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매개로 한 대중의 새로운 흐름과 노동운동의 변화
- 촛불시위, 노사모 등의 사례와 시사점을 중심으로
최 세 진 (민주노총 정보통신부장)
우리는 올 한해 인터넷을 매개로 한 대중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경험했다. 이 글은
그 여러 가지 사례 중에서 특히 ‘광화문 촛불 시위’를 중심으로 그 배경과 진행
경과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결론적으로 우리 노동진영, 민중진영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어떻게 전술을 바꿔가야 할지 제안하고자 한다.
1. 미군의 여중생 살해 사건에서 광화문 집회까지
지난 토요일(2002년 11월 30일, 12월 7일, 14일, 21일) 우리는 유사이래 없었던
놀라운 집회를 보았다. 한 넷티즌이 게시판에 ‘토요일 6시에 촛불을 가지고
모이자’라는 제안으로 첫주에는 1만여명이 광화문에 집결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에는 전국 36개 도시에서 같은 집회가 진행되었으며, 광화문에는 5만여명이
집결했다. 조직된 대중이 아닌 무차별 개인들이 한 개인의 제안으로 이렇게 한날
한시에 모여서 같은 요구사항을 걸고 집회를 연 것은 세계 초유의 사건이었다.
2000년의 시애틀 투쟁도 인터넷을 통한 조직이라 이와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으나, 시애틀 투쟁은 ‘조직 중심’의 연대였다는 점이 다르다. 당시, 시애틀
투쟁은 개인들의 결합이 아니라, 미 전역에 흩어져 있던 소규모 조직들이 인터넷을
통해 연대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지침을 만들어 배포한 것이다. 당시 중앙의
역할을 하는 조직이 있긴 했으나 그 조직은 각 조직의 입장을 조율하는 정도였다.
이러한 조직형태를 ‘자전거 창살 조직’이라고 불렀었는데, 이는 가느다란 창살로
연결된 바퀴처럼 각자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느슨한 연대의 틀로 모여서 공동행동을
함께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조직 형태는 집회 당시 행동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1) 여중생 사건 이후 진행 경과
가. 여중생 사건의 이슈화
6월 여중생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선일보는 보도조차 하지 않았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아주 작은 단신으로 취급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11월 21일 이후
재판이 무죄로 나온 뒤에야 이에 대한 논평과 기사를 실었는데, 이때 이미 인터넷
상에서는 그에 대한 대중의 판단이 끝난 상태였고, 이에 대한 온갖 자료와
정보들을 주고받으면서 미국의 패권주의와 미군의 만행에 대한 넷티즌들의
성토대회가 한창 진행중이던 상황이었다. 공중파 방송도 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S와 SBS는 집회 당일까지도 여중생 사건과 관련하여 단신 보도 외에는
크게 다룬 일이 없었다. 다만, MBC에서 몇차례 뉴스 시간에 보도하기도 하고,
PD수첩으로 별도 기획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했지만, PD수첩의 내용 역시 이미 몇
달전부터 범대위 홈페이지, 민중의 소리,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에 돌고 있던
것들을 모아 방영한 수준으로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즉, 여중생 사건 광화문
집회는 6월 초부터 철저히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한 가운데 순전히 범대위를
중심으로 한 선도투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은 10대-30대 층이 주도적으로
알려내고, 분노를 조직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초기에 이 사건은 월드컵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으나,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의 새로운 뉴스 촛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말그대로 그냥 작은
교통사고로 지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이 사건은 수년간 국내 여론을 뒤흔드는
몇차례의 사건들(매향리, F15, 한강 독극물 방류, 동계올림픽 오노 사건, 9.11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겪으면서 형성된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정을
자극했고, 그것이 인터넷 상에서 전반적인 동의로 확인되자 손과 눈으로 움직이던
넷티즌들을 하나로 묶어 거리로 나와 직접 발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특히, 이 사건의 희생자가 10대들이란 점은 인터넷의 주이용층인 10대를
자극했는데, 여중생들을 내 또래의 친구, 내 동생, 내 누나들로 생각한 10대들은
기존의 사건과 달리 자신들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특유의 유머로 미국의 패권주의와
미군 소파 개정을 비꼬기 시작했고, 인터넷 신문이나 범대위에서 생산된 정보들을
여기저기로 퍼나르는 정보의 연결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 집회의 선전과 조직
이 집회는 처음 11월 27일 한겨레신문의 자유토론란에 한 넷티즌이 아래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글을 올린 당사자는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앙마(김기보, 30,
학원강사, 앙마라는 ID는 붉은 악마와 무관하다)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이용자로 단
세 군데의 게시판에 그 글을 올렸다고 한다.
이 글을 보고 찬성한 넷티즌들이 해당 글을 퍼다가(복사 배포한다는 뜻) 다른
동아리(클럽, 커뮤니티, 까페)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 집회를 위해 관련
동아리까지 생겼으며, ‘사이버 범대위’라는 홈페이지도 만들어졌다. 이 모든
것은 완전히 개인들의 자율적인 활동이었다. 거기는 책임 주체도, 조직도, 집회
내용에 대한 사전 합의도, 계획도 없었다. 다만, 제안과 동의만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제안이 나온지 단 3일만에 광화문에 1만여명이 집결했다.
번호 : 64630 ▒ 글쓴이 : 앙마 (snupkin) ▒ 조회 : 137 ▒ 추천 : 12
광화문을 촛불로 채웁시다. 전세계에 우리의 의지를 다시 보여줍시다. 우린
광화문을 걸을 자격이 있는 대한민국의 주인들입니다. 피디수첩을 보면서
울었습니다. 그렇게 강경하게 싸운 그들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죽은 이의
영혼은 반딧불이 된다고 합니다. 광화문을 우리의 영혼으로 채웁시다. 광화문에서
미선이 효순이와 함께 수천수만의 반딧불이 됩시다. 토요일. 일요일 6시. 우리
편안한 휴식을 반납합시다. 검은옷을 입고 촛불을 준비해주십시요. 집에서
나오면서부터 촛불을 켜주십시오. 누가 묻거든, 억울하게 죽은 우리 누이를
위로하러간다고 말씀해주십시오. 촛불을 들고 광화문을 걸읍시다. 6월의 그
기쁨속에서 잊혀졌던 미선이 효순이를 추모합시다. 경찰이 막을까요? 그래도
걷겠습니다. 차라리 맞겠습니다. 우리는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갚는 저급한
미국인들이 아닙니다. 한분만 나오셔도 좋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겠습니다.
미선이, 효순이가 편안하게 쉴수있는 대한민국에 대해서 얘기하겠습니다. 저
혼자라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주, 다음주, 그다음주. 광화문을 우리의 촛불로
가득채웁시다. 평화로 미국의 폭력을 꺼버립시다.
이렇게 조직된 집회이기에 집회 신고는 당연히 하지 않았으며, 집회현장에서도
주도하는 조직이나 단체가 없었다. 한 넷티즌은 주최가 없다는 것에 대해 “총련과
같은 단체에서 주체가 된다면 오히려 폭력시위가 될 수도 있고, 국민적인 호응을
얻기 힘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략] 경찰 등에서 문제가 되었을 경우 쪼아댈 수
있는 단체가 없다는 것... 모든 참가자들이 어떤 단체를 통하지 않고 국민들의
공통된 정서로 개인적으로 모인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진정한 목소리일 것이고, 미군부대에 던져넣은 화염병 보다,
돌멩이보다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화염병과 짱돌로는 세상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우리의 하나된 마음을 침묵하는 촛불로 표현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11/29, 나우누리, 저니맨)”라고 썼다
이 넷티즌의 글은 곧 현실이 되었다. 집회가 금지된 광화문과 미대사관앞에서
시위가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처벌받았다거나 구속된 사람과 단체는 없었으며,
오히려 전 사회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하던 정치권이 움직이고, 심지어 ‘반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던
이회창 마저 집회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그 후 이
문제에 대해 이도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렸고, 조갑제는 ‘스탠스를 잃어버린
이회창’ 후보를 격렬히 비난했다.
당일 집회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주최하는 단체나 정해진
연설자 없이’ 마이크를 주고받았다. 참가한 중학생부터 일반 시민들까지 자유롭게
무대에 올라와서 목소리를 높혔으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해산도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한번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 집회는 당일 한
연사가 이 추모제를 계속 하자고 제안하고 집회 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자 거수로 매주, 매달, 매일 중 매주 모일 것이 다수결로 결정되었다. 그 날
집회에서 대중은 동원의 대상도, 선전 선동의 대상도 아니었으며, 스스로
조직하고, 선전하고, 연설하고, 의결하고, 집행하는 주체였다.
한겨레21은 당시 모습을 이렇게 적었다. ‘즉석에서 앰프를 빌리고, 마이크를
빌리고, 사회자를 뽑고, 마치 양촌리 김 회장 잔칫집 풍경이었어. 프로그램이 뭐가
있었겠어. 그저 말하고 싶은 사람 앞으로 나와 ?미군 미워여?, ?부시 싫어여?,
?소파 허접해여? 막 이러구 사람들은 박수치고…. 게다가 ?앞으로 일주일에 몇번
모일까여 다수결로 결정합시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거수하고 그거 사회자가
카운트하더니 일주일 한번 집회로 쾅쾅 결정내리고. 이거 진짜 골때리는
풍경이었어. 근데 이게 진짜 민주주의거덩. 간접민주주의라는 거 투표권 한장이
고무신 하나랑 맞바꿔지는 웃긴 짬뽕인데, 사람들이 너나없이 발언하고 그 발언이
또 정책결정에 반영되고, 이거 진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삼촌 생전, 연애 수만큼
수백번 집회를 들락거려봤지만 이런 대규모 집회에서 이런 정경은 처음이었다.
