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동 미디어 활동 경험과 과제
- 2002년 민영화 저지 미디어활동 사례를 중심으로


이 지 영 (노동자뉴스제작단)


‘민영화 저지’ 내세우고 공공부문 3개 노조 파업 돌입

2002년 2월 25일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부문 사업장인 철도와 가스, 발전 3개
노조가 공동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의 주요 요구는 정부의 ‘민영화 철회’였다.
즉, 국민의 재산인 공기업을 재벌에게 사유화하고 해외에 매각하려는 정부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한국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정책은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97년 외환위기와 IMF 관리체제 아래서 줄곧 신자유주의에
맞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켜내고자 싸워왔다. 그 중 가장 격렬한 저항이 바로
작년의 대우자동차 대량 정리해고에 맞선 싸움과 올해 공공 3사의 민영화 저지
파업투쟁이다.

신자유주의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동참과 지원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해왔다. 여기에 미디어 분야도 노동자 투쟁의 선전선동을 위해 매체의
특성을 활용하여 연대활동들을 해왔다. 2002년 공공3사 파업과 함께 시작된 민영화
저지 미디어 활동단 역시 이러한 연대활동의 하나다. 민영화 저지 미디어 활동단의
활동이 가능하게 된 조건과 활동과정을 통해 이후 미디어가 노동운동내에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어떠한 틀로 발전해야 하는지를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 미디어 활동의 전제 조건 

1) 기술적 조건

  무기로서의 디지틀
 
   90년대 후반이후 한국의 영상산업은 큰 변화를 겪게된다. 특히 기술적인
면에서는, 영상 하드웨어의 대중적 시장을 확대시키기 위해 개발된 DV (속칭
6미리),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멀티미디어 컨텐츠 시장에 따라 빠른 속도로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 (브로드밴드) 은 새로운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과 위기를 떠받치고 있는 기술적인 축의 핵심적인
화두인 ‘디지틀’ 기술의 발전이 한편으로는 체제의 위기를 불러 일으키면서
노동자 계급의 희생을 강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 계급운동에게 투쟁과
조직, 그리고 정보공유를 위한 강력한 무기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1) DV의 등장
 
   DV(속칭 6미리)라는 새로운 제작수단이 등장하면서 저예산의 전문적인 제작을
위한 기술적 장애물은 상당 부분 제거되었다. 디지틀 비디오는 촬영 단계에 있어서
이른바 방송용 화질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을 획기적으로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저가 PC 보드의 등장에 따라 다양한 편집기법을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디지틀 편집기술을 제공해주었다. 그 결과 전문적 영상단체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노동자 영상패들이 디지틀 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2) 이른바 초고속 인터넷(Broadband)의 급속한 보급
 
   제작수단의 등장과 함께, 인터넷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새로운 유통과 배급의
수단을 제공했다.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1위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률이 50%를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됐다.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도 현재 총
가구의 70%에 이른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은
문화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은 우리
국민대중의 삶과 문화에 깊숙이 파고들어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PC 사용인구의 1주일간 컴퓨터 사용시간이 평균 17.2시간, 인터넷 이용시간은
평균 10.4시간이고, 이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제 인터넷 사용 시간이 TV 시청
시간을 앞질러 가려는 그러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지금까지 TV라는 매체가 국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컸었나를 생각하면, 이러한 변화가 이 사회에
가져다줄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ADSL 등 초고속 인터넷 망이 빠르게 보급되고 인터넷이 ‘한국인의 문화의
일부’가 되면서 인터넷의 내용(contents)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멀티미디어 컨텐츠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과거 56Kbps
속도의 모뎀으로는 보기 어려웠던 동영상도 이제 일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각종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대부분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제공하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은 TV․라디오 등 공중파 방송과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
영화, 비디오 등 각종 매체의 통합을 실현해나감으로써, 과거 문자(text) 중심의
정보 전달을 뛰어넘어 이제 음성, 그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매체로 주목받고 있다.

