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자율통신망 사이버 해방구 전·사·넷

황성철(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1. 조직현황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의 조직형태와 약사를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87-89년 사이, 의료보험제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민
의료보험"으로 확장되면서, 전국 267개 시.군.구를 범위로 의료보험조합이
설립되면서 대규모 직원 공채가 이루어졌고, 약 7천여명 이상의 직원이 동시
채용되었습니다.

 열악한 사회보장 예산으로 전국민의료보험이라는 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정부는 보험제도의 책임을 각 조합별로 분산하는 조합주의 방식을 채택하였고,
의료보험 노동자의 임금은 한달 하숙비에도 미달하는 매우 열악한 저임금을
책정하였으며, 몇몇 직원 대표들이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다가 노동조합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의 전신은 의료보험이 통합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출범하기 전, 전국 267개 의료보험조합의 노동자들이 각
시.도별로 설립했던 전국 15개 지역의료보험노동조합이었으며, 이 노조들이
전국협의회를 거쳐 지난 91년 9월 전국지역의료보험노동조합총연합(약칭
'의보총련')으로 뭉치게 되었고, 다시 전국 단일노조 설립작업에 들어가 지난 94년
11월에는 전국적 단일노조인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으로 출범하게 되었고, 다시
2000년 3월 의료보험 이외의 사회보험노동자 모두를 포괄하여 조직대상으로 하는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으로 명칭과 성격이 변경되었습니다.

 의료보험노동자들은 그 열악한 대우 속에서 지난 89년부터 보험급여 범위 확대 및
보험료 누진적 형평부과 등을 골자로 한 의료보험제도의 개선과, 열악한 권익을
쟁취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쟁을 벌여왔으며, 10여년간 거의 해마다의 전국적
연대파업투쟁 속에서 연인원 200여명의 해고, 100여명의 구속 등 격렬한 투쟁의
소용돌이를 헤쳐왔습니다. 이 투쟁의 과정에서, 전국을 연결하는 긴밀한
조직사업들이 필요했던 것은 물론입니다.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동자들로 구성된 전국조직으로,
전국 225개 지부에 7000여명의 노조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지부는 시.군.구
단위로 잘게 세분되어 노조원들은 지부당 20-60명 규모로 분산되어 노동하고 있어,
조직 상하부 단위의 의사소통과 지침, 전술의 전달 등 모든 조직사업이 총체적으로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지닌 사업장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간 우리는 그 단결 장애요인, 조직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별다른 왕도를 찾아내지 못하였고, 그저 발로 뛰는 원시성을
상당기간 극복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러다보니, 전국적 연대투쟁 전선에서 어느
지역은 "도장찍고 이미 빠졌다"는 루머에 동요되고, 이러한 동요가 연대전선을
깨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겪어왔습니다.


2. 조직의사소통 및 연락수단 변천사

 지난 91년부터 의료보험조합에 도입되기 시작한 컴퓨터, 업무를 컴퓨터에
의존하기 시작한 점을 착안하여, 우리는 통신수단의 획기적 진보에서 그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로는, 노조사무실에 컴퓨터를 도입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으나
조직사업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생각으로 꽤 거금을 들여 286컴퓨터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컴퓨터와 가까워지게 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사고하면서 PC통신 등
발전된 통신수단을 이용하는 것을 적극 모색하였고,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이 지난
93년, 당시 "데이콤링크", 또는 "D-Mail400"이라는 동보 전송수단과 하이텔 텍스트
통신망에 구축한 CUG(Closed Users Group, 폐쇄통신망)였습니다.