이제 2500년 전 아크로폴리스가 광화문에 부활했다는 걸 알겠지’ (12/5, 한겨레21
437호, <떠나라, 그 감동의 메아리>)
이 집회를 보고 한 운동권 학생은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렸다. ‘수백건씩
널려져있는 민중운동의 이슈들..해가 지나도 별로 달라지지않는 세상... 그속에서
그저 당위만으로 집회에 나가곤했던 날들은 얼마나 많았는지... [중략] 아
감동이었다. 민주노동당에서 당원들 몇명 시켜서 미리
대기시켜놓았나부다....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략] 취재하러온 기자들도
데스크에 연락하느라 정신이 없다. '조직된 사람들보다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들이
훨씬 많다!' 그들의 말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중략] 그날 느꼈다. 아
이거구나..이런거였구나... [중략] 시민들이 저렇게 조금씩 변하고 있다. 우리도
조금더 능동적이어야되지않을까.. ’(12/2, 나우누리)
2) 운동단체의 움직임
가. 여중생 범대위
6월 사건 직후 조직된 여중생 범대위는 선도투와 대중 선전전을 통해 초기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게 하는 중요한 센터 역할을 했다. 그러나 7월 이후
실제로 대중들이 이 사건에 대한 주요한 자료가 모여있는 범대위 홈페이지로
몰려들자 그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넷티즌들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조회수가
올라가고, 게시판에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왜
그들이 여기로 오는지, 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야 할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오히려
혼란스러워 했고, ‘이들을 어떻게 집회장으로 모아낼까’만 고민했다. 그러나
당시 범대위는 의정부에서의 집회에 집중하고 있었고, 단체 중심의 범대위로서는
몰려드는 개별 넷티즌들이 함께 행동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만들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여중생 49제를 시청앞으로 잡으면서 이들을 모으고자 했으나, 인터넷
공간에서의 선전 부족, 단체 중심의 조직, 집회에서 운동진영 명망가 중심의
연설방식 등 기존의 방식을 거듭했다. 그 뒤 여중생 사건은 인터넷의 들끓는 여론
따로, 단체 중심의 집회 따로 진행되는 기형적인 형태로 11월까지 진행되었다.
실제 미군의 재판이 있던 날조차도 제대로 선전이 안된 상태에서 몇몇 단체
활동가들만이 모여 미군에 대한 항의집회를 진행했고, 경찰의 무차별 폭행과
진압이 있었다.
그리고 11월 30일 광화문에서 1만명이 모여 집회를 가졌다. 광화문 집회가 있던
당시 종묘에서 집회를 마친 약 3-4000명의 조직 대오가 광화문 촛불시위에
결합했다. 그러나 30일 당일까지도 범대위에서는 광화문 집회에 대한 기획이나
지침, 논의가 전혀 없었으며, 그것은 30일 집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주
초에 제출된 일정과 계획에도 11월 30일 1만명의 광화문 집회에 대한 분석이
없었으며, 곧 돌아올 12월 7일 광화문 집회에 대한 어떤 지침도 없었다. 당시
광화문 집회에서 ‘소파 개정, 부시 사과’부터 시작해서 ‘미군 철수’까지
그동안 범대위가 주장해온 구호들이 외쳐지고 대중들이 그것을 원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모인 그 대오를 보고 오히려 범대위는 어찌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이는 단지 범대위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시 범대위에 참여하고 있던 어떤
단체도 이에 대한 입장이나 지침이 없었다. 전 민중진영이 ‘대중들이 폭발적으로
일어나 몰려가는 이 사태’를 어찌할 줄 모르고 그저 관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모두가 처음 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대중들이 같은 사안에 대해 같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결했는데, 그에
대한 초보적인 지침이나 입장발표 조차 없다는 것은 ‘운동단체’로서 그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제 운동단체들은 그저 ‘야.. 많이 모였더라.
인터넷으로 모였다더라’ 말고는 없었다. 그들이 왜 모였으며, 어떻게 모이게
됐는지, 요구하는 게 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오노 사건 당시 맥도날드 불매 운동에 대해 여타 단체들이 그저
관망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 깃발 논쟁
11월 30일과 12월 7일 오히려 운동단체들은 집회에서 거꾸로 참여 대중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운동단체들이 곁가지로 참여하게 된 광화문 집회에서 진작에
같은 사안을 가지고 투쟁해오던 제 단체들을 넷티즌들이 배척하는 일이 벌어진다.
광화문 집회 전후에 인터넷에 올라온 넷티즌들의 글들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괜히.. 전경들에게 시비걸면서.. 충돌을 야기시킬겁니다..그럼, 한총련
대학생들.. 이마터지고.. 피줄줄 흘리겠죠.. [중략] 한총련학생들은 바로 그걸
노리는 겁니다.. 그렇읍니다.. 한총련은 이번 시위로..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고..
그러니.. 절대로.. 한총련의 꾐에 속지마세요... [중략] 그럼.. 광화문 시위는
성공적으로 치러지게 되는 겁니다.. ’(11/29, 나우누리, 난짱이야)
‘시위에 동감한다는건지 표긁으러 온건지 얼굴 대문짝만큼 크게찍힌 트럭 두개
몰고오신 권영길아저씨(실망입니다..당신 그 트럭 안가지고와서
연설했어야했습니다)’ (11/30, 나우누리, sear)
'전경과 대치했을 때 앞에서 욕하며 강하게 나간 사람은 주로 종묘 집회 참가자
인거 같았고, 촛불든 사람들은 정말 '평화롭게' 시위를 하며 미대사관쪽으로
가자고 했는데.. 중간에 흥분한 사람과 전경 모두 다른사람이 말리고..' (11/30,
나우누리, rockbeat)
당시 초기 제안자인 ‘앙마’라는 넷티즌의 제안 내용도 그랬지만, 그날은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모여 비폭력 추모제를 하자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모인 넷티즌들은 나중에 깃발을 들고 몰려온 운동단체들이 집회를
주도하려고 하면서 폭력적으로 진행하려 하자 거부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넷티즌들은 깃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데, 그것은 넷티즌들 스스로에 의한
자발적 추모제가 깃발을 든 단체들이 소집한 집회처럼 되거나, 깃발을 든 단체들인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정을 알리없던
운동단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집회를 이끌고 나가려 했고, 집회 대오 내에서
무대와 대중이 따로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일은 12월 7일 더
심해진다.
‘권영길 후보가 한말씀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려고 했습니다. [중략] 시민들의
반응은 호응도 거부도 없이 그저 웅성거렸습니다. 권영길 후보 훌륭하신 분인거
알고있고, 또 불평등한 SOFA의 개정을 위해 누구보다 일찍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신 분인거 모두 압니다. [중략] 어쨌거나 미선이와 효순이가 정치적인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기분만큼은 떨칠 수 없었습니다.’ (12/8, 나우누리,
sungjene)
‘처음에 올라가니 권영길 후보 지지자들의 쑈들이보이고, 엄청나게 많은 한총련과
기타등등의 운동권들의 깃발들..... 도대체 그들이 왜 깃발을 들고 왔는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우리는 추모식에 참석했으니 이제 우리를 지지해달라'이런것이 아니면
왜그런건지. 그러다가 경찰과 추모식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과 대치된 상태에서
경찰들과 밀고 당기고하고 있을때 제옆에 노동권으로 보이는 한여자가(확실치는
않습니다) 하는 말이 '이게 무슨 데모냐고 이렇게 조잡한 데모는 처음봤다고
하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12/8, 나우누리, parlous)
‘어쨋든... 좋건싫건 권영길 후보의 유세차량에 의해 모였던 인파들이 좌지우지
되버린건 맞는듯 합니다.’(12/8, 나우누리, 미친토끼)
이러한 넷티즌들의 반응에 민주노동당원 등 운동권 넷티즌들은 ‘민주노동당과
한총련 참가 자격있고, 발언권 있다.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을 때부터 싸워왔던
사람들이다’라는 글들을 올렸었는데, 이는 넷티즌들이 왜 거부감을 갖는지 전혀
모르는 반론이었다. 넷티즌들은 운동단체들의 참가자격을 논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집회를 자신들의 집회로, 자신들의 방식대로 이끌어 가려고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즉, 집회참가자들은 ‘민주주의적인 집회 운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집회의 선전선동의 대상, 동원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초기 제안자인 ‘앙마’는 <광화문에 더많은 민주주의를>이라는
글에서 넷티즌들에게는 ‘이기기위해서는 "넓어져야"합니다. [중략] 언론이 미선이
효순이 의 진실을 가리려할때 깃발든 분들이 결국 진실을 지켜내셨습니다. [중략]
깃발은 그분들의 자존심입니다. 한 깃발아래 같이 서달라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너그러워집시다. 깃발이 보이면 아, 저분들도 왔구나. 서로 칭찬합시다.’라며
달랬고, 운동단체들에게는 ‘광화문을 진짜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곳으로
만듭시다. 여기 처음 오시는 시민들은 기존의 집회형식을 낯설어합니다. [중략]
거리감을 주는 표식을 떼어주십시오.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떨치십시요. 상대방을
배려할때 대중과의 소통기회가 열립니다. 당신들은 10년넘게 거리에서 대중들을
호출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그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대화하십시요. 지금은
절실한 기회입니다. [중략] 광화문에 모인 모두에게 집회의 주도권을 주십시오.’