(3) 인터넷 멀티미디어와 노동운동

한국에서 인터넷은 ‘쌍방향성’과 ‘개방성’, ‘신속성’이라는 장점 때문에
기존의 매체를 능가하는 여론 형성 기능을 가지면서 민주적인 매체로 주목받아
왔다. 거기에 덧붙여 멀티미디어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그동안
제도언론으로부터 소외된 계층들의 목소리가 보다 생생하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의 공유․확산이 갖는 위력을 절감한 사건이
있었다. 2000년 4월 10일 대량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중인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경찰이 끔찍한 폭력을 가하여 수십명이 크게 다쳤다. 이 영상을 대우자동차
영상패의 노동자가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고, 삽시간에 수백만명의 국민이 이
동영상을 보면서 경찰 폭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봐서 진보네트워크가 운영하는 몇 개의 서버들이 다운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주요 공중파 방송에도 방영되고, 결국 경찰 책임자가 징계를 받기에 이른
사건이 있었다.
2) 활동 주체들의 성장

이러한 대우자동차 동영상의 ‘빛나는 성공’이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조직주체들의 성장의 결과라는 점이다.
그 하나는 현장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자 영상패’들과 ‘노동자뉴스제작단’
같은 전문 영상단체들의 축적된 활동의 경험이다. 또 하나는 ‘참세상 방송국’과
같은 전문 인터넷 방송국의 등장이 있었다. 여기에 정보통신 분야가 결합되면서
총체적인 미디어 활동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노뉴단으로 대표되는 전문 영상단체는 작품의 질적
수준을 높여감과 동시에 교육과 배급과 정책의 영역으로 활동의 폭을 확대해갔다.
한국의 노동영상운동이 재정과 제작구조에 있어서 독립적 성격, 전국적 영상사업의
전개, 노동자 영상패의 활발한 활동, 해외 노동영화의 도입과 국내 노동영상운동의
활성화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지니는 노동영화제, DV와 브로드밴드로 표현되는
높은 기술적 수준, 민주적 미디어 운동을 새로운 단계로 변화시켜가는 과정상의
선도적 지위 등의 성과를 확보할 수 있게된 것은 전문단체의 활동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90년대 초반에 맹아로만 존재하던 노동자 영상패들이 노동 영상운동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면서 이제 노동 영상운동의 영역에서는 새로운 주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으며, 그 결과 현재 노동 영상운동 진영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조직 주체로 다변화되었다. 제작과 비디오 테이프 배급 및 상영을 주요한
배급 수단으로 삼는 전문 단체들, 노동현장의 비디오 제작집단인 노동자 영상패,
그리고 웹 캐스팅을 주요한 소통수단으로 삼는 인터넷 방송 조직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제작과 교육 및 조직화 사업을 전문적으로 해내는 전문 영상단체들은
아직도 소수에 불과하며, 노동자 영상패의 전국적 연대조직, 그를 포괄하는
노동영상운동 진영의 상시적인 연대조직 등은 아직 건설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대부분의 노동영상운동 주체들은 여전히 취약한 재정 기반 때문에 안정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3)이전 활동의 경험들에서 축적된 조건

  ▶ 1992년 백선본 영상활동단, 1997년 노개투 총파업 공동활동단

  공동활동의 경험은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영상에서 시작되었다. 1992년에
독립영화단체, 문예모임, 민중가요 단체들이 백기완 선대본 내 홍보위원회에
결합하여 홍보용 비디오를 제작하였다. 작품은 노동자뉴스 제작단 초기형식의 뉴스
형식을 빌어 강령해설, 후보소개, 선대본 뉴스, 뮤직비디오 코너로 제작 ‘민중의
나라’라는 이름으로 비디오 3편을 제작하였다. (한달 반동안 참여단체는 단체의
활동을 중단하고 제작기재를 하나의 장소에 집중하여 공동제작활동을 했었다.)
당시 제도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진보진영의 정치적 입장을 선동해내고
내부의사소통을 위한 역할을 담당했었다. 
   그리고 1997년 역사적인 노개투 총파업시 범대위 내에 ‘총파업 승리를 위한
공동영상제작단’ 이 활동하였다. 정보통신과 영상이 결합되어 하나의 체계로
조직되지 않았다. 
당시 정보통신은 cug에 텍스트로 총파업 속보를 알려냈고(모뎀으로) 영상은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인터넷 웹사이트에 실험적으로 올렸다. 영상은 대학생 영화서클
연합회 소속의 학생들, 독립영화단체 활동가들, 노동자 영상패들이 총파업을
전국적인 총파업 상황을 기록하고 길거리 상영용 작품을 제작하였다. 이러한
기록들은 노뉴단이 총파업 속보라는 작품으로 총화하였다. (총파업 속보는 당시
베를린 영화제 포름 부분에 상영되어 큰 인기를 얻었고, 민주노총이란 조직을
국제적으로 알려내는 데 큰 힘을 하였다.)

