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통제로 인한 인권의 침해현상


지문날인반대연대  윤 현 식


들어가며

작업장 곳곳에, 길거리 어느 곳에나 설치되어 있는 감시카메라를 이제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우리의 감각은 무뎌졌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감시’ 카메라가 아니며, 우리에게 안전과
편리를 가져다주며, “어쩌다 한 번”, 즉 백만 번을 지나다니다가 “어쩌다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위험으로부터 항구적으로 나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그 백만 번 중의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 항시적으로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인식하면서.
사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되기 전에도 사고는 일어났으며,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후에도 사고는 일어난다. 설치되기 전과 설치된 후의 사고발생빈도 변화나 사고의
위험성 변화는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국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느냐 또는 없느냐라는 단순한 이분법이 안전과 효율을 보장하는 실질적 효과의
존재 여부를 담보한다는 이론구성은 본질에서 멀리 벗어나 있는 이야기가 된다.
작업장에서의 안전을 생각해보자.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위험요소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고 머리 위에서
쇳덩어리들이 떨어질 수 있을 만큼 안전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아무리 작업모를 쓰고 다니라고 해도 그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과도한 작업으로 인하여 심신이 피로에 짓눌린 채 라인이나 책상 앞에
붙어 있는 노동자들에게 졸지 말라고 박카스 한 병을 줘봐야 그 때 뿐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노동을 위해서는 보다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정밀한
안전장치들을 설치하는 것이 우선 필요한 순서이다. 과도한 업무량으로 노동자들을
다그치기보다는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첩경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안전장치에 투자할 비용은 없어도 노동자의
머리 위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돈은 남아도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자본의 기이한 행태는 노동자의 머리 위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근본적인
의도가 사실은 안전한 작업과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심증을 더욱 굳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감시카메라는 어찌 되었든 종래 그것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노동자들이
인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피부로 감시와 통제의 부당함을 느낄 수
있게 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찾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현장에는 감시카메라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감시카메라조차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들어가게 되면서 노동자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여기에 더하여
감시카메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첨단기술들이 감시와 통제에 사용되게 된다. IC
칩 또는 RF 칩이 장착된 첨단 스마트카드, GPS나 모바일 폰을 이용한
위치추적시스템, 지문이나 홍채 또는 정맥을 인식하는 생체인식기와 같은
기계장치를 직접 이용하는 감시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PC와 인터넷의 현장사용
급증과 더불어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감시 또는 제한하거나 내용을 열람하고 특정
홈페이지 이용을 차단하는 등의 전자적 감시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듣기에도 생소한 ERP 시스템을 도입하여 작업장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동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남김없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할 수 있는 신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들 신종기술들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은 과거 눈에 보이는 위치에 장착되던
CCTV와는 전혀 그 격이 다르다. 우선 과연 그러한 기술들이 감시와 통제를
목적으로 도입되고 있는지조차 감을 잡을 수 없다. 일반적인 노동자들에게는
이러한 신기술들이,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자본이 주장하는 기술도입의 목적, 즉
편리와 효율 그리고 안전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더욱 충실히 보장해주는 첨단의
기술로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작업조건을 개선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제 이러한 기술들은 작업장 어느 곳에서나 도입되고 있고 활용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조속한 대응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세적인 자본의 착취구조 강화는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를 그 선두에 두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감시는 단지
고용주와 피고용인과의 고용계약관계상의 문제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비인간화하는 극단적 인권침해의
패악을 낳게 되는 것이기에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요청이 되었다.
이하에서는 작업장에서의 감시와 통제구조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이것이 노동자들의 인권을 어떻게 침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한다.
또한 이러한 확인과정을 통해 작업장에서의 감시와 통제를 노동자의 힘으로
분쇄하는 것이 왜 노동자 자신의 인권을 지키는 일인지에 대한 논거를 확보하도록
하겠다.


