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백병규(미디어오늘 편집국장) 


 <미디어오늘>은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발행하는 미디어비평전문지이다. 매주 12면
주간으로  발행되고 있는 유가지(부당 1천원, 연간구독료 4만원)이다. 

 <미디어오늘>에서 다루는  분야는 '언론현상' 전반을 포괄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언론정책  감시 및 비판, 프로그램 비평, 언론환경 감시등
미디어 워치의 영역, 그리고 언론 산업 및 언론시장, 광고시장의 동향등 광의의
언론산업  분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 등에 힘입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뉴미디어의  동향 등도 <미디어오늘>의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이다.

 <미디어오늘>의 창간은 지난  87년 민주화투쟁으로 열린 민주화 공간에서 싹을
틔운 언론노동운동의 결실이자 그 돌파구이기도 했다. 1988년 결성된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은 1994년9월27일 중앙위원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기관지로 발행해 오던 '언론노보'(주간, 4면)를 <미디어오늘>로 확대
개편키로 한 것이다. 

 언론노련의 이같은 결정은 언론노련의 주요 역할의 하나인 언론자유 및 공정보도
실현을 위한 '연대의 폭'을 언론계 내부에서 외부로까지 확장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당시 언론노동운동이 직면했던 한계상황을 돌파하자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언론상황은 날로 치열해지는 언론사간의 경쟁으로
언론노조운동은 큰 시련에 직면해야했다. 증면 및 시청률 경쟁등 언론사간의
치열한 경쟁은 언론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크게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생존논리'를 앞세운 언론자본의 공세 속에서 언론노동운동자사이기주의에
매몰되는 등 개별화, 파편화되는 '역풍'에 시달려야 했다. 87년 이후 속속
설립되기 시작한 각 언론사 노조의 공정보도 활동도 눈에 띄게 위축돼갔다. 

 밖으로는 김영삼정부의 언론개입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었으며 사회 전반의 보수화
우경화 경향 속에서 언론은 이같은 보수화와 우경화를 제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앞장서 선도하는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언론노련 중앙위의 결정은 이같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그 돌파구의 하나를
'국민과 같이 하는 언론운동'에서 찾고자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988년
언론노련 결성과 함께 언론계 내부의 감시자 역할을 해왔던 기관지 <언론노보>를
일반 시민들도 쉽게 접해볼 수 있는 '대중적 미디어 전문지'로 확대 개편해
언론감시 활동 및 불공정 보도 등에 대한 압력을 국민대중으로 까지 폭넓게
조직하자는 구상이었다. 

 언론노보(94년 10월 1일자)는 언론노련 중앙위의 '미디어오늘창간 결정'의 배경과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언론노보의 미디어전문지로의 전환은 한국언론의'새로운 실험'이자 '제2의
창간선언'이다. 굴절된 오늘의 언론상황을 언론계라는 울타리 내에서만 고민하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주독자층을 일반시민으로 확대함으로써 '국민과 함께 하는'
적극적인 언론감시활동을 펴나가겠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핵심이다.(언론의
왜곡상과 불공정 보도실태, 그리고 언론의 치부를 국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대중적 압력을 통한 언론상황의 개선, 이것이 언론노보의 미디어전문지로의
전환이 갖는 뜻이다." 언론노보의 이 기사는 또 미디어전문지로의 확대
개편으로"언론의 불공정 보도에 대한 사회적 감시기능이 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이같은 기대는 "새 매체가 과연 대중 속에 얼마만큼 깊이 뿌리내릴 수
있는가 하는 '사업적 성공여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94년 9월 언론노련 중앙위 결의 이후 8개월 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새 매체
<미디어오늘>이 창간호를 선보인 것은 96년 5월 10일(5월 17일자).<미디어오늘>의
간행은 언론노련으로서는 상당한 재정부담을 떠 앉는 것이었다. 지금도 연맹
조합비의40-50%정도가 <미디어오늘> 제작비용으로 투입되고 있을 정도이다. 