▶ ‘대우차노조 2001총파업투쟁 영상중계단’의 운영

2000년 대우자동차에서 대규모로 1,750명의 정리해고를 강행함에 따라
대우차노조는 즉각 총파업에 돌입하였고, 정부는 파업 3일만에 경찰력을 전격
투입하였다. 이에 노동운동을 비롯한 주요 민중운동단체들이 여기에 맞서
공동투쟁본부를 만들어 싸웠다. 이 투쟁을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리기 위해
노동넷, 진보넷을 비롯하여 여러 정보통신 활동 단위들이 모여 ‘통신단’을
구성하여 활동하였다.(http://dwtubon.nodong.net)
또한 대우자동차노조 영상패와 수도권 노동자 영상패, 참세상방송국 영상팀이 함께
‘대우차노조 총파업 영상중계단’을 구성하여 연일 계속되는 거리시위를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으로 생생하게
중계하였다.(http://cast.jinbo.net/video/special_daewoo.html) 3개월 동안
29개의 동영상을 올렸고, 그 중 ‘24호’가 바로 온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었던 것이다.

▶ 인터넷 생중계의 정착

초고속 인터넷의 빠른 보급에 따른 인터넷 멀티미디어 컨텐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정보인프라가 필요하다. 노동미디어 서버노동네트워크에서는
미디어 자원을 공유․소통하는 인프라 구축하기 위해 노동미디어
서버(스트리밍서버)를 구축하였다. 
한국노동네트워크에서는 작년에 2대의 스트리밍 전용 ‘노동미디어 서버’(Real과
Windows Media 각각 1대씩)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주요 미디어 활동가들에게 이
서버에 공동의 FTP 계정을 만들어 public acces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네트워크에서는 노동미디어 서버를 마련한 뒤부터 인터넷 생중계를
시작하였다. 민주노총의 경우, 대부분의 대의원대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이제 주요 행사나 회의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려는 노동조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노동네트워크에서는 주로 ‘수도권 노동자 영상패’라는 영상집단과 함께
인터넷 생중계를 하고 있다.

▶ 노동절 합동중계단 등 이슈별 공동단위 구성

한국노동네트워크는 작년 노동절을 맞이하여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생생하게
중계하기 위해 ‘노동절 합동중계단’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취재한
내용들은 노동절 홈페이지(http://mayday.nodong.net)에 올렸다.
노동절 합동중계단은 다음 두가지 방식으로 노동절의 각종 행사들을
현장중계했다.

> 현장취재팀(속보-사진중계) : 행사 현장의 각종 분위기와 속보를 사진과 함께
30분～1시간 정도 단위로 온라인 상황실로 보내고, 온라인 상황실에서는 이를
재편집하여 신속하게 인터넷에 올림. 
> 영상중계팀(동영상중계) : 행사 현장을 동영상(비디오)으로 촬영한 여러 영상
단위들의 테이프를 모아 편집한 후 24시간 이내에 인터넷에 올림. 또한 좀 더
시간을 두고 편집한 각 영상 단위들의 작품도 나중에 모두 올림. 

한편, 이때 참세상 방송국에서는 “2001 노동절, 볼륨을 높여라”라는 제목으로
노동절 전야제 행사에서부터 노동절 본대회에 이르기까지 1박2일간 윈엠프로
오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노동의소리’라는 인터넷 방송국에서는
노동절 전날 문화행사를 동영상으로 생중계하는 특별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뒤에도 노동절 합동 중계단의 공동 현장중계 활동은 계속 이어져, 한국에서
전국적인 규모의 큰 투쟁이 있을 때면 정보통신 활동가들과 영상․미디어
활동가들이 공동단위를 구성하여 노동자 투쟁을 인터넷을 통해 생생히 중계하는
활동을 계속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올해 2월에 있었던 철도, 가스, 발전 등 공공부문 3개 노조의
연대총파업 때 구성한 ‘민영화 저지
미디어활동단’이다.(http://labormedia.org/live/strike2002/) 

2. 민영화 저지 미디어 활동단의 활동사례

1) 체계

   공공3사의 파업은 2002년 노동운동 진영의 최대의 이슈였고, 전체
노동운동진영의 관심과 더불어 정보통신과 영상활동가들이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이 같이 시작되었다. 
‘민영화 저지 미디어 활동단’이 그것이다. 미디어 활동단은 전체 4개의 팀으로
구성되었다.