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는 <더많은 민주주의와 반미를>이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같은 진심어린 호소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소위 깃발대오로
분류되는 촛불시위 참가자의 일원으로서 제안자의 자성촉구에 화답하고, 더불어
현재의 광화문 촛불시위와 반미운동에 대한 우리의 바램’은 ‘깃발대오와
비운동권대오라는 허구적으로 조작된 집단성’을 깨고, ‘반미는 반도의
'자존심'으로 그쳐서는 안될 국제주의적인 인권과 평화의 새로운 진전을 이루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 이후 넷티즌들에 의한 운동단체 비난은 줄어들었지만, 대중들에 의한
자발적인 집회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단체들은 12월 7일 집회와 범대위
이름으로 개최되었던 14일 집회에 또다시 여러 가지 실수들을 했다.
첫째는 대중들의 요구를 읽지 못하는 실수이다. 지금까지 집회는 집회 주최자의
제안과 명령, 지침으로 대중들이 움직였는데, 이 집회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범대위는 계속 기존의 방식을 고집했고, 그건 집회 당시 대중과 무대를
분리시켜 버렸다. 12월 7일 미대사관으로 가려는 대중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광화문에서 정리집회를 하려던 범대위측 사회자가 한 연설자를 올려서 소개하던 중
대중들은 ‘나가자, 나가자’를 외치며 대사관으로 몰려가 버렸고, 결국
범대위측에서는 ‘위험하니 천천히 가라’는 이야기만 뒤에서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14일 역시 시청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한 후 9시경 범대위는 전경차로
꽉막힌 광화문 입구에서 정리집회를 열려고 했으나, 일부 학생들과 시민들이
지하도를 통해 미대사관으로 몰려갔다. 그런데도 범대위의 집회 사회자는
정리집회를 강행했고, 이에 반대한 시민들은 밤 11시까지 미대사관측에 몰려간
학생들이 무사히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면서 ‘자유발언대’를 유지하고 집회를
계속했다. 추후 범대위에 확인 결과, 범대위 내부에서도 사전에 넷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들이 논의되고 제출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집회 현장에서 사회자의 실수와 기존의 집회와 다르게 전개되는
돌발 상황 등으로 결국 집행되지 못하게 되면서 오히려 비조직 대중들과 갈등이
확대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
이에 대해 당시 집회에 참가했던 한 넷티즌은 ‘미선이 효순이의 한을 푸는 것은
시위대와 범대위가 함께 결정해야 하고 대중의 자발적 행동에 목소리를 기울여야
한다. [중략] 본 집회는 최대한 빨리 끝내고 사람들이 얘기를 할 수 있을 만한
규모로 자유롭게 나누어 자신의 이야를 할 수 있는 자유발언을 확장시키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12/16, 범대위 게시판, 이현욱)고 범대위에 촉구했다. 즉,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새로운 집회 방식을 도입하자는 제안인데, ‘전체
기조를 밝히는 본집회를 짧게 진행한 후, 소규모 그룹(200-500여명)으로 나누어
집단적인 토론이 가능하도록 해서 최대한 참가 대중을 주체로 끌어올리고, 그들이
직접 집회를 이끌어 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당시 ‘앙마’ 역시 같은 시기에
비슷한 제안을 했다.
두 번째는 14일 집회 준비에 관한 사항이다. 이 집회는 10만여명이 시청앞에
집결하여 최근 가장 성공적인 집회가 되긴 했으나, 그 준비과정을 보면 문제가
상당히 많다. 범대위는 자칭 ‘사이버 범대위’라는 홈페이지 운영자와 연석회의를
진행하고 나서 14일 집회에 관해 ‘넷티즌들과 함께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넷티즌은 단체도 아니고, 누구에게 대표성을 이양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범대위는
평소 의사결정 방식 그대로 마치 넷티즌을 외부 단체인양 자칭 ‘사이버
범대위’가 참석하도록 회의를 진행했고, 그것을 통해 넷티즌 전체의 동의를 얻은
것처럼 판단했던 것이다. 그 후에 14일 집회에 대한 선전전 역시 평소처럼
단체들에 포스터를 발송하는 것으로 끝낸 듯 하다. 지금까지 광화문 집회가
인터넷을 통한 조직이었던 것은 하나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14일 집회의 성공은
덕분에 오히려 공중파의 덕을 꽤 봤다. 이미 쏠쏠한 뉴스꺼리가 된 이 집회에 대해
며칠전부터 공중파가 매번 뉴스때마다 알려준 덕으로 시민들이 모여든 것이다.
처음 집회가 제안되고 논의되던 어떤 게시판에도 14일 집회에 대한 안내나 홍보가
없었다. ‘사이버 범대위’라는 곳도 자신의 홈페이지만 그것을 올렸을 뿐 외부로
알릴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사이버 범대위’는 선거법을
핑계로 해서 조금만 정치적인 비판이 올라오면 무조건 삭제를 하는 등 게시판
운영에도 많은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데, ‘여중생 범대위’는 아직도 그 홈페이지
운영자를 상대로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그게 거꾸로 ‘사이버 범대위’로
무게를 실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즉, 넷티즌들이 ‘사이버
범대위’를 만든 게 아니라 ‘여중생 범대위’가 ‘사이버 범대위’의 권위를
인정해 줌으로서 넷티즌들이 따라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 식의 ‘사이버
범대위’는 차라리 ‘여중생 범대위’ 홈페이지로 한데 통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왜 별도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리고 오히려 지난
오노 사건 이후로 넷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운영중인 다양한 반미, 불매운동
동아리들은 전혀 범대위 차원에서 연대하거나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런
존재들을 알기나 하는지도 의심스럽다.
2. 배경
1) 사회적 배경
가. 6.15 공동선언
지난 11월 27일 민족문화작가회의는 ‘주한미군 범죄의 무죄평결에 대한 한국
문학인 1052명의 견해’를 발표했는데, 다음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조정래 선생은 이러한 반미 열풍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이 6.15
공동선언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남북간의 화해협력 체제가 6.15 공공선언 이후
안정화되면서 북한의 대남 위협이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보호막으로 생각했던 미군의 존재가 오히려 현재는 짐이 된다고 판단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러한 경향은 인터넷 공간에서 충분히 보여지는데, 북핵에
대해서도 예전과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올라온다. ‘북한이 남한에 핵을 쏘겠냐,
그러면 지네도 죽는데..’, ‘북핵은 미국과 일본의 문제이지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식이다. 서해안 교전 때에도 분단과 남북의 정치논리로 인해 희생된
남북한의 젊은이(군인) 모두에게 조의를 표한다는 의견이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넷티즌들의 그런 대북관의 변화는 연말 선거때에도 고스란히 보여줬다. 87년
이래 지속되던 북풍이 올해 선거에서는 아예 맥도 못추렸다. 북핵 재가동과 미국의
무기판매선 납치까지 결코 작지 않은 사건들이 거듭되고,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이
1면 헤드라인으로 연이어 때렸지만, 인터넷 상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에
대한 비난이나 경계의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관계의
변화는 밑에 깊이 흐르는 저류이지 인터넷 상에서 이번 사건과 함께 논의되거나
연계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즉, 여중생 사건으로 모인 대중에게 ‘그래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연계하기엔 아직까지 많은 설명과 설득, 동의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나. 연이은 미군 범죄, 미국의 패권주의, 군국주의
매향리 사건, 한강 독극물 사건, 미군부대 기름유출 사건 등 수년간 지속된 미군
범죄는 인터넷에서도 계속 화제가 되었으며, 9.11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전,
F-15 구매 압력 사건, 오노 사건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패권주의는 넷티즌들을
자극했다. 특히 9.11 이후 미국에 대한 여론이 바뀌는 것이 눈에 띄는데,
그전까지는 미군 일부의 개별적인 범죄와 사건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 그 후
전개되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세계적인 반발을 보면서 하나의 맥락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9.11 이후 미국의 제국주의적 군국주의 행태는 그 자체로
비난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F-15 사건과 매향리 사건 등에서는 미국에 할말
못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오노 사건은 넷티즌들의
감정적인 반미의식을 부추겼고, 맥도날드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집단적인 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즉, 여중생 사건 이전에 이미 인터넷 여론은 미국에
감정적이고 이성적인 거부감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미국의 편을 들었던 조선일보는 인터넷에서 수년째 무더기로
씹히면서 더 이상 공정한 언론의 자격을 상실했고, 이제는 조선일보의 논평이나
기사가 ‘우스개’급의 취급을 받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넷티즌들의 미국에 대한 인식은 기존에는 언론에 의해 정보를 습득하고,
운동진영의 선도투에 자극받는 과정이었다면, 최근 몇몇 사건에 있어서는 특히
오노 사건 이후에는 넷티즌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불매운동을 조직하고,
프린터로 유인물을 만들어서 아파트 벽에 부착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심지어 여중생 사건 이후에는 범대위에 갖가지 충고와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넷티즌들의 반미의식이 아직은 여러 사건의 연결을 통한 ‘귀납적인
반미감정’이기 때문에 사회구성체론으로부터 추론된 반제국주의 투쟁이나
민족해방투쟁의 연속으로 넷티즌들의 반미감정을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때로 ‘우리는 반미가 아니라 합리적인 국제관계를 요구한다’는 글이 지지를
받는 것을 보면 개별사건의 해결 요구에서 제도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도의 상태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통일문제’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에 시기상조이며, 넷티즌들이 그
연관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오히려 제국주의로서의
미국을 폭로하고, 반전평화 운동과 연계시키는 것이 현재 상황에 훨씬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지 않을까 판단된다.