 이전까지는, 노조 중앙에서 각 노조원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몇 명 안되는
노조 상근자들이 일단 컴퓨터 또는 사진식자로 인쇄물을 뽑고, 그 인쇄물을
200여개 봉투에 담아 주소를 적었으며, 이를 우체국으로 가져가 요금 별납으로
송부하였는데, 그 역시 상근자들이 다른 일도 하지 못하고 작업에 꼬박 3-4일을
매어달리고 조합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는 일주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었고,
조합원의 손에 도달되는 순간 그 시사성이 지나가 버리는 아주 원시적
작업이었으나, 동보통신 팩스를 활용하기 시작하고부터는 순간에 전국 200여
지부에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어 △빠른 시간에 전국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 △우편에 의존하던 품을 절약한다는 획기적인 장점 때문에,
이후 약 5-6년간 조직사업의 상당부분을 여기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조차도 ▲막대한 팩스요금은 물론, ▲수신지 팩스가 이상이 있는 경우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막상 전송이 성공한 경우에도 지부장 등
한정된 조합원이 수신하는 한계성과 ▲팩스의 성능에 따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흐리게 전달되거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측의 손에 없어져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또, 문서를 파일로 송부하지 못하고 인쇄물로
송부하는 관계로 수신자 쪽에서는 다시 그것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재편집하는
불편함이 따랐습니다만, ▲가장 큰 단점은 의사소통이 일방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다시 도입한 것이, 하이텔에 CUG(Closed Users Group,
폐쇄통신망)를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월30만원이던가요, 당시로는 상당한
금액이었는데 이를 투자하고, 한국통신노조에서 이 관리법을 배워
"의보노조통신"이라는 이름으로 통신망을 처음 개통하였습니다.
이것은, △문서를 파일로 송부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통신망에 접속하므로
보안성이 우수하고,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며,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등의 잇점을 지닌 막강한 통신수단이었으나, 반면, ▲노조원들이 이를 접속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통신을 가입해야 하며, ▲순전히 단순한 텍스트로만 문서를
작성하여야 한다는 점, ▲당시만 해도 컴퓨터 모뎀이나 피씨통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희귀했던 실정이라 다수가 통신망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점 때문에
지속적으로 통신을 교육하고 활용을 유도했음에도 사용자가 80여명에 불과하고,
글이 장기간 업데이트되지 않아 결국 그 가격 대비 효용성을 따져 약 1년간의 운영
끝에 폐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약 2-3년 후, 민주노총이 나우누리에 CUG를 개설하고 각 단위
하부조직들의 CUG 개설을 하도록 요구하여 의보노조 통신이 다시 개설되었을 때 이
통신망 운영과 활용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당시 의보노조
CUG는 조회나 방문자 수에서 전체 노조의 CUG 중에서 가장 활성화된 활용도를
보였습니다. 이전 CUG 활용자들이 앞서서 이 활용법을 전파해나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99년에는, 전국적으로 통합된 의료보험에 맞추어 랜망이 사내에 설치되자,
통신망 개선에 관심이 있는 몇몇 노조원들이 당시 서울본부의 지원을 받아
서울지역 인트라넷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업무망을 활용하여 노조원 자율통신망을
열었습니다. 인트라넷 홈페이지는 △그 표현방법에 있어 매우 다양한 방법이
활용가능하며,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 방식. 멀티미디어 형의 새로운 통신시대를
열었으며, △노조원들이 기존 피씨통신에 가입하거나 모뎀을 통하지 않고서도
업무컴퓨터에서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곧바로 노조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게되어
이 자율통신망은 시작초기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았고 순식간에 가입자가 전국으로
확대되어 전국적 노조원 자율통신망으로 기능하게 되었고, 가입 노조원의 수도
2000여명의 넘어서는 등, 노조원의 활용도는 피씨통신에서 인트라넷 홈페이지로
급격하게 이동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각광받았던 인트라넷 홈페이지 역시, 노사간 대립이 극대화된
쟁의시기, 사내 통신선로를 운영권을 가진 사측에 의해 통신망이 두절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이번 2000년 84일간의 파업에서 드러났습니다. 노조는 상당히
당황하기도 했으나, 곧바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이 홈페이지를 통해
파업시기 조직 정보전달 경로를 대체 마련하였습니다.
이미 인트라넷 홈페이지를 경험한 노조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역시 아무런
무리없이 활용하게 되었고 고속통신망을 개설하는 등 인터넷 활용을 높이게 되어,
이 파업후기 사내통신망 인트라넷 홈페이지를 재개한 이후에도 노조의 인터넷
홈페이지 역시 활성화되는 좋은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인트라넷 홈페이지는 출발 초기 홈페이지를 도입 설계한 초기 운영진을 맡은
동지들이 △정보통신의 공개와 △운영의 민주성 견지, △언로 개방의 기조로
운영방식을 정하여, ▲운영진을 이용자 투표로 선출하여 운영하며, ▲실명으로
올라온 글은 어떠한 글이든 삭제할 수 없음을 못박아 이후 통신망 운영의 불문율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인트라넷 홈페이지의 중요성을 인지한 당시 노조 집행부는 노조의 공식예산을
투입하여 우수한 장비와 우수한 전문업체를 이용, 노조 공식 인트라넷 통신망을
만들었습니다. 노조원 자율통신망과 공식통신망, 이렇게 이분화된 통신망으로
운영되던 인트라넷 홈페이지는 99년 11월, 새 집행부 당선과 함께 이전부터
운영해온 자율통신망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새 집행부의 공약사항이 이행된 것으로, 노조 공식 통신망이 노조의
지침 전달에 중점을 둔 반면, 위의 통신망의 민주적 운영원칙이 완벽하게 관철되지
않았던 점과 통신망의 운영규칙이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던 점과, 통신망의
이분화로 혼란을 겪은 노조원들의 일원화 열망과, 민주적 운영 요구가 새집행부
공약에 반영되었다 할 것입니다.