- 인터넷 실천단(사이버 시위와 여론화를 위한 활동)
- 사진속보 중계팀 (긴급한 속보중계)
- 영상 중계팀 (영상으로 투쟁상황 알려냄)
- 국제 연대팀 

  참여단위는 노동네트워크, 노동정보화 사업단, 노동자 뉴스제작단, 수도권
영상패, 참세상방송국과 투쟁사업장인 가스노조, 발전노조, 철도노조였다. 그리고
4개의 팀에 분산 배치되었다.

2) 활동보고(시기별)

   공공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취재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넷에 올렸다. (http://labormedia.org/live/strike2002/)
한국의 공중파 방송들에게는 외면받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일반 노동자들과
국민들에게 전해주는 유력한 대안 매체로서 인터넷은 훌륭한 무기였다. 산개투쟁이
진행될 때 발전노조 위원장은 경찰도 들어올 수 없는 한국 민주화의 성지인
‘명동성당’에 천막을 치고 농성하면서 매일 조합원들에게 전하는 영상 메시지를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다. 용감한 아내들의 집회나 거리시위 모습도 찍어서 올렸고,
산개투쟁 중인 조합원의 건재한 모습도 찍어 올렸다. 

발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38일동안 100개가 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려졌고,
매일 수만명이 이 동영상을 봤다. 이 동영상들은 한국노동네트워크가 노동계의
기금을 모아 마련한 2대의 ‘노동미디어 스트리밍 서버’에 올렸다. 인터넷
데이터센터의 백본망에 연결되어 있는 노동미디어 서버는 평소에 3M 정도의 부하가
걸리는데, 발전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동안에는 매일마다 30~40M 정도의 부하를
감당해야 했다.

(1) 파업 돌입 (2002.2.24 ~2002.2.27)

   2월 24일부터 공공3사 노동자들은 각각 거점 농성장으로 이동하였다.
철도노동자들은 건국대로, 발전노동자와 가스노동자는 서울대로, 3사 지도부는
명성으로 이동하였고, 그리고 2월 25일 새벽 4시를 기해 공공3사 공동파업을
선언하면서 역사적인 공공노동자의 파업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어 2월 26일
민주노총이 연대파업에 들어가면서 파업투쟁의 열기는 전국으로 확산되어갔다.
이러한 투쟁을 알려내기 위해 미디어 활동단은 3군데 거점에 맞게 역할 배치를
하였다. 
특히 영상은 현장기록이 중요하기 때문에 거점별 역할 배치와 함께 제작을 위한
역할배치의 이중구조로 하였다. 현장 촬영담당, 그리고 편집담당, 인터넷에 올리는
담당을 두어 24시간 풀 체계로 가동하였다.
  각 농성장 상황실에는 인터넷이 연결 되어 있었고, 속보들이 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바로 보고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공유는 파업중인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었고, 파업의 상황을 즉각적으로 외부에 알려져 전체 노동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 발전 노조의 산개 투쟁 (2002.2.28~2002.3.31)

‘산개파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파업에 나선 발전산업노동조합

2월 26일 가스 노동자들과 2월 27일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끝내고 현장으로
돌아가고 발전노동자들만이 파업을 지속하였다. 발전 노동자들은
‘산개파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파업전술을 시도했다. 즉, 5300명의 조합원들이
10~20명씩 조를 짜서, 400개 정도 되는 팀들이 제각기 경찰을 피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파업을 계속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산개파업은 위험부담도 컸다. 정부와 제도언론에서는 마치 많은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 선전을 한다. 서로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조합원들은 자기들만 파업에 참가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회사에 찍혀
해고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단결력을 유지하면서 파업을 계속
하기가 아주 힘들게 된다. 과거 서울지하철노조에서도 이러한 정부와 언론의
복귀율 조작 때문에 산개파업 2일만에 패배한 적이 있다. 그만큼 어려운
파업이지만, 경찰의 진압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디어 활동단의 활동은 계속되다.