감시와 통제의 신기술 유형 : 전자감시사회의 도래

1. 감시카메라(CCTV)

서울 시내의 모든 노선버스 내에 CCTV를 설치한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한국
사회에서 CCTV 논쟁이 사회적으로 확산된 계기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997년 서울시는 “시내버스개혁 종합대책”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그동안
이루어졌던 버스회사의 각종 탈세, 탈루행태를 근본적으로 억제하며 무정차운행,
과속 난폭운행 및 기사들의 불친절 단속과 버스 내에서의 범죄행위 예방을
위한다는 목적 하에서 모든 노선버스에 CCTV 장착을 의무화한 것이다.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개혁 종합대책』, 1997. 7.}}

운전기사들의 실제 작업장인 버스 내에 설치되는 CCTV와 마찬가지로 일반
사업장에서 CCTV를 통한 감시와 통제활동은 점점 확산되어 이제는 CCTV가
설치되어있지 않는 작업장이나 사무실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에까지 놓이게 되었다.
(주)대용, {{‘국가인권 바로 세우자!’ 인권단체연대회의, 노동자감시근절을 위한
연대모임, 대용 CCTV철거 전북공동대책위, 대용노동조합, 「(주)대용은 노동현장에
설치한 인권감시기구 CCTV를 즉각 철거해야 합니다」, 2001.}} 한국통신,
{{중앙일보, 「한국통신, CCTV로 노조감시 활동지시」, 1995. 10. 12.}}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인권하루소식, 「CCTV 감시 아래 근무, 직원들 심리적
위압감 시달려」, 1998. 5. 16.}} 충북대병원, {{연합뉴스, 「충북대병원
몰래카메라 설치」, 2000. 6. 21.}} 광명성애병원, 파티마병원 {{인권하루소식,
「“누군가 보고 있다”, CCTV 카메라 노동감시 악용소지」, 1999. 5. 26.}} 등
알려진 사례만 해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각
사건의 경우 이들 CCTV가 단지 사용자측의 논리처럼 편리와 효율, 안전을 위해서,
또는 이후 발생할 법적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만 설치된 것이 아니라,
작업자 간의 상호감시 및 노동조합활동의 감시, 그리고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근거자료 확보 등의 용도로 활용되었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2. 스마트카드(IC 카드, RF 카드)

1996년 6월 당시 내무부(현 행정자치부)는 “전자주민카드발급사업계획”을
발표하였다. 1998년까지 3천 4백만의 국민에 대한 전자주민카드의 발급과 운영망
구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이 계획은, 주민등록정보 14종, 운전면허관련
정보 7종, 의료보험정보 8종, 국민연금정보 10종, 지문정보 1종, 발급기관정보 1종
등 총 41개 사항의 통합정보를 카드에 장착된 IC 칩에 입력하고 각종 신원확인과
4대 보험관련 업무, 신용업무 등을 총망라한 사회 제 분야에 전자주민카드를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내무부, 『전자주민카드발급사업계획』,
1996. 6.}}

정부의 이와 같은 계획에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반발하였고 신원확인관련
사회문제에 있어서는 유래가 없을 정도의 반대운동을 전개한 결과 김대중정부가
출범하면서 무기한 연기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계획이 완전히 폐기된 것으로
믿고 있으나 전자정부와 관련된 장기계획에 따르면 2004년 이후에 전 국민에 대한
전자주민카드보급에 대한 계획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는 공동으로 2004년까지 전 공무원에 대하여 공무원증을
스마트카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 스마트카드도입계획을 내놓고
사업진행을 위한 구체적인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공무원의 전자인증키를 입력하게
되는 이 스마트카드 사업은 민원업무의 효과적인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데,
민원업무가 전자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무원만이 전자인증키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민원을 요청하는 일반국민들 역시 자신의 고유한
전자인증키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 인증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단말기를 비롯한
부속기계가 보급, 확산되게 되면 일반 국민 또한 이러한 기계류를 이용하기 위한
별도의 카드를 준비해야만 한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모두 스마트카드를 이용하여
민원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경우 “필요” 논리에 의하여 일반
국민들에게까지도 스마트카드를 보급하려할 것임은 확실하다. 공무원증의
스마트카드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행정자치부/정보통신부, 「공무원 전자카드
도입 시범사업」, 『2002년도 정보화지원사업 과제 제안요청서』, 2002. 11.
16.}}