이 두가지 사회적 배경이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이후 남북화해협력 분위기가 다시 냉각되거나, 미국이
한국에 대해 다른 태도를 취하기 시작하면 미국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더라도
거리로 넷티즌들을 모아내는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추측된다.
다. 월드컵 응원전
월드컵 응원전의 영향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모여본 경험이다. 해본 놈이 잘
한다고 이미 한번 모여봤던 대중은 그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
때의 경험을 대단히 흥미로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은 또다시 모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했고, 스스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기만 하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광화문과 야간집회의 문제이다. 현재 넷티즌 사이에는 광화문에서
모이는 것과 야간 집회가 불법이라는 사실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월드컵
당시에도 집회신고 없이도 얼마든지 모였고, 그것을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해줬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것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고, 그 불법성이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대선
투표 당일도 광화문에 모이고, 민주당으로 몰려가고 했다(민주당사 앞 집회 역시
현행법상 불법이다). 지난 12월 21일 집회 역시 신고 없이 진행하다가 미대사관
앞으로 대오가 몰려가자 경찰에서는 폭력적으로 이들을 진압했는데, 당시 경찰에
대한 항의글은 많아도 그것이 불법이라고 지적하는 글은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기껏 있는 반론이라고 해봐야 ‘전경들도 고생이 많다. 전경이 아니라 명령하는
경찰간부들이 문제다’ 정도의 수준이었다. 80년 서울의 봄 이래 한번도 깨지
못했던 광화문의 높은 철벽을 그들이 실천적으로 깨버렸고, 집시법의 허구를
‘어겨서’ 깨뜨려 버린 것이다.
라. 넷티즌의 형성
사실 ‘넷티즌’이라는 단어는 초기에는 ‘인터넷 이용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의미로 넷티즌을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인터넷 사용자’를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진 특정한
소수집단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2002년 6월 현재 2천5백만명이 넘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고(한국인터넷정보센터 통계자료), 나이별로 10대 중 90.6%,
20대 중 86%, 30대 중 66.7%, 40대의 38.9%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소수의 특정 집단으로 분류하거나 지칭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는 신문
전체의 구독률과 비슷하다. 이미 40대 이상까지 폭넓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특정한 세대로 지칭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아직은 전체
국민연령대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고 각 게시판의
의견개진 역시 젊은 층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현재 인터넷의 여론은 2-30대 젊은
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의 폭넓은 보급은
정보의 생산, 흐름, 토론, 여론 형성과정, 인간 관계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고,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을 접한 젊은 세대일수록 새롭게 형성된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형성하는 인터넷 여론은 매스미디어가 형성하는 사회 여론과
상대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데, 초기에는 매스미디어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주로
논쟁되기도 하고, 순전히 넷티즌들 내에서만의 독특한 논쟁꺼리가 오르락내리락
하던 형태였다가, 최근에는 이용층의 세대가 올라가고, 확대되면서 스스로
정보생산자가 되어 오히려 거꾸로 인터넷 여론이 매스미디어 여론을 주도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변화이다. 언론사의 기자들이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은 용이하겠지만, 그에 대한 대중의 평가나, 여론의 추이는
여론조사를 하기 전에는 정보통신을 통한 대중의 반응을 점검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 대중들은 기자들이 봐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스미디어가 의도하는 여론형성을 넘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해서 비교, 분석,
배포, 토론해서 집단적인 행동까지 하는 단계가 된 것이고, 그 행동이 초기의
온라인 중심의 행동에서 오프라인의 집단행동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국내외의 모든 권력이 모든 인적, 물적, 정치적 역량을 투여하는 대통령 선거까지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니 여론은 이제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인터넷에서부터 나온다고 해도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은 이제
대중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다. 그 여론 형성 과정에서 ROM(Read Only Man, 글을
읽기만 하는 사람들을 가르키는 말)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올리고,
글을 퍼다가 뿌리는 일부의 이용자들을 ‘넷티즌’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큰
무리는 없을 듯 싶다. 그들을 특정해서 부른다면 90년대부터 보급된 인터넷을
어렸을 때부터 친숙하게 접근해서 그것을 통한 참여와 토론에 익숙한 10대, 20대,
30대 초반 세대까지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들은 앞서의 386 세대와는 구별되는 몇가지 사회적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보통 수능세대라고 불리워지는 이들은 90년대의 소위 ‘신세대’ 이후
세대이다. 이들은 군부독재를 경험하지 못했고, 학교에서 특성화 교육이
강조되어서 각자의 개성적인 활동이 가능했고, 학생회 활동이 폭넓게
보장되었으며, 대안 학교가 확산되던 시기에 학교를 다녔던 세대이다. 그리고
90년대 신세대들이 형성해놓은 자유로운 개성들이 폭넓게 보장된 문화의 혜택을
어렸을 때부터 받으면서 성장했다. 90년대 신세대는 자유의 영역을 문화운동에
투영했었는데, 이제 그 범위는 전방위로 넓어진 것이다.
이들 세대에 대해 한겨레21은 437호에서 ‘깊이 있게 천착하지는 않지만 관심의
폭이 아주 넓고 기성세대처럼 닫혀 있지 않아요. 겉으로 보면 리니지 게임에 취해
심각한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중략] 순수한 의미의 진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굉장한 에너지가 있는 거예요. 그런 열정이 축구?음악?게임으로부터
사회적 의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참여하고 발언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문학평론가 정윤수)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주의 세대’ (홍성대 상지대 사회학 교수)
‘이들은 패션을 비롯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데 솔직하고 거리낌없고
정정당당하다.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386세대만 해도 [중략] 정치적
의사표현도 여러 차례의 자기검열과 조직적 학습을 거쳐야 가능했다.’(김수기
현실문화연구 대표)
‘이들은 우리나라가 한창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기 시작할 때 태어나고 자라난
세대다. 한국은 지금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200여개가 넘는
나라 중에 11위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거다. 이들은
기성세대의 미국관, 비굴한 미국관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홍성대 교수)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사회 여론 주도세력으로 떠오른 이들 세대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이미 미국 등 70년대 정보통신 초기부터 대중적으로 정보통신이
보급되었던 나라들에서는 이용자 비율이 세대간 전혀 차이를 보이지 않고
인구비례가 그대로 반영되는 상황이 되었다. 곧 우리나라도 이렇게 전 세대가
인터넷에 참여하는 시기가 올 것이고, 이미 70% 이상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직도 운동진영은 이 새로운 여론 주도세력을 파악조차 못할 뿐 아니라 그들의
조직방식, 선전방식, 토론방식을 허겁지겁 따라가기도 버거워하고 있다.
2) 국내 인터넷 환경의 특성
가. 게시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게시판 사용이 우리만큼 발달된 나라는 사실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홈페이지를 만들면 당연히 게시판 한 두개는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다른 나라의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일반 상업적 홈페이지 뿐 아니라
공공기관, 심지어 사회단체들의 홈페이지에도 게시판을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있다면 운영자의 메일주소가 있을 뿐이고, 가끔
메일링리스트를 신청하는 기능이 있는 정도이다.
우리나라 단체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실제적인 쌍방향적인 소통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되는데, 단체에 대한 비판을 넘어 단체에 관심이 있어 홈페이지에 들렀던
이용자들간의 토론이 진행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게시판을 통해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고 그들 스스로 의기투합하여 집단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모습 또한
자주 눈에 띈다.
외국의 경우 화제가 되는 것은 이용자들의 글이 아니라 홈페이지 자체이다. 즉,
홈페이지를 만들고, 다수가 찾아오게 할 정도의 능력이 되는 경우에만
인터넷이라는 여론광장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존에 만들어진
홈페이지의 여론광장을 통해 개인들이 다양한 주장을 펼칠 수 있으며, 개인들이
입수한 자료들을 다수에게 순간적으로 퍼뜨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진 것이라고는
컴퓨터와 통신망밖에 없는 다수의 10대와 일반 이용자들이 인터넷에서 여론
형성층으로 부각할 수 있었던 것이고, 특정한 인터넷 매체나 홈페이지, 명망가가
아니라 속칭 넷티즌이라는 집단이 여론을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게시판의 토론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보안법, 선거법, 각종
정보통신 검열관련법 등 시대에 맞지 않는 사법제도와 관리자의 자의적인 검열로
인한 토론의 왜곡 그리고 익명성을 이용한 게시판 도배, 난동 등은 보다 생산적인
토론과 여론형성을 막는 방해물이 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몇몇의 선동에
자극받아서 사실확인이나 토론없이 넷티즌들이 즉각적인 집단 행동을 펼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는데 이는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대중조작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늘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나. 초고속 통신망, PC방
정액제 초고속 통신망의 보급 1위라는 것도 이 땅의 인터넷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첫째, 빠른 속도로 인해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특히 동영상과
사진, 음성을 쉽게 보내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텍스트로만 전달하는 정보보다
훨씬 풍부하고 사실적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필요한
때에는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한 생중계도 가능해졌으며, 그에 관심 가진 다수가
언제든지 현장감 있는 자료를 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대중매체의 편집과 왜곡은
대중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 정액제 요금은 24시간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컴퓨터만 앞에 있으면 비용걱정 없이 언제든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되면서
메신저 등 새로운 통신매체를 발달시켰다. 이는 또한 정보의 소통과 토론의
가능성을 극대화시켜서 온라인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말 그대로 실시간의
집단적인 정보공유, 토론과 실천을 가능하게 했다.