발전노동자들이만이 투쟁을 계속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산개투쟁으로 전환하자
미디어 활동단은 24시간 전면적인 활동에서 사안별로 활동을 전환하였다. 영상의
경우 서울집중집회, 가대위 집회, 명동성당의 지도부로 나누어 역할배치를 하고
촬영자가 편집을 해서 인터넷에 속보를 올렸다. 이 시기 참세상방속국은 민영화에
대한 기획물을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흩어져 투쟁하는 조합원들을 묶어내다

 발전 노동자들이 산개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보통신 활동가들이 매달려
하룻밤만에 투쟁 특별 홈페이지(strike page;http://baljeon.nodong.net)를 만들어
주었다.
게시판의 위력은 대단했다. 경찰을 피해 전국에 흩어져 다니느라 불안하고
답답했던 조합원들의 갈증이 한꺼번에 게시판에 쏟아져 나왔다. 조합원들은 낮이면
인터넷 까페에 들어가 홈페이지를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홈페이지에서 지도부의
지침을 전달받고, 각 조별로 상태가 어떤지를 이메일로 보고했다. 지도부는
산개파업하는 조합원들이 토론할 꺼리를 게시판에 올리고, 조합원들은 토론한
결과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2～3천개의 글이 올라왔고, 그 글들 속에서 조합원들은
전국에서 똑같이 고생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또한 힘들수록 더욱 굳게
단결하여 꼭 이기자는 조합원들의 절절한 사연들과 가족들의 ‘힘내서 꼭
이기라’는 격려의 글을 읽고 자기 얘기를 쓰느라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인터넷 까페에서 하루를 보냈다.
 조합원들이 경찰을 피해 다니는 사이에 용감한 아내들이 자신들을 대신해서
거리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홈페이지를 통해 보면서 더욱 각오를 다졌다. 뿐만
아니라 이들 투쟁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전국의 노동자들의 글들이 쏟아졌다.
노동자들 사이에 발전 노동자들을 자기 집에 재워주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외에서 전해지는 연대의 메시지들도 조합원들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되었다. 

 정부의 공격,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

홈페이지를 통한 조합원들의 소통(커뮤니케이션)은 참으로 위력적이었다. 정부와
자본측은 그동안 구속하겠다고 협박하고 모두 해고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조합원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토록 어렵다고 하는 산개파업을 전개하면서도 한달이
넘도록 조합원의 90%가 파업에 계속 참여하였던 것이다.
홈페이지가 단결의 구심이 되자 자본측에 고용된 사람들에 의해 극심한 여론조작
시도가 있었다. 마치 조합원인척 하면서 지도부를 비난하는 글을 수도 없이
올렸지만, 더욱 많은 조합원들과 가족들이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심지어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게시판에 대한 공격으로 홈페이지가 몇 차례 다운되기도
했지만, 진보넷의 기술진에 의해 방어되었다.
그러자 정부는 발전노조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웹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진보넷을
압수수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진보넷과 노동넷을 비롯한 정보통신운동
그룹들이 즉각 맞서 전면 투쟁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발전노조
홈페이지와 똑같은 복제 사이트를 여러개 만들고, 해외에도 미러링 사이트를
만들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일본 JCA-NET과 국제진보통신연합(APC; Association
for Progressive Communications) 등 해외 정보통신운동 그룹에서도 미러링
사이트를 만들어주겠다고 지원하고 나섰다. 이렇게 단호하게 대응하고 나서자
정부에서는 홈페이지 폐쇄 의사를 철회하면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인터넷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서 전국의 인터넷 까페들을 검문하고,
발전노조 주요 간부들의 이메일을 감청하여 인터넷 까페에서 메일을 보내고 있는
노조 간부를 검거하는 등 탄압을 일삼았다.