전자주민카드 도입계획이 발표될 당시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전자주민카드
도입을 반대한 이유는 먼저 과도한 개인정보의 축적과 광범위한 사용으로 인하여
개인정보의 유출과 프라이버시권의 침해가 가능하고, {{김형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의 역할」, 전자주민카드 시행반대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전자주민카드 공대위), 『전자주민카드
자료모음』, 1997. 11쪽.}} 둘째 그렇지 않아도 군사정권 이후 줄곧 강화되어왔던
국민감시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기우, 「주민카드제도의 법률적 문제점」,
전자주민카드 공대위, 위의 책. 17쪽.}} 셋째 정부가 단언하는 안전성 확보가
실제로는 거의 실효성이 없어 국민적 불안감이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고영삼,
「정보화촉진계획과 개인정보 침해문제」, 전자주민카드 공대위, 위의 책.
78쪽.}}

전자주민카드가 이러한 이유에서 도입이 보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사업장에서 IC 칩이 장착되거나 RF 칩이 장착된 스마트카드를 신분증으로 발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공무원들에게 스마트카드를 발급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되고 있는
등 스마트카드의 문제는 이제 본격적인 논의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까지 이르렀다.
IC 칩 카드나 RF 칩 카드 공히 근태기록이나 개인적인 신용관계, 금융거래내역
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축적양상을 보이고 있고, 축적된 정보는 일정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언제든지 확인되고 이용될 수 있다. 더구나 RF
칩 카드의 경우 작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의 동선을 상시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적인
장치가 설치됨으로서 노동자들이 결코 확인할 수 없는 위치에 이러한 장치를
부착시켜놓을 경우 노동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사용자에게 보고 될 수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CCTV와는 달리 스마트카드의 경우 이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몇 가지 기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선 문제되는 것은 스마트카드가 가지고 있는 효과이다. 스마트카드 하나에
사원증 기능을 비롯하여 현금카드나 신용카드, 보험카드, 교통카드 또는 구내
매장과의 상거래를 위한 구매카드의 기능 등을 통합시킴으로서 상당히 간단하고
편리한 도구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스마트카드, 특히 RF 카드의 경우 CCTV처럼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시설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완전 은폐할 수 있는 곳에
감응장치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신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구체적인 현실인 것처럼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감시기술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할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3. 위치추적 시스템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현재 ‘위치정보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되려는
움직임이 있다. GPS 시스템은 위성을 이용하여 원하는 목적물이 지상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위치추적에 이용될 수 있는
기계류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다른 이에게
알려질 수 있다. 더구나 ‘위치정보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은 특별한 별도의
장치가 아닌 모바일폰, 즉 휴대전화를 통해 휴대전화소지자의 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그 우려의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PCS사업체 일부가 고객의 위치정보를 추적하는 시스템이 공개되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사례가 발생하였다. 특정 번호를 사용하는 PCS 사용고객의 현
위치를 그가 들어가 있는 건물의 상호까지도 정확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한
이 정교한 시스템을 올려놓은 웹사이트는 사건이 발생한 즉시 폐쇄되었지만
웹사이트가 운영되던 기간에 얼마나 많은 개인의 신상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었는지는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 타임스, 「KTF, 016, 018
위치정보 유출, ‘수호천사’ 서버 외 차단」, 2003. 1. 20.}}

위치추적이 가능하게 됨으로서 작업장 내의 노동자들 역시 위치추적을 통한 감시와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인구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위치추적장치장착을 휴대폰에 의무화하는 법률이
통과되는 경우 휴대폰 사용률이 높은 경제인구들로서는 자신의 위치를 항상적으로
외부에 노출시켜야 되는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고, 이처럼 ‘편리한’ 장치는
곧바로 일부 집단에 의한 특정한 목적, 즉 사용자에 의한 노동자감시의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4. 생체인식기