세 번째, 전국에 구멍가게 만큼이나 많은 PC방은 우체국, 전화국에 비치된
컴퓨터와 더불어 언제든지 누구든지 적은 비용만으로도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혔는데, 이 또한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다른 나라와 다르게 만든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3. 넷티즌 운동의 역사와 최근 흐름
1) 인터넷과 PC통신을 이용한 운동의 역사
이번에는 촛불 시위 이전에 있었던 넷티즌들의 집단적인 운동의 역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것은 진보진영이 인터넷과 PC통신을 민주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혹은 인터넷과 PC통신을 이용해서 운동을 전개해온 역사임과 동시에, 현재
넷티즌들의 거대한 흐름이 바로 이 경험의 축적으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바로
그 공간의 역사이다.
가.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약칭 바통모)과 참세상 BBS, SING
지금 이 땅에서 정보통신과 관련한 운동, 정보통신을 활용한 운동, 그 이론과
전술 등은 모두 이 세 단체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그래서 이
단체들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 최초의 진보진영 통신모임,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약칭 바통모)
인터넷은 이름조차 없고, PC 통신이라는 이름도 아는 사람만 알던 1990년,
현재의 하이텔이 케텔이라는 이름을 가졌을 때 당시 케텔에는 보수적인 언론매체인
‘매일경제’와 ‘내외통신’만이 서비스되고 있었다. 몇몇 이용자들이 이에
반기를 들고 안기부의 기관지나 다름없는 ‘내외통신’을 없애고 ‘한겨레신문’을
보게 해달라고 케텔측에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일어난다. 당시 이에 뜻을
같이한 이용자 200여명은 ‘(가칭) 한국민주통신동호회’를 결성하고, 정식 명칭을
<바른통신을 위한 모임>으로 확정하여 90년 11월 발족하게 된다. 이는 국내
진보진영이 정보통신에 대한 운동과 정보통신을 활용한 운동을 시작한 시초이었다.
바통모는 창립선언문에서 ‘정보통신 속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속에서
하나의 자주적 모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사용자 모임으로 출발’ 한다고
선언하고, ‘건설적이고 민주적인 대안 제시와 해결 노력을 통하여 통신 속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더불어 통신인의 민주적 역량의 증대와 민주주의의
훈련장으로서 모두에게 개방된 통신공간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 뒤 이 예를 따라서 천리안에 <현대철학동호회>와 <희망터> 등이 같은
성격으로 출범하고, 뒤늦게 출발한 나우누리에도 <찬우물>이라는 진보동호회가
구성된다.
바통모는 인터넷이 없던 당시 PC통신공간에서 진보진영의 센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용자 권익 향상을 위해 <하이텔 동호회 연합>이라는 단체를 구성하기도
했고, 1992년 제14대 대선 당시에는 민자당이 PC통신 공간에 여러 개의 허위 ID를
개설하여 여론조작과 사찰활동을 전개한 내용을 적발하고 이를 폭로한 일도
있었다. 대선 투표일에는 부정개표를 막기 위해 전국 선거개표소에 회원들을
파견하고 각 지역을 PC통신으로 연결해서 개표현황과 발표내용을 실시간 비교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이는 PC통신을 이용하기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후
바통모는 정보통신검열반대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각 운동진영의 속보 집중,
정보통신운동에 대한 초보적 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이중에
검열반대 운동을 전개할 때에는 현재 당연한 것처럼 되어있는 다양한 전술들을
개발해 보급하기도 했다. 당시 긴급한 회의는 보통 온라인 채팅실에서 진행을
했으며 일상시기 회원들의 의견수렴과 토론은 당연히 게시판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토론을 통해 합의된 성명서를 담당자가 작성하면, 전 동호회 회원들이
자기가 속해 있는 다른 동호회에 배포하는 방식으로 선전전을 펼쳤고(당시에는
퍼온글, 펌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게시물에 검열반대 ▶◀ 머리말 달기 운동,
토론게시판을 이용한 온라인 서명운동 등은 지금까지도 그 형식이나 내용의 큰
변화없이 넷티즌 사이에 이용되고 있는 운동방식이다. 현재 넷티즌 사이에
상대방을 지칭할 때 그 호칭을 ‘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초기 바통모에서 ‘나이,
성별, 학력, 지역을 넘어 서로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제안하고 전개한
통신예절운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90년대 후반까지도 대부분 통신동호회의 회칙은
바통모의 회칙이 복사되고 배포되면서 변형된 것들이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바통모에서는 초기에 ‘통신운동’의 개념에 대한 논쟁이 계속 됐는데, 그것이
통신에 대한 운동인지, 통신을 활용한 운동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통모
내에 정보통신운동을 위한 전문 소모임인 <전환의 좌표>라는 모임이 꾸려지고 추후
<통신연대>를 거쳐 <진보넷>으로 발전하면서 실제 전략은 사회의 변혁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중 어느 한쪽에 방점을 둔다던가, 한쪽에 치중하는 것은
옳지않다고 결론내린다.
지금도 하이텔에 들어가서 go barun을 치면 바통모에 들어가 91년도부터 쌓여진
자료와 글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진보진영이 나우누리와 참세상
BBS로 집중되고, 그 뒤 각 단체의 CUG와 홈페이지가 개설되기 시작하면서 회원들은
각자의 공간으로 돌아가고, 일부는 정보통신운동에 뛰어들면서 현재는 활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 참세상 BBS
정보통신 단체들의 연합인 <진보통신단체 연대모임(약칭 통신연대)>가
단체로서의 진보넷의 전신이라면, <참세상 BBS>는 현재 진보넷 시스템의 모체이자
진보진영 독립망 건설이라는 정신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으로 제적을 당하고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김형준씨는 노동운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절감하고, 진보진영의 독자적인 네트워크 연대망을
건설하기 위해 93년 참세상 BBS(전자게시판)을 만든다. 초기에 과학기술노조와
전국연합 등의 단체들이 이 망을 이용했으며, 사회평론 길 등의 잡지와 각종
정보가 제공됐다. 김형준씨는 97년 ‘제1회 서울국제노동미디어 행사’에서
사회단체들의 독립 네트워크를 구성하지고 제안하고, 98년 11월 ‘제2회
서울노동미디어 행사’에서 노동, 환경, 여성, 학생 단체들이 발기인이 되어
‘진보네트워크센터’를 건설하자 시스템과 그동안 쌓여있던 모든 자료를
기증한다.
- SING (Social Information Network Group, 사회 정보 네트워크 그룹)
은 95년 서울대에서 ‘정보운동’을 목표로 구성된 동아리이다. 정보와
정보시스템의 소유구조, 자본에 의해 왜곡된 정보화에 맞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현재 진보단체들의 홈페이지라면 모두 첫페이지에 붙이고 있는
‘Copyleft(카피레프트, Copyright(지적재산권)의 반대)'라는 용어와 개념이 바로
SING에서 펼친 운동의 결과물이다. 자본에 의해 진행되는 정보상품화와 정보집중에
맞선 정보의 공유운동으로 제출한 것인데, 이제는 일반 넷티즌들까지도 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구호가 되었다. 그 외에도 정보화와 관련한 진보적인 이론들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SING은 95년말 서울대 동아리에서 전국 단위의 운동단체로
위상을 변하기 위해 영어 이니셜 S를 초기 Seoul National University(서울대)에서
Social(사회)로 바꾼다. SING은 바통모 등과 함께 구성한 통신연대 활동을 함께
하다 98년 진보넷이 건설되자 많은 구성원들이 진보넷으로 옮기면서 99년부터
활동이 중단됐다.
나. 최초의 넷티즌 촛불시위, 케텔 유료화 반대
91년 당시 약 13만명의 최대 통신 이용자 1991년은 당시 케텔이 10만 이용자
돌파기념 행사를 열었던 해이기도 하다. 당시 다른 서비스의 이용자들이 겨우
1만여명을 오르내리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중복 아이디 개설자와 이용 중지자 등
허수를 빼고 나면 PC통신 이용인구가 채 10만명이 안 되는 시기였다.
를 확보한 한국경제신문사의 <케텔>은 한국PC통신에 매각되어 <코텔>로 이름을
바꾸면서 이용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료화를 단행한다(나중에 한통의 하이텔과
통합되면서 하이텔로 이름을 바꾼다). 당시 전화요금의 정액제에서 종량제의
변화에 따라 전화비 부담까지 버거웠던 이용자들은 대대적으로 항의를 진행하는데,
얼마전 <프리챌>의 유료화 때와 마찬가지로 ‘동호회를 폐쇄하고 다른 통신망으로
옮기자’라는 동호회들도 있었고, 몇몇 이용자들과 동호회는 한국PC통신 회사
앞에서 촛불시위를 몇일간 진행한다. 그러나 참여의 부족으로 결국 흐지부지
되었다. 당시 온라인상에서 넷티즌들의 유료화에 반대하는 열기는 대단했지만,
막상 오프라인에 모이는 것은 그렇지 않게 되자, 당시 촛불시위 이후로 이번
여중생 사건 촛불시위가 있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온라인에서 아무리 대중의
열의가 높더라도, 오프라인으로 그것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은 무리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이번 여중생 사건 촛불시위와 당시를 수평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당시 유료화 반대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명분이
약했을 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인들은 전혀 무슨 일인지 사안 자체도 이해하거나
듣지 못한 상태에서 극소수 통신인들만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다. 첫 국가보안법 구속, 민주통신을 위한 PC통신단체 협의회(준)
93년 11월과 94년 3월 천리안의 진보동호회인 <희망터>와 <현대철학동호회>의
회원들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되어 6명이 연이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김일성 신년사 게시, 사노맹 문건 배포, IS 문건 배포 등
사건들이 계속 터지자 바통모, 희망터, 현대철학동호회 등은 긴급 회의를 갖고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민주통신을 위한 PC통신단체 협의회(준)>을 결성하고,
통신공간에 대한 공안탄압에 맞서는 상설기구를 건설하려고 했으나 사건이
종료되자 곧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김일성 조문 파동 당시 애도하는 글을
올렸던 학생이 구속되고, 한국통신 파업당시 CUG가 폐쇄되는 등 탄압이 계속되자
1년여 후에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정보통신 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를
구성한다. 그리고 다시 그 후 이번에는 통신공간을 활용하고 있는 단체들과
전문적인 정보통신운동단체까지 포괄하는 <진보통신단체 연대모임(약칭
통신연대)>를 구성하게 된다. 통신연대는 이후 진보네트워크센터로 발전한다.