 '국민과 함께 하는 언론 감시활동'이라는 당초 취지에 비춰볼 때
<미디어오늘>의'오늘'은 '절반의 성공'정도로 자평해 볼 수 있다. <미디어오늘>은
창간 그 자체로 언론계 안팎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켰으며 언론의 불공정
보도실태와 왜곡된 언론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 환기에도 일정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계 내부에서만 유통되던 언론계치부나 불공정 보도행위,
왜곡된 언론 메커니즘 실태의 정보가 일반인에게 공개된다는 것 자체가 언론계에
미친 파장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당초 예상했던 것과 그 내용은 상당히 다른 것이기는 하지만
언론노련의 재정적 지원과 자체 수입으로 최소한의 '재생산구조'는 갖추게된 점도
일단 '실험'으로서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성의 확보, 대안매체로의 지향, 경영의 내용 등에서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당초 '국민과 함께 하는
언론감시활동'이란 측면에서 시도된 '언론시장에의 진입 시도'는 분명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가판시장 등 언론 판매시장의 왜곡된 구조 탓도
없지 않지만 '미디어오늘'의 경영기반을 확보할 만한 수준의 대중적 독자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주요 독자층은 여전히 언론계 내부에 집중돼 있으며
청와대 등을 비롯한 주요 관공서, 기업체, 시민,·사회·노동단체·언론
유관단체및 관련인사들의 구독 등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판이나
정기구독을 통한 일반 시민 독자 확보 및 관리 등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과 함께 하는' 대중성확보문제는 편집 방향 및 지면 구성과 관련해 격렬한
내부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미디어비평전문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과 '대안매체'로서 그 지평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견해가
충돌하기도 했다. 

 <미디어오늘> 창간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이같은 논쟁은 당시 주간 12면 발행으로
출발했던 <미디어오늘>이 96년 1월 16면으로 증면되면서 정치·경제·노동 등의
분야에서 적극적인 대안매체의 성격을 강화해 나가기로 편집방침이 잡히기도 했다.
이같은 시도는 그러나 <미디어오늘>의 정체성과 지향성, 그리고 현실적 실현
가능성 등을 둘러싼 내부 이견 조정의 실패, 인력구성의 한계 등으로 난관에
직면했으며 결과적으로 그해 10월 재정난으로 인한 12면으로의 감면조치로
좌절됐다. 당시 별도지면을 확보한 '노동' 분야만 현재까지 일정한 취재인력이
투입되는 등 유지되고 있으나 이 역시 전체적 지면구성과의 연계성, <미디어오늘>
노동 면의 '특화전략'의 문제점등을 그대로 안고 있다. 

 대중성 확보 문제는 <미디어오늘>의 지향과 정체성, 그리고 경영 측면에서
앞으로도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의 정체성과 지향을
'미디어비평전문지'로 잡든, '대안매체'로서의 성격을 강화시켜나가든 '대중성'의
확보, 보다 구체적으로는 다수의 독자를 확보해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은
경영측면에서도 절실한 현실적 문제이자 지속적으로 추구돼야할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정한'한계'를 노정 시키고 있는 대중성 확보
문제는 재정적 문제와 맞물려 <미디어오늘>의 위상 정립및 그 지향과 관련해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광고수입에 크게 의존하고있는 것은 한국언론의 보편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미디어오늘>역시 광고수입에 크게 의존하고있는 것은 향후 <미디어오늘>의
독립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될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광고 수입 의존이
당장은 <미디어오늘>의 편집방향이나 독립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언론노련의 재정지원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판매수입의 확대등 안정적인
재원마련문제는 <미디어오늘>의 독립성 유지차원에서도 절실한 과제이다. 

 대중성 확보에 분명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현실은 '편집방침'및
'지면구성'에서의'한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디어오늘>을 '미디어비평
전문지'로 자리매김 할 것인지, 아니면'대안매체'로 까지 그 지평을 확대해 나갈
것인지 하는 근본적인 논란과는 별개로 지금의 '편집방침'및 '지면구성'이
대중성을 획득하는데 미흡한 측면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것은 '미디어오늘'의
주 독자층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독자전략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주요독자층의 현실이 여전히 '언론계 종사자'인 점과도 깊숙하게 연관돼 있는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뉴미디어 분야는 미디어의 '내일(미래)'을 모색하는 <미디어오늘>의
주요 논점이기도 하지만 '대중'과의 결합을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미디어
채널'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추진하고있는 PC통신망 개설이나
인터넷 사이트 개설은 기존 신문판매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모색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