3. 전망 

아쉬운 마무리, 그리고 인터넷의 가능성

발전노조 투쟁은 직접적인 성과 없이 38일만에 끝났다. 투쟁이 끝나면서 미디어
활동단 역시 활동을 마쳤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스스로의 힘을 믿지 못한
민주노총 지도부들이 일방적으로 정부와 합의하여 발전 노동자들은 아쉽게 싸움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발전 노동자들에게 아주 치명적이었다. 파업으로
인해 27명이 구속되고, 348명이나 되는 발전 노동자가 해고되었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끝까지 파업에 참가한 4,037명의 조합원이 회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에 의해 재산이 압류된 상태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 투쟁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와 유통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기하였다. 정부와 자본은 예전과 다름없이 모든 거대 통신망과 언론을
독점하였고 그들을 선전도구로 전락시켰다. 그러나 상황은 예전과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거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연일 파업소식을
축소․왜곡보도 하였지만, 더 이상 한국의 노동자․민중은 TV나 라디오,
신문에 의존하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언어와
견해를 가지고 인터넷을 통해 파업소식을 전달하고 토론했다. 그들의 투쟁 소식은
노동자 자신의 생생한 언어를 타고 집중과 분산을 반복하며 마치 세포가
분열하듯이 퍼져나갔다. 인터넷이 얼마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발전
노동자들은 생생하게 증명해 줬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측의 공격은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로 남는다. 한국 정부는
홈페이지 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지만, 인터넷 등급제를 통한
검열이나 온라인 시위를 금지하는 법안들을 만들었다. 인터넷 공간은 점점
정부-자본의 통제속에 놓이고 있으며, 그 문화도 상업주의로 얼룩지고 있다. 
이는 인터넷 공간의 특성과 문화가, 흔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기술의 고유한
특징 혹은 독특한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민중과 정부-자본간의
지속적인 투쟁의 결과였음을 말해 준다. 그러므로 인터넷이 노동자-민중의 공간과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서 직접적인 투쟁의 무기가 되고,
노동자 국제 연대를 위해 활용되고, 정부와 자본의 통제에 맞선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노동운동의 강력한 무기로 거듭나기 위해

  2002년 민영화 저지 미디어 활동단의 활동에서 우리는 미디어 매체들의 성장과
결합 그리고 인터넷 공간을 통한 유통으로 노동운동의 유력한 무기임을
입증하였다. 이제 이 무기를 개발하여 더욱 강력한 무기로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과 영상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 분야의 활동가들이
모여 토론들을 하고 있다. 
 여기서는 노뉴단에서 고민중인 하나의 대안을 말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활동가들의 네트워크화를 위한 노동자 인터넷 포탈이다. 이것은 지금 기획의 상만
제시되어 있는 상태이다.
 
1) 노동자 인터넷 포털의 상은 정보집적 공유 + 컨테츠 발굴 + 네트워크 활성화 +
교육 및 토론이다. 

2) 의의

- 이 사이트를 통하면 과거와 현재 노동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고 미디어 읽기의
차원에서는 주류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미디어 만들기의 차원에서는
전문단체와 노동자 영상패를 포괄하는 노동영상운동에 대한 토론 및 평가에 참여
혹은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노동운동의 역사를 영상으로 학습할 수
있다.

- 이를 통해서, 노동자들에 대한 미디어 교육을 제공하고, 스스로 영상 컨테츠
제작의 주체로 서게 하며, 그 과정에서 보다 선진적인 노동자 비평가 및 제작자를
발굴 지원한다.

- 이 사이트를 통해서 구축된 네트워크와 관련 조직체들은 이후 엑세스 방송,
라디오 운동등 다양한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기본적인 인력풀과 정보교류의 근거가
될 것이다.

- 또한 이를 통해서 대규모 투쟁중심의 영상기록, 노동자 영상패의 재생산의 정체
현상, 아카이브의 부재등 현재 노동 영상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는 단초를
마련한다.

3) 역할

- 흩어져 있는 컨테츠의 집대성 : 노동 영상물을 감상하는 창구, 영상 아카이브의
역할, 영상관련 문서자료 아카이브(영화평, 운동론등)

- 디지틀 갭의 극복 : 정보를 통한 제작지원 나아가 서버공간 제공, 미디어 교육을
통해 주류미디어 비평 + 대안 미디어론 제공

- 네트워크 강화 및 구축 : 노동자 영상패 네트워크, 비정규 노동자와 청소년의
네트워크 제공

- 영상을 활용한 노동운동 교육 활성화

- 소통의 창구 : 주류미디어 및 노동영상물에 대한 평가, 추천 및 토론을 활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