한 중소기업에서 식당에 정맥인식기를 설치하여 노동자들의 시간을 관리하는 일이
있었다. 여기서 사용된 정맥 인식기는 손등의 정맥을 인식하여 본인임을
확인하도록 하는 장치인데, 작업장과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었던 이 사업장의
관리자는 식사시간 이전에 작업장을 출발하는 노동자들을 관리하기 위하여 이
장치를 도입하였다.
최근 서울 시청이 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건물을 출입할 때마다 지문으로
신원확인을 하는 장치를 도입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근태관리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시청공무원들이 부당하게 수당을 획득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관리하기 위하여 지문감식기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은 최근 지문 및 얼굴형태 등 생체정보를 이용한
산업기술개발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상당한 숫자에 달하는 사람들의 지문정보와
얼굴정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하였다. 지문의 경우 전국적으로 채집된
2000여명의 지문정보로 이루어져 있는데, 광학식, 반도체식, 열감지식, 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식 등 지문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된 각 센서별로
각각 5장씩 1인당 총 150장의 지문정보를 수록해 놓았다. 이처럼 한 사람의 지문을
매우 다양한 변수를 통해 저장하는 이유는 사람의 성장이나 환경변화 또는
지문감식을 하게 되는 센서별로 어떠한 변수가 있더라도 본인의 신원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얼굴에 관한 정보 역시 전국적으로 1000명의 얼굴 형태를 조명, 표정, 포즈 등의
변화에 따라 1인당 50매의 사진을 종합한 것으로서. 각 사진은 640×480 이상의
해상도를 지니고 있다. 지문과 마찬가지로 이처럼 한 사람에 대하여 다양한 모습의
사진을 수집하는 이유는 조건의 변화에 관계없이 본인의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지문데이터베이스의 구축에 2억 8천만 원, 얼굴데이터베이스 구축에 4억 원 등 총
6억 8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 이 데이터베이스는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생체인식시스템을 개발하려고 하는 학교나 연구소, 또는 기업체에 제공되어 활용될
것이다. {{전자신문, 「KISA, 지문, 얼굴DB 구축 완료」, 2003. 1. 16.}}

9 · 11 테러를 겪고 난 이후에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여권발급과정에서 여권에 지문과 홍채 등의 생체정보를 수록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기 위해서도 생체정보를 국가기관에 제공해야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체정보를 활용한 신종 감시시스템은 그러한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승인되기 이전에 먼저 작업장으로 유입될 것임은 분명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일부
사업장을 비롯하여 골프장과 같은 레져업체에서도 지문인식기 도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용역업체의 사원들을 관리하기 위하여
지문인식기를 도입하고 있다는 사례가 계속 보고 되고 있다.

5. ERP

ERP 시스템은 원래 생산성 제고와 기업환경변화를 위한 선진 경영기법으로 알려져
있는 시스템이었다.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이라고
칭해지는 ERP 시스템은 사업체와 관련된 모든 자료, 즉 사람, 설비, 자재, 자금,
정보, 시간, 서비스 등 기업 내 모든 자원에 대하여 효과적인 계획과 통제를
목적으로 구축되며, 인터넷 또는 인트라넷을 이용하여 사업장은 물론 관련계열사
전체의 본사와 지사, 영업소 및 물류센터를 완전 일원화시키는 방법으로서
기업경영합리화와 최적화를 도모한다. {{이동길, 『ERP 전략과 실천』, 대청,
2001. 38쪽.}}