라. 인터넷 국제운동 개시, 사파티스타 등
94년은 인터넷을 활용한 국제 운동이 활발하기 전개되기 시작한 해이다.
대표적으로 멕시코 반군인 사파티스타가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들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으며, 러시아의 체첸 반군과 반유태 아랍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선전하고, 조직원을 모집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많은 전문가들이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사파티스타 같은 소규모
지역 조직은 지금까지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마. 첫 온라인 시위, 대구지하철 폭파 사건
95년 5월 한겨레21은 라는 제목의 기획 특집을 낸
일이 있었다. 당시 그 기사는 ‘1995년 4월28일은 역사가 짧은 한국 PC통신 역사에
길이 기억될 만한 날이다. 그날 오전에 있었던 대구지하철가스폭발 대참사를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보도했던 매체는 그 막강하다던 신문도
방송도 아니다. 바로 PC통신이었다. [중략] 4월28일은 통신만 살아있었다’라고
적고 있다. 이 사건은 넷티즌들의 첫 온라인 항의시위였다. 김영삼 정권 시기에는
94년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유난히 대형
재난이 많았다. 그래서 재난공화국이라는 이야기까지 듣던 중 95년 6월 제1회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상황에서 대구의 폭발 사건이 발생하자 선거의 악영향을
우려해 각 방송에 보도를 지체시킨다. 그런데, 당시 대구에서 현장을 목격한
이용자가 속보를 올리고 이 와중에도 TV에서는 야구중계만 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하자, 이 사실을 전해들은 통신 이용자들이 각 방송국의 PC통신 게시판에 대거
몰려가 하루에 수천건의 글을 올리며 항의하고, 공보처와 각 방송국에 항의전화를
하자며 조직한다. 당시 기사에도 ‘통신인구 1백만명 시대 멀지 않아’라는 제목이
보이듯 PC 통신 인구가 극히 적었던 탓에 몇몇 이용자는 대중매체에 보도되지 않은
대구의 현장 속보를 시민들에게 알리려고 유인물로 프린트해 거리에서 배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에 놀란 KBS와 공보처는 일주일내에 공식적인
사과문을 게재했는데, 이 사건을 두고 한겨레21에서는 ‘넷티즌’이라는 단어를
소개하면서 새로운 시민이 등장했고, 정보민주주의의 단초를 열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95년 7월 이번에는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자 진보적인 통신동호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통신지원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발굴현장, 가족대기소, 병원을
연결하여 생존자나 희생자의 가족을 연결해주는 활동을 전개하면서 당시
대중매체에 보도되지 않는 현장의 사건들을 통신을 통해 다른 넷티즌들에게
알리고, 통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지지, 애도의 글들을 가족대기소 벽면에
게시하여 양측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다.
바. 최초의 노동자 투쟁, 한국통신 파업 투쟁
95년은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전개하면서 최초로 정보통신을 활용한 해이기도
하다. 한국통신노동조합은 당시 민주화 투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고 민주노조가
결성되자 95년 쟁의에 돌입하게 된다. 이에 김영삼 정권은 노조를
‘국가전복세력’이라며 지도부를 전원 수배조치 한다. 그러자 당시 한통지도부는
안가에 들어가 이동하면서 하이텔에 있던 노조의 CUG를 통해 지침을 전달하고,
현장 상황과 조합원 의견을 점검한다. 이는 당시 수배조치로 지도부를 고립시키고
조합원을 분리하려던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당시 통신이용자들과
노동운동진영을 놀라게 만들었다. 단지 속보를 공유하고, 논쟁이나 주고받던 PC
통신을 통해 현장 투쟁을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전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전술이었던 것이다. 수배상태에서도 카폰과 노트북, 모뎀을 이용해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선전을 진행하는 이러한 전술은 이후 대부분의 노조와 단체가
도입하여 기본적인 전술로 자리잡는다. 이러한 새로운 대응에 놀란 김영삼 정권은
하이텔에게 노조의 CUG를 폐쇄하게 하지만, 폐쇄 이전부터 그런 상황을 준비하고
있던 바통모가 한통노조를 위한 별도의 게시판을 신설해 줌으로써 폐쇄를
무력화시키고, 노조는 아예 하이텔의 열린마당을 이용해 지침을 내리기
시작한데다, 한통과 하이텔에 수천건의 항의글을 보내기 시작하자 단 이틀만에
폐쇄했던 CUG를 열어주고 만다.
사. 최초의 온라인 서명운동,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 요구 서명운동
95년 9월 바통모를 비롯한 각 통신 공간의 진보적 동아리들은 ‘광주학살 원흉
전두환, 노태우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에 동참하면서 이를 위한 통신인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10월 서명을 마감할 때까지 하이텔과 천리안에서 약
1200여명의 통신인 서명을 모았서 그 결과를 당시 이 운동을 이끌고 있던
전국연합에 제출했다. 이 사건은 당시 한겨레신문 뿐만 아니라 스포츠신문에까지
‘신기한 사건’으로 보도되었다.
자. 96년 총파업, 노동악법 안기부법 전면 철회를 위한 통신지원단
96년 12월 26일 새벽 6시 신한국당에 의한 안기부법과 노동법 날치기가
일어나자, 민주노총은 즉시 총파업 지침을 전국에 내리고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한다. 당시 이 지침은 팩스와 PC통신으로 전달되었는데, 96년 10월 나우누리에
구축한 민주노총 CUG가 없었다면 전국적인 상황을 종합하고 동시 지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 ‘통신연대’가 구성한 총파업 통신지원단은
당시까지 축적된 정보통신운동진영의 모든 인적, 기술적, 전술적인 역량을 투여한
것으로 이후 활동에서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통신연대>는 12월 26일 총파업 첫날 즉시 <노동악법 안기부법 전면 철회를 위한
통신지원단(약칭 총파업 통신지원단)>을 구성했다. 통신지원단은 민주노총과
연계하고, PC통신 및 인터넷을 대안매체로 활용하여 97년 3월 12일까지 총파업
전과정을 왜곡된 언론을 대신하여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직접 진실을 알려낸다.
당시는 언론사와 정부기관들도 제대로 된 홈페이지가 없었던 때였기 때문에 외국의
언론사들과 노동단체들 뿐만 아니라, 외국에 나가있는 정부기관들조차도 이
홈페이지에서 총파업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총파업 통신지원단은 총파업 기간 동안 민주노총 및 총파업 범대위에서 나오는
모든 속보를 각 PC통신망별로 배포하고, 번역하여 인터넷을 통해 각국으로
전송하였으며, 홈페이지를 제작하여 각국에서 가장 신속하게 총파업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통신지원단은 총파업에 대한 홍보 선전 뿐만 아니라, 각
통신망별로 총파업지지 서명을 이끌어 97년 3월 12일까지 하이텔 1396명, 천리안
1303명, 나우누리 1493명, 참세상 194명, 연못꼴 6명, 인터넷 1901명(외국인 서명
포함) 등 총 6293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근조 민주주의(노동법 날치기 통과 항의
및 총파업 지지)’의 PC통신용 리본을 만들어 배포하고 PC통신상의 각 동호회의
로고(일명 대문)에 표시하도록 유도하여 하이텔 52개 동호회, 천리안 48개 동호회,
나우누리 180개 동호회, 참세상 28개 동호회, 유니텔 8개 동호회, 사설BBS 6개
동호회, 인터넷 106개 홈페이지(외국 홈페이지 포함)에 이를 표시하여
정보통신상에서 최대의 총파업 지지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통신지원단이 운영한
홈페이지는 인터넷 각 망을 통하여 선전함에 따라 총파업 당시 일주일 평균 약
20만명이 사용하여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사용실적을 올렸으며, 세계 최초의
인터넷을 통한 총파업지원 연대 및 세계 최초의 총파업 홈페이지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도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활동은 노동진영의 인터넷을 통한
국제연대와 새로운 대안매체의 제시로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시의 통신지원단 활동은 이후 99년 서울지하철 파업, 01년 대우자동차 파업,
02년 발전노조 파업 등 중요한 시기마다 ‘통신지원단’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그때마다 온라인 시위 등 새로운 전술과 디지털 영상기술 등
새로운 기술을 노동자 투쟁에 적용하여 전 진보진영의 정보역량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01년 대우자동차 파업 당시 4월 경찰의 비인간적인 폭력을 담은 동영상
파일은 하루에 200만명이 넘는 넷티즌들이 받아가 배포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로
인해 며칠 후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른 온라인 시위 때에는 단지 홈페이지에 간단한
지침을 올렸을 뿐인데도, 폭발적인 대중의 참여로 경찰청과 인천 경찰청, 청와대의
홈페이지가 모두 마비시키는 상황이 연출됐다. 02년 발전노조는 사상 총유의
‘전국적 산개투쟁’을 전개하여 한달 반 동안이나 파업대오를 유지하며 강고한
투쟁을 지속했는데, 이때에도 인터넷과 통신지원단의 활동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 최근 넷티즌 이슈
여중생 사건 이전에 이러한 상황이 펼쳐지기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최근
통신공간내의 논쟁과 사건의 흐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 군가산점 논쟁
99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 ‘군가산점’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나오자, 이에 대해
인터넷상의 거의 모든 토론 게시판에서는 격렬한 찬반 논쟁이 진행된다. 아마도
대부분의 넷티즌들이 하나의 단일한 사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벌린 첫 논쟁이
아닌가 싶다. 대체로 다수 이용자를 점하고 있는 남성들의 성토 대 소수의
여성이용자와 여성단체의 입장을 지지하는 극소수의 남성 이용자간의 논쟁이었다.
