 이를 두산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시킨다.


나가며

정보화 시대가 진행되면 될수록 투쟁시기 노동조합 홈페이지는 투쟁의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는 가치가 
점차 증대될 것이다. 위 사례를 통해서 보았듯이 투쟁페이지는 파업사안의 홍보,
파업의 조직, 상황의 공유 및 전파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투쟁시기에는 집중해야 할 사안이 있고 그 대상이 평상시의 조합원뿐만이 아니라
연대하는 노동조합의 조합원, 노동운동단체, 시민단체 더 넓게는 일반시민까지도
고려해서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야 한다.

현재 대다수의 노동조합이 홈페이지가 투쟁시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인식하지만
그에 맞는 체계의 변환, 즉 투쟁페이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지는 않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노동자를 점점 더 가혹한 궁지로 몰아 갈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에 맞선 투쟁의 준비과정으로 평상시에 홈페이지 운영기술을 확보, 활용하고
파업의 준비에서부터 투쟁페이지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