과거에도 물류관계를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경영기법으로 TQC,
JIT, QWL(Quality of Working Life)와 같은 전략들이 도입되었는데, 이러한
경영기법들이 주로 제한된 현장의 범위를 넘어서지 못하였거나 생산과 직결된 분야
내에서 이루어졌던 것인데 반하여 ERP는 공간적 · 시간적 제약을 일소하고 사업이
미치는 전 범위에 대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에 대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ERP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장 각 생산라인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등의 세부적인 업무수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적기생산(JIT)기법의 경우 자재의 부족을 대비하여 창고에 일정한 자재를 쌓아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상황에 맞추어 자재를 생산하고 현장에
공수함으로서 물류비용을 혁신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기법이었는데, ERP는 아예
기획의 단계와 생산의 단계, 판매의 단계를 통합하여 관리함으로써 완벽한 통제를
도모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이 시간”의 현장상황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하고 현장의 상황과 기업 전체의 상황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는
동시에 외부적 요인, 즉 수요의 변동이나 재고량의 파악까지도 신속하게
확인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 노동강도는 더욱 강해져야하는 필연적
결과를 낳게 되고, 총수의 책상에서 원격지에 위치한 작업장의 특정라인 작업자의
현재 행위까지도 분명하게 파악되어야만 한다.
ERP 기법을 응용한 최근의 사례가 바로 교육인적자원부가 물의를 일으키면서까지
강행하고 있는 NEIS 구축계획이다.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이라는 공식명칭을 가진 이 계획은 729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면서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육행정정보를
통합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RP와 NEIS의 상관관계에 관한 분석은
다음 글 참조. 윤현식, 「NEIS의 반 교육적 성격」, 교육비평, 『새 길을 여는
교육비평』, 제10호, 2002년 겨울.}}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식 정보를 잘 활용하는 국민을 육성하고 가치를 창조 확산해
나가는 사회분위기 조성”과 “교육행정의 효율적 정보화로 교육행정의 생산성
극대화, 교육생정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국민만족도 제고, 디지털 행정을
통한 일하는 방식 개편으로 21C 국가 경쟁력 확보 및 교육행정의 전자정부
구현”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이 NEIS의 궁극적으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개인정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통합하는
효과를 발생시킴으로서 교육과 관련된 모든 제반 사항을 국가가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노동자의 입장인 교사들의 경우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신의 모든 행위를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할 것이 강요되므로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노동력 제공상황을 사용자인 국가기관에
보고하게 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업장에서 도입되는 ERP 시스템은 결국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모든 정보를 낱낱이 보고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으로 활용되는데,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인사고과에 반영됨은 물론, 사원 상호간의 경계심 확산, 현장통제 강화,
고용불안 가중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키게 된다. 개별적 사원에 대한 관리는 또한
그대로 조직적 사원 관리에 응용되는데 ERP를 도입하는 많은 사업장이 노조의
설립이나 파업 직후에 ERP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때 노동자 감시의
도구로 ERP가 활용되는 사례는 앞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6. 이메일과 컴퓨터 통신 감시

사업장 내에서도 이메일과 메신저의 사용은 일상생활화가 되어 있으며, 웹 서핑
등을 비롯한 인터넷의 이용이 일반화되어 있다.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회사기밀의
누출 방지 및 작업효율 향상 등을 이야기 하면서 이메일을 수시로 열어본다거나
특정 웹사이트를 폐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롯데호텔노조, 아시아나 항공,
여천 NCC, 발전노조 등 파업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는 사업장마다 사측에 의하여
정보통신망을 차단당한 사례가 빈번히 보고 되고 있고, 노동자들의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타격을 주는 목적으로 사용자에 의하여 컴퓨터통신을 제한당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황현아, 「최근 노동감시와 노동과정의 특성」,
노동자감시근절을 위한 연대모임, 『첨단기술에 의한 노동자 감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 자료집, 2002. 11. 1. 15쪽.}}

사측의 논리는 회사 내의 컴퓨터와 전산망은 엄연히 회사의 재산이므로 이를
노동자의 사적인 용도에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인데, 이러한 논리는
궁극적으로 작업장 내에서 생활하는 노동자들은 인식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단순한 기계의 부속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 이메일과 인터넷을 비롯한 컴퓨터 통신의 사용을 회사가 임의로 제한하거나
차단하고 내용을 감시하는 행위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규제할 만한 법규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감시행위는 노동자들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술이 이러한 감시에 이용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신종 감시형태의 문제점