사실 그 양상을 보면 논쟁이라기보다 여성단체에 대한 남성들의 인민재판과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태가 펼쳐진 데에는 물론 한국 남성들의 보수적인 성차별
의식이 중요한 문제였지만, 당시 통신공간에서 군가산점 폐지 지지자들의 전술적인
오류도 한몫을 한다. 통신공간에서는 ‘주장’보다 ‘설명’이 많은 이용자의
공감을 받을 수 있고, ‘감정적인 반박’보다는 ‘설득’이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당시 남성 이용자들의 격렬한 비난에 대해 대부분의
폐지론자들은 맞비난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방식으로 대응하면
당연하게도 다수를 점하는 남성들을 절대로 이길 수 없었을 것이라는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통신공간에서의 논쟁은 논쟁 당사자가 문제가 아니다.
논쟁당사자와 주고받는 글을 다른 절대 다수의 이용자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즉, 개인들이 만나하는 토론과 논쟁이 아니라, 마치 TV 토론처럼
다수가 지켜보는 공개적인 논쟁이라는 인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 논쟁 당사자는
어차피 설득하기 힘들고, 당장은 결과를 볼 수 없더라도, 시간이 흘러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 제3자들은 결국 양쪽 글 중에서 더 자신을 설득하는 글, 더
논리적인 글을 지지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당시 군가산점 폐지론자들은 반대론자가
욕설을 할 때는 욕설로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논쟁대상자를 이겨도 다수의 관객을
잃어버리면 통신에서는 끝이다. 이는 보통 통신공간에서 진행되는 논쟁을 보면
대부분의 운동권들이 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결국 남성 이용자들이 대거
여성단체들의 홈페이지에 몰려가 항의 글과 욕설로 도배를 하고,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개인 신상정보까지 인터넷상에 뿌려지는 등 난리가 일어나자
폐지론자들이 논쟁에서 빠져나가면서 논쟁은 종결된다.
그런데 한편, 당시 99년 12월부터 00년 1월까지 전개된 토론을 분석한 글을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초기 첫 1주일동안에는 서로 상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낼 뿐 답변을 주고받는 토론이 전개되지 않는다.(첫번째주 답변 16.5%) 그러나
차츰 초기의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서로 진지한 답변 글을 주고받기 시작하고,
3-4주가 지나자 대안을 제출하는 등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2째주 답변 14.5%,
3째주 26.0%, 4째주 35.5%) 모든 통신토론이 반드시 이렇지는 않지만, 이것이
인터넷 토론의 대체적 경향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사이버공간의
정치> 제2장 전자적 시민사회, 한양대학교 출판부, 윤영민) 즉, 통신공간에는 단지
배설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오라는 것이다. 현재 활동가들 중에는
‘아예 열린마당은 쓰레기통이기 때문에 보지도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자주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은 그것이 현재 여론공간이라는 점과, 모든 논쟁에서
초기 감정적인 논쟁에서 차츰 정돈된 토론으로 발전해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인터넷 토론장을 ‘쓰레기장’이라면서 보지 않는 사람이 ‘자본의 선동과
모략’으로 범벅된 대중매체는 도대체 왜 보는지 모르겠으며, 대중들의 의견을
시끄럽다고 보지도 않는 사람을 과연 ‘운동가’라고 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당시 논쟁이 결국 남성들의 일방적인 승리로 귀결되면서 넷티즌 사이에서 하나의
보편적 합의 같은 게 생겼다. 즉, ‘군인 비방하지 말 것, 군에 가는 자랑스러운
일, 군 기피자는 나쁜 놈’ 같은 게 그것이다. 이는 심지어 집회시 폭력을
행사하는 전경들까지도 불쌍하다는 이야기로 발전한다. 즉, 군입대는 자신의 뜻이
아니니 억울한거고, 그렇게 만든 정치가와 직업적 지휘관만 나쁜 놈들이란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성단체들과 당시 위헌 재판을 걸었던 이화여대 학생회 등에
대해서는 그 뒤에도 지금까지 넷티즌 사이에서 쉽게 지지하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어 버렸다. 다만 ‘양심적 군입대 거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대로 된 논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일본 교과서 왜곡 사건
01년 3월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사건이 터지자 넷티즌들은 일본 정부와 우익
언론들에 대해 공격하기로 하고, '3.31 네티즌 총궐기'때는 일본 문부성,
산케이신문,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의 6개 사이트를 타깃으로 정해
집단적인 사이버 공격을 진행해서 홈페이지를 마비시킨다. 당시에 넷티즌 사이에는
사이버 공격용 해킹 프로그램이 배포되었는데, 그 프로그램들은 이번 여중생 사건
때까지도 계속 쓰이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에서 한국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해
항의하면서 이 사건을 벌인 범인들을 잡아달라고 요청하려고 하자, 경찰에서는
범인을 잡을 수 있고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전문가들이 나서서
‘사이트 폐쇄가 사이버 공격때문인지, 자체적으로 폐쇄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그 뒤로는 흐지부지 되어 버렸고, 같은 해 8월
15일에는 다시 일본 수상의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사이버 공격이 진행된다.
다. 정보통신검열 반대 사이버 시위
01년 7월 1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이 발효되면서 인터넷 내용 등급제가 실시되자, 이에
항의해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넷 등 제 사회단체와 개인 홈페이지
운영자들이 홈페이지 파업 투쟁을 전개했는데, 당일 435개 사이트가 파업에
참가했다. 이와 더불어 7월 1일 정보통신부에 대한 넷티즌들의 사이버 시위로 한때
정보통신부 홈페이지가 폐쇄되는 일이 벌어졌고, 이를 핑계로 진보넷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진행된다. 이 일을 통해 당시까지 정보통신운동 진영에 축적되어있던
사이버 운동의 각종 노하우가 일반 넷티즌들에게 확산되었으며, 대중적으로
진보네트워크센터를 알리게 계기가 되었다.
라. 가수 유승준 군 기피 사건
가수 유승준이 02년 1월 미국시민권을 따면서 일으킨 군기피 사건은 위 군가산점
논쟁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 ‘군 기피 사건’은 통신공간에서 남성
이용자들에 의해 대대적으로 난도질당하고 매장당한다. 특히 당시 오노 사건을
거치면서 미국에 대한 반미 감정이 자리잡기 시작하는 때인지라 ‘미국 시민권’을
따고 미국 국민이 되면서 군을 기피했다는 사실은 극도로 넷티즌들의 감정을
자극했다. 병무청 홈페이지까지 몰려가서 넷티즌들이 연일 수천개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비난을 해대자 결국 병무청에서는 유승준에게 영구 귀국 불가라는 초유의
판정을 내려버리게 된다. 그 뒤로 넷티즌들이 몰려있는 통신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몇 개씩 ‘나 입대한다. 이 글을 추천해 달라’라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그
글은 다수의 추천을 받아 보통 추천게시판으로 옮겨진다. 한마디로 군에 가는 게
자랑이 되어버린 것이다. 군 가산점 논쟁 당시 초기부터 ‘모병제’ 등 다양한
대안을 들고 나와 이들을 설득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99년부터
HOT를 좋아하는 오빠부대 여학생들을 넷티즌들은 ‘빠순이’라고 불러왔는데,
그런데 당시 유승준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유승준을 지지하는 글들을 올리자
통신공간에서 그건 마치 머리 빈 멍청한 여자애들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회창 빠순이/빠돌이, 노무현 빠순이/빠돌이처럼 무조건
일방적으로 누구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마. 오노 사건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펼쳐진 동계 올림픽에서 미국의 ‘안톤 오노’ 선수가
비열한 경기를 펼치자 넷티즌 사이에 그동안 쌓여있던 반미 감정이 폭발한다.
게시판에는 온통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그 날 저녁 즉시 영문 사이트가
개설되어 동영상이 배포되고, 관련한 미국 기사들이 번역되어 돌아다니는 등
넷티즌들의 발빠른 대응이 시작된다. 이에 겹경사처럼 미국 NBC의 ‘개나
먹겠지’라는 악담까지 겹치자, NBC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펼쳐지는 등 한마디로
난리가 난다. 그 뒤 넷티즌 사이에서 미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되었고,
특히 그 초점이 패스트푸드로 모아지자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은 지난 1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15% 매출액 감소를 기록했고, 맥도날드는 오히려 악영향이
미칠까봐 TV 광고까지 일시 중지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바. 이회창 비리 사건
올해 이회창 아들의 병역비리 사건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하자 이는 앞뒤 살펴볼
겨를도 없이 넷티즌의 집단적인 비난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전개는 지난 군가산점
논쟁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오노 사건 이후로 자리잡은
반미감정에 이회창의 손녀딸이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시민권을 획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인 할아버지 이회창’으로 불리면서 넷티즌 사이에서는 올해초부터
이회창은 논쟁하거나 비판할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거기다
여중생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이회창은 그들과 ‘친해보겠다’며 그들을
‘빠순이’라고 부르는 최악의 수를 두고 만다. 즉, 이회창은 넷티즌 사이에
있어서 그동안 수년간 쌓여있던 여론을 모두 거스르는 악의 화신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그는 선거기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넷티즌 사이에서는 완패한
상태였다.