3. 파업과 통신망
 
 이렇게 일원화된 통신망을 운영하던중 사회보험노조의 2000임단투 과정에서
사측과 폭력적인 공권력에 의해 공단본사에서 농성중이던 2,000여명의 조합원이
2000.7.1일 새벽에 강제진압 당하고 1600여명이 연행되는 과정에서 노조사무실내
서버의 파손과 노조사무실 불법봉쇄 및 사측의 인트라넷 라인 강제 폐쇄등으로
긴급한 통신망복구가 시급하게 요구되었으며 이에따라 예전부터 기획해오던
홈페이지를 7월8일 긴급하게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폭압적인 사측과 정권에 대한 분노로 파업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고, 이를
반영하듯 홈페이지의 폭발적인 접속자와 홈페이지내에서 파업지도부와 조합원들을
서로 격려하고 밖으로는 우리의 실상을 알리는 사이버 투쟁이 조합원 자발적으로
전개되었고  조합원뿐만 아니라 가족, 노동자 시민들의 많은 연대 및 투쟁의 큰
공간으로 홈페이지가 자리잡았습니다.
 급기야 사측에서도 사이버선전팀을 가동하여 역선전을 하는 웃지 못할 사례까지
남기면서 사회보험노조 홈페이지는 조합원들 사이에 투쟁의 무기로 굳혀졌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4. 통신망 이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통합된 통신망은 그 영역을 노조 공식영역과 조합원 의사소통영역으로 나누고
노조 공식영역은 노조에서, 조합원 의사소통 영역은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그 총괄
운영을 역시 자율적으로 선출된 운영자들이 맡아, 노조 공식 조직으로부터 분리된
노조원 자율통신망으로 확고히 규정되어있습니다.
운영자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입후보하여 사이버유세를 거쳐 투표로 선출되고,
게시물 내용이 욕설이 아니라면, 누구든 정당한 실명으로 게시한 게시물을 삭제
또는 변형시킬 수 없으며, 게시물 작성자가 보호되도록 운영규칙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처음, 통신망에 올리는 게시물은 실명을 원칙으로 하고 가명으로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하였으나, ▲이것이 사측이나 관계당국으로부터 게시물 작성자가
노출되고 ▲노조원이 피고소되었을 경우 이 게시물이 증거자료로 채택된다는 점,
▲심약한 노조원의 경우 글을 실명으로 올리는데 부담을 느낀다는 점 등의 이유로
비실명 게시판들을 시험 운영하기도 했으나, 이 비실명제는 또한 △무책임한 글,
욕설, 남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온상이 되는 등의 역작용이 나타나
현재는 아이디를 자동으로 게시물에 남기고 그 아이디를 운영자가 보안을 유지하는
형식으로 운영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통신망의 운영형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1994년도          하이텔                     80여명  활용  
- 1996년도          나우누리 CUG            400여명 활용
- 1999년도          인트라넷                2,000여명 활용
- 2000년도 현재   인트라넷과 홈페이지       4,000여명 활용

- 2000.7.8 ~ 9.20 사이 84일 파업기간중
 * 일평균방문자           6,300여명
 * 평균조회수(파업시)      2,000여회
 * 일일최다방문           8,500여명

 특히 99년 37일 파업과 2000년 84일간 파업을 거치면서 통신망이 없으면
조직운영과 쟁의시 파업대오 운영등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조합원들
사이에  크게 자리매김이 되어 있고 또한 통신망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파업전 조합원의 E-MAIL 보유자가 4~500명 이었으나 현재는 1,500명을 상회할
정도로 조합원들의 정보통신 의식과 관심을 향상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5. 결론

 현대사회에서 인터넷등의 필요성 및 중요성은 다시말할 필요없이 강조되고 있고,
노조활동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의 주장을 알리거나 조합원의 올바른 의사전달등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은 이상 많은 조합원의 참여속에 통신망이 발전할 수
있도록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통신망으로 발전을 시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통신망의 운영이 어느 개인이나 단체의 소유물이 아닌 소속원 전체 내지는
접속하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하여 운영되는 만큼 어느 한쪽이 언로나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전체가 공유하고 그로 인해 통신망의 운영취지에 맞는 향상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운영에도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