1. 개인정보의 완벽한 노출 및 연대기적 축적 

위에서 살펴본 새로운 감시의 기술유형들은 은밀성, 항시성, 정밀성, 통합성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감시의 은밀성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신형 감시기술들은 대부분 그러한 기술적 장치가
구축되어있는지조차 노동자들이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다.
또한 비록 그러한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그것들이 감시와 통제를
위하여 사용되고 있는지를 모르거나 내지는 어떻게 감시와 통제의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이러한 부분들을 감시의 은밀성이라고
한다. 감시의 은밀성은 감시기술의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었다는 데에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은 위치를 파악하기 쉬웠고 더불어 감시와 통제의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쉽게 인식할 수 있었던 CCTV조차 이제는 노출되지 않는 곳에
장치됨으로써 위치를 파악하기가 어렵게 되고 그 결과 그러한 감시장비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노동자들은 행동하게 된다. 더구나 각종 사례에서 들었던
ERP, RF칩 인식기, 컴퓨터 통시 검열시스템 등은 아예 그러한 시스템이
구축되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고 어떻게 사용이 되고 있는지도 확인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이러한 장치들은 대상이 되는 사람의 행위 여부를 일관되게
파악하는데 사용되고 축적된 정보가 항상 이용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은밀하게
구축되고 활용됨으로서 대응시기를 놓치기 쉽고 대응을 하더라도 사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이게 된다.
더구나 이처럼 은밀하게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됨에 따라 감시시스템을
설치하는 측에서는 굳이 감시를 당하는 측에게 이를 고지하고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감시를 당하는 사람에게 별도의 동의나
합의를 구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동기유발을 사용자측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몰랐는데 어느 날 보니까 그런 것이 있더라”라고 이야기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감시의 항시성
새로운 감시기술들은 공간적 제약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 제약마저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과거에는 단지 작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이 머무를
때에만 감시와 통제가 가능했고, 그나마도 출퇴근과 관련된 근태관리의 측면,
생산라인이나 사무실에서의 근무태도 확인 등의 용도로 한정된 범위 내에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졌다면, 새로운 감시기술들은 작업장 내에서는 물론 작업장 외에서도
충분히 한 개인에 대한 감시가 가능해졌다. 즉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비용으로 24시간 내내 노동자에 대한 감시가 가능해졌고, 이를 통하여
작업장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인행동에 대해서도 분석과 평가가 가능해진
것이다.
ERP의 경우 작업장 내의 모든 현상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자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대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착오까지도 쉽게 판정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회사가
운영되고 있는 동안은 언제든지 개인의 실적을 비롯하여 근태확인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위치추적장치의 경우 회사 외부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사원간의
모임까지도 판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특정한 집단을 지정하여 이들
집단 소속원 개인의 위치를 추적할 경우 집단구성원들의 회합여부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고 회합의 빈도, 시간, 장소, 모인 사람들의 신상내역 등을 종합
분석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강화된 통제방법을 구상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시적 감시활동을 노동자들은 쉽게 인식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감시자체는 집합적 감시가 아닌 개별적 감시로 이루어지게 됨에 따라
오히려 노동자들 간의 반목이 조성되기 쉽고 조직적인 저항을 만들어내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

(3) 감시의 정밀성
신종 감시기술은 느슨한 감시로 인하여 조잡한 근거를 확보하는데 그쳤던 과거의
감시기술과는 달리 무한대의 범위로 감시활동을 펼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원하는 정도에 따라 불가능한 것이 없을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양적인 정보의 팽창은 곧바로 질적 전환을 이룰 수 있는데,
카드사용내역에 관한 정보가 누적될 경우 단지 해당 개인이 얼마나 빈번한
거래관계를 갖느냐 만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개인의 삶의 질부터
시작하여 기호, 사상적 편향 등 까지도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점에서 도서를 구입하는 경우 구매기록을 확인하게 되면 해당 개인이
특히 어떤 종류의 서적을 탐독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토대로 이
사람의 성향이 지극히 소비적인 것인지 아니면 자유롭거나 감상적인 것인지 또는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지향하는지 까지도 추측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확보되는 정보들은 단지 많은 정보를 일일이 수합하는 정도의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연대기적인 축적이 가능하다는데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즉, 단지 그가 이러이러한 일을 했다는 정보만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이
사람이 이러한 일을 하였는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별한 경우 개인에게 해당되는 정황을 만들어내는데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
말 그대로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드러나게 됨에 따라 감시를 당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수집된 정보들로 인하여 자신에게 어떠한 의구심이 쏟아진다고
해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측보다 오히려 본인 스스로가 내놓을 수 있는 근거가
희박하게 됨에 따라 감시를 하는 주체에게 논리적 대응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현상마저 발생한다.