올 연말 전개된 촛불시위는 위의 사회적 배경, 사이버 운동, 넷티즌들의 여론
흐름이 하나로 만나는 한 정점이었다. 그 중 사이버 운동과 여론 흐름을 보면
당시까지 축적된 흐름을 한번씩 매듭지어주는 각 시기의 정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바로 이러한 정점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4. 올해의 최대 이슈, 노사모와 붉은 악마
1) 붉은 악마(http://www.reddevil.or.kr)
올해 6월 월드컵 당시 붉은 물결로 전국을 뒤덮게 했던 붉은 악마는 올해의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다. 이들은 97년 통신 동호회로 출발했다. 97년 초 하이텔에
있던 축구관련 동호회에서 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에게 조직적인 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되면서 탄생한다. <가칭
그레이트 한국 서포터스 클럽(Great Hankuk Supporters Club)>이라는 이름으로 1차
예선전부터 조직적 응원을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통신 게시판을 통해 정식 명칭을
공모하기 시작해서, 1997년 8월 마침내 <붉은 악마>로 정식명칭을 확정했다. 그
뒤로 무려 5년 동안 축구 경기장과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응원전을 함께 하자고
주장해 왔고, 그것이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월드컵과 청소년축구
기간에만 반짝하고 평소에는 축구장에도 찾지 않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축구를 살리자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던 결과이다. 게다가 광화문에서의
붉은 악마 첫 응원전에 대해서는 언론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었는데, 이 사실은
초창기부터 언론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즉,
광화문의 붉은 물결은 붉은 악마가 그동안 꾸준히 전개한 선전과 광화문 응원전의
제안이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추후 언론의 호응으로 통해
확대 재생산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의 대중전술(?)에서 배워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장기적인
선전전이다. 즉, 붉은 악마는 여러 가지를 시기마다 바꿔가며 요구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잡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선전했다는 사실이다. ‘대중’은 매번
운동단체들이 시기마다 전개하는 단기 목표를 따라가기 힘들다. 대중에 대한
선전전은 최대한 ‘단순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해주고, 그 명분을 쌓아가면서
동의를 얻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단순한 구호와 노래이다. 올 한해 최대의 구호는 아마도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였을 것이다. 이 응원구호는 물론 광고의 덕도 있겠지만,
축구 경기장과 응원부대에 섞여보지 않은 4살 유치원생까지 기억하는 구호가
되었다. 노래도 들어보면 역시 ‘오 필승 코리아’만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한다던가 모두 알고 있는 ‘아리랑’을 변형한 노래가 가장 많이 불려졌다.
우리나라는 7, 80년대 ‘독재타도, 민주쟁취’라는 구호가 대중들 사이에 아직도
남아있다. 그리고 신설된 노동조합에는 ‘노래가사바꿔부르기(노가바)’나 70년대
식의 단순한 노래를 가르쳐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대중 구호는 최대한 간단하게,
노래는 최대한 쉽게 만들어야 대중이 따라갈 수 있다.
셋째, 간단한 지침. 이들은 월드컵 당시 아주 간단한 지침을 내렸다. 응원할
사람은 붉은 악마 옷이 아니더라도 그냥 빨간 옷을 입고 모일 것이 그것이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자유였다. 모이는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아침부터
모여서 ‘누구의 지휘 없이’ 놀고, 구호를 외치다가 경기가 시작하면 간단한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응원전을 펼쳤다. 잘 짜여지고 조직된 조합간부에게는 아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침이 가능하겠지만, 그런 방식을 대중을 상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즉, 대규모 집회나 행사에는 최대한 단순한 지침만을 전달해야지, 심지어
행사 진행자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수십자에 달하는 복잡한 행사 이름으로 집회를
진행하면서, 온갖 일정들을 공지하는 것은 오히려 대중을 헷갈리게 할 뿐이다.
대중은 간단한 행사 목표와 단순한 일정, 단순한 지침을 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참고해 볼 만한 사실이 있다. 수년전부터 축구장에 불기 시작한 붉은
악마의 응원전에 몇년전 연예인 응원단이 참여하여, 자신들이 이를 주도하고
인지도를 높이려고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붉은 악마와 연예인 응원단 간에 갈등이 크게 전개되었는데, 자신들을
반길 줄 알았던 연예인들은 응원전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자 그 분을 참지 못하고
붉은 악마 대표들에게 손찌검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로 붉은 악마는
지금도 연예인 응원단과 같이 사업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순수한 의지와 무관하게
당시 ‘연예인들’이 했던 그런 착각과 오류를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2)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http://www.nosamo.org, 노사모)
올해 노무현의 대선 승리는 <노사모>의 승리라고 해도 반대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조중동이 반대하는 정치인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조차도 신기한
일인데, 그는 공개적으로 조중동을 비난하고 맞짱을 뜨면서도 당당히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98년도 조선일보의 공격으로 물러났던 김대중 정권의 최장집 대통령
정책기획위원장 사건에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노사모는 2000년에 인터넷 모임으로 출발했다. 4월 총선 당시 노무현이 부산에서
패배하자 노무현의 홈페이지인 <노하우(http://knowhow.or.kr)>에 격려글이 쏟아져
올라왔고, 그 와중에 한 넷티즌이 이러지 말고 팬클럽을 만들자라는 제안으로 임시
게시판이 만들어졌다가 홈페이지 개설로 이어진다. 노사모는 다른 넷티즌 모임과
달리 ‘3～40대’가 모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이들을 ‘그루터기’라고
이름지어 부르고 있다. 그 외에 노사모는 전국적으로 지역 ‘사랑방’이라는
이름의 지부를 두고 지역활동을 펼치고 있으며(서울과 부산에 가장 지부가 많다),
이와 별도로 영화, 바둑, 자원봉사 등 취미별 동호회를 운영중이다. 이들은 평상시
지역모임과 온라인 운영위원회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회원 인터넷 투표로 전체 의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모임의 성격이나 지향점은 최근
워낙 많은 매체에서 분석글들이 소개되었으므로 생략하고, 노사모로부터 배울 점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첫째, 노사모는 자신들의 홈페이지 밖으로 달려나갔다. 올 한해 노사모 회원들은
그야말로 인터넷 상의 모든 토론게시판에서 볼 수 있었다. 거의 모든 게시판을
누비고 다니며 노무현의 과거와 장점들을 소개하고, 이회창의 비리를 폭로하고
배포했다. 넷티즌 사이에선 이들을 ‘노무현 빠돌이(줄여서 노빠)’라고 불렀는데,
오죽하면 노무현 빠돌이들이 보기 싫어서 이회창 찍겠다는 의견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늘 같은 글을 계속 도배하거나 자기 주장만 반복하고
선전하는 형태가 아니었고,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의 글을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지속적으로 올렸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뿌려대는 글처럼
취급당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토론과 지지가 뒤따랐다. 물론 소수의 매니아들의
경우 앞뒤 안 맞는 감정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대체적 경향을 그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둘째, 멀티미디어 활용, 아마도 올해 여중생 사건을 제외하고 이렇게 다양한
선전전을 전개한 것은 노사모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의 사진자료, 동영상,
신문기록부터 해서 최근 동영상, 생중계, 기사, 플래쉬 애니메이션, 만화까지
인터넷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노무현에 대한 자료를 제공했다.
그것도 때에 따라 분위기 맞춰 재미라는 포장까지 덧씌워서. 젊은 넷티즌 특성에
맞춘 그 다양하고, 기발한 선전전에 다른 후보자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노사모는 평소에도 노무현을 ‘노짱’이라 부르는 것처럼 10대, 20대 넷티즌들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했었는데, 인터넷 선전에서 넷티즌 세대의 정신에 맞춘
재미있는 자료들은 그 효과가 정말 대단했다. 그 자료들은 민노당 지지자들이나
민노당도 개량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까지도 주고받으면 즐겼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장점과 더불어 통신모임으로서 나타나는 단점도 보였는데, 노무현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난 직후 통신에서 비난이 쏟아지며 인기가 급속도로
하락하자 모든 선전이 중단됐다. 그것이 당시 상황을 모면하려는 전술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에서 ‘비난받을
것이 뻔한 상황’에서는 노사모 회원들이 스스로 위축되어 의욕을 잃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 분량이 너무 많아 아래 부분은 목차만 올립니다. 전문을 보시려면
첨부파일(hwp)을 보시길...
3) 안티 조선 운동(http://www.urimodu.com)
5. 결론과 제안
1) 미디어, 교육 역량 강화
2) 인터넷 여론 동향 분석과 새로운 전술 개발
3) 인터넷 멀티미디어 사업 강화
4) 주장에서 설득으로
5) 민주노총 이미지 재고를 위한 선전활동
6) 조합원을 집회의 주체로
7) 10대를 조직하자
8) 정보통신을 활용한 민주주의의 확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