(4) 감시정보의 통합성
감시활동을 통하여 축적된 각각의 정보는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되거나
온라인 또는 폐쇄회로를 통하여 각 데이터베이스 간에 공유될 수 있다. 즉, CCTV에
의하여 수집된 개인의 행동기록, ERP 시스템을 통하여 수집된 개인의 근무기록,
스마트카드를 사용하면서 수집된 구매기록이나 금융거래기록,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수집된 각종 기록들이 모두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종합적으로 축적되고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각각의 목적으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이용된다. 특히 이러한 개인정보가
주민등록정보나 사회보장정보 등 공공기관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하여 움직이게 될
경우 문제는 보다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게 된다. 개인은 말 그대로 완전히
‘발가벗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번호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정교한
개인식별번호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번호를 키워드로 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개인정보를 거의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산망이
구축되어 있다. 전자정부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국민 개인에 대한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우리의 실정에 더하여 노동감시차원에서 이용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다는 것은 단지 작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인권침해의 문제가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전면적인
부분으로 문제가 확산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는 우려를 낳게
하기에 충분하다.

2. 정보 불평등 현상과 일방적 권력관계의 강화

이처럼 은밀성과 항시성, 정밀성, 그리고 통합성을 고루 갖추고 있는 새로운
감시기술들은 작업장 내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정보 불평등현상을 가속화
시킨다. 즉, 사용자는 노동자들에 대한 개별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집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남김없이 수집하여 자신의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반면에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보수집과 이의 활용에 대해
개입하고 이의를 제기하기는커녕 그러한 행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더욱 많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사용자가 특정개인에 대한 개별적 정보를 별도로 수집하고
이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보수집의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기 힘들다면 반대로 노동자들이 사용자에 대하여 정보수집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수집된 정보를 활용하는데 대하여 노동자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자의 역할은 새로운
감시기술시스템의 구축을 통하여 점점 더 축소되기를 강요받게 된다. 노동자의
대응방식은 일단 사용자측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이용하여 특별한 계기를 만들었을
경우에 이에 대한 사후적 대응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다가가기 힘든 여건마저 만들어낼 수 있다. 왜냐하면, 발생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하여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보다는 현재 사안을 해결하는데 대응동력을
동원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정보 불평등은 결국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고 있지 못한 자
사이에 일방적 권력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측은
언제든지 노동자들을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축적된 정보를 활용하게 되고,
정보라는 무기를 소유하고 있지 못한 노동자들로써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사용자측의 논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노동자들의
주머니 속은 물론이려니와 이제는 노동자들의 머릿속까지 수색을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머리는커녕 자기 머리로 가해지는
메스질조차 감지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수집된 정보는 관찰자, 즉 감시자인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작업장 내에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물론 표면적인 사용용도는 앞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안전과 편리, 효율, 보안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강도의 노동통제와 사생활
침해, 더 나아가 노동조합파괴 등에 이들 정보가 활용된다. 인사고과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노동자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고 노동자 상호간의 감시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입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행사로 기능하게 되고 그 결과 노동자는 현장의 일주체가 아닌 소외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3. 인권의 침해와 소외의 발생 

정보권력의 무한차등 발생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되는 심각한 문제점은 바로 노동자
개개인에 대한 인권침해이다. 노동자 역시 한 국가의 국민이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할 인권의 주체로서 모든 권리보장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작업장에서의 감시는 바로 이러한 노동자의
인권을 다양한 분야에서 침해하게 된다.
우선 침해당하는 권리는 프라이버시권이다. 우리 헌법은 제17조 명문의 규정을
통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작업장에서의 만성화된
감시활동은 작업장 내에서 사생활이라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문제는 이 사생활의 자유가 다른 모든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한 기본적
전제라는 것이다. 사생활 자체의 보장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여타의
기본권보장을 위한 개인의 노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사상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고, 자신의
사상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행위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는 본연의
형태로 구현될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말과 행위가 언제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자기검열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게 되고 그 결과 자신의 의지를 외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대의 의도를 무시하기가 힘들어진다.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사상의 자유를 근간으로 보장 가능하다고 할 때,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정치활동의 자유 역시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정치활동은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노동조합이라는 집단적 형태의 의사발현구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개인감시시스템의 기술적 발달로 말미암아 노동조합의 활동 역시
위축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즉, 근본적으로 노동통제의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장 감시는 노동3권의 보장마저도 위태롭게 하는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살펴보았던 기본권의 침해현상은 노동자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이루어졌던 작업장 감시를 둘러싼
논의가 나타나는 현상을 통해 인권침해여부를 다투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의식
자체를 규정해버리는 새로운 인권침해현상에 대한 논의를 필요로 하는 단계로
전환되었음을 알려준다. 작업장의 CCTV로 인하여 위압감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정신분열증상까지 보이는 노동자가 속출하고, 불안감으로 인하여 웹 검색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보고 되는 것은 노동자의 의식을 스스로 규제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구체적인 대응방식을
조속하게 마련하라는 채찍질이다.


감시유형간의 구별 : 노동자감시의 특수성

이상 노동자감시를 위한 신기술의 현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고 그 성격에
관해서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그런데 노동자감시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에 대한 감시유형이 다른 감시유형과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이런 구분을 통해 노동자감시에 유효할 수 있는
대응방식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감시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국가에 의한
국민감시, 둘째 사용자에 의한 노동자감시, 셋째 기업에 의한 고객감시, 넷째
개인에 의한 개인감시가 그것이다. 이들 감시유형들은 감시와 통제 또는 예측과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감시의 주체와 객체, 감시의
방법 등에 의하여 각각의 특수성을 가지게 된다.
이것을 표로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다.

표1) 감시의 유형별 분류
	( 생   략 )
* 감시방법의 구분은 대표적인 예만을 적시했을 뿐 실제로는 어떤 방법이 어떤
특정한 유형에 국한되어 사용된다는 의미는 아님.

이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노동자감시는 다른 감시유형과는 주체와 객체,
감시목적 등에서 개별적 특수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감시방법에서 역시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체와 객체의 차이에서부터 발생하는 이와 같은 차이점들은
결국 작업장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노동자감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노동자 자신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 경우 실천적 차원에서 노동자감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유형의
감시와는 다른 노동자감시의 목적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 비판의 근거로
감시방법들에 대한 노동자의 직접적 접근을 보장받는 것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현장의 이해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에 재론될
것을 희망한다.


나가며 - 인권의 보장을 위한 방법으로서 감시철폐

작업장에 도입되는 감시기술이 원래부터 감시를 목적으로 했던 것인가를 분석하는
작업은 과학사회학적 측면의 학적 논의에서는 우선적인 중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부차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 신기술들이 감시와
통제의 목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노동과정을 유연화 합리화함으로써 보다
증진된 생산성재고를 도모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목적 자체가
불순한 것은 아니었다고 면죄부를 씌워주는 것은 노동자의 입장과는 동떨어진
논의일 뿐이다. 그 목적 자체 역시 생산성 향상의 목적 달성을 위해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러한 신기술들이 새로운 형태의 감시기술로 각광받게 된 것이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노동자감시가 가지는 특수한 문제점을 검토해 보면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노동자 스스로에게 달려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감시유형에서
문제해결의 주체는 결국 감시의 객체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이론적 무장으로서
프라이버시권의 내용과 작업장 내에서 프라이버시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형태, 또는 감시와 관련한 반감시 또는 역감시의 방법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한
과제로 남게 된다. 구체적 실천방안으로서는 부단한 투쟁을 통하여 감시기술이
노동자의 동의와 제어 없이 작업장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 수집되는
정보를 노동자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만들고 확보하는 것, 작업장 내의
모든 감시와 통제현상을 노동자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해소하는 것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작업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인간임을 확인하고 선언하는 행동이며 결코
자신의 의사와 배치되는 권력에 의한 ‘길들여지기’를 거부하는 행위이다.
‘길들여지기’를 거부하지 않는 한 내면화된 복종의 악몽은 노동자 스스로를
온전히 기계의 한 부속품으로 전락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인권의 보장은 작업장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노동자의 인권은 자신의
노동력을 회사에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에 의하여 유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기 아니다. 감시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결국은 인권 자체의 존치에
중대한 결정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