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한국 노동운동과 인터넷

박점규(민주노총 대외협력차장) 


▣ 들어가며

▶ 신자유주의와 정보화 그리고 인터넷

신자유주의는 정보통신기술을 매개로 정보·지식을 상품화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정보기술을 통한 생산기술의 자동화로 생산과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국제금융의 정보네트워크를 통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또 생산현장에 대한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으로 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해나갔으며 전자감시시스템을 통해 노동자들을 업무 성과별로
차등화·개별화·파편화시키고 노동조합의 현장통제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근본부터 흔들기 시작했다.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국가기간사업의 해외매각과 민영화·대량실업과 빈곤으로 노동자들이
피로 일궈놓은 성과가 하나둘씩 허물어져갔다. 첨단산업의 육성·공장자동화 추진
과정에서 전세계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휘말리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리엔지니어링·임시고용 등을 통한 노동강도의 강화와 노동조합의 약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최대무기는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은 오직 이윤과 효율을 최고의
가치와 선으로 여기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첨병역할을 했다. 인터넷으로
무장한 투기자본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전세계를 종횡무진하며 한
국가의 산업과 경제를 파탄시키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은 효율과 경쟁·정보화를
앞세워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 정보화와 한국사회

전세계 정보화의 물결은 이미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유통과정의 혁명을 외치며 수많은 산업과 업종에서 정보화가 노동자를 대신하고
있다. 소위 굴뚝산업이라고 불리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 사무·서비스업종의
확대에 이어 정보화산업이 더욱 큰 규모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을 비롯해
창구에서 서비스 업무를 보던 노동자들을 기계와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으며 서점을
비롯한 소규모 소매업종 종사자들의 자리를 인터넷이 차지해가고 있다.
전자우편·전자결제·재택근무 등 인터넷의 확산은 사무업무와
행정·우편발송업무와 같은 기본적인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또 정보화와 관련된 산업이 점점 규모를 더해가고 있다. 벤처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회사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택배회사와 같이 정보화와 관련된 산업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정보화가 국가 산업의 구조를 서서히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의 물결은 노동시장의 구조도 바꿔가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노동자를 대신하면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점점 확대되고 있고 여성노동자가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이나 사무·서비스 업무와 관련된 인력의 수요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반면 정보화와 관련된 분야의 인력에 대한 수요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최첨단 산업에 대한 인력수입마저 검토되고 있으며 수많은 대학생들이
벤처기업으로 진출하길 희망하고 있다. 

정보화는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옭아매고 있다. 최첨단 감시시스템으로
노동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으며 전자우편과 컴퓨터·인터넷 홈페이지
방문기록 등에 대한 감시로 더욱 노동통제를 강화해가고 있다. 

정보화의 확산은 사회와 문화 그리고 노동자들의 의식마저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컴퓨터 앞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개인주의는 더욱 만연되고 있으며
네티즌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인터넷을 통한 교류와 의사소통,
새로운 온라인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많은 인터넷 동호회는 수백만명의
회원을 보유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 정보화와 노동조합

정보화는 노동조합의 조직활동에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네티즌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의 낮은 노동조합 가입율·비적극적인 노조활동 등은 각
노동조합의 가장 큰 고민중의 하나이다. 새로운 세대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과 개인주의적 지향·사회의식의 부재 등이 어울려
노동조합 활동에 커다란 장애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에서는
이런 경향의 새로운 세대들을 조직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세대간의 갈등마저 나타나고 있다.

노동조합은 정보화의 물결로 인한 산업과 고용구조의 변화에 대해 적절해 대응하지
못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 등장한 수많은 정보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조직활동과 노조설립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도 모두가 주인이라는 벤처기업 이데올로기에 대해 노동운동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 맞는 새로운 조직활동 및
조직화방식을 고민하지 못하고 과거에 안주해왔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은 정보화가 가져온 산업의 변화에 대한 정책수립·정보의 불평등과
소외에 대한 대응·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최첨단기술을 이용한
노동통제에 대한 대책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으로 인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정보화기술을 활용한 노동운동의 획기적 발전과 국제적 연대의 강화라는 현실적인
요구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대안의 수립이
적극 요구되고 있다. 


▣ 인터넷을 통한 2000년 노동운동

2000년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이 정보화 기술을 이용해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국제적 연대의 강화를 강화하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노동조합 홈페이지가 1999년
20여개에서 2000년 수백개로 10배 이상 급증했으며 홈페이지를 투쟁과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노동조합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노동조합 지도부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흩어져있는 조합원들에게 지침을 내리고 파업을 앞둔 노동조합이
정부의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는 등 지역과 업종을 막론하고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이렇듯 2000년은 노동운동의 인터넷 활용이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한
해로 기록될 듯 하다. 

▶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자 국제주의를 실현하라

언어와 기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노동자 국제주의 실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맞선 세계 노동형제들의 투쟁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고 이에 항의하는 연대투쟁이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시애틀과 워싱턴, 프라하에 이어 서울로 이어진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이 인터넷과 이메일 그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조직되고 확산되면서 노동자
국제주의의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해 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한 국제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그리고 이에 맞서는 세계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필리핀 등이 중심이 된
남반구노조연대는 지난 200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기획회의에서 구체적인 세계적
투쟁이 가능한 지점으로 다국적 기업을 꼽고 향후 전세계적인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을 실현하기 위한 닻을 올렸다. 이 기획회의에서는 최근 호주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Rio Tinto 투쟁을 공동투쟁의 주요 현안으로 제기했다. Rio
Tinto사의 노조 인정 거부, 노조와의 단체 협약 폐기, 개별 계약 정책에 대한
투쟁으로 시작한 호주건설임업광산에너지노조는 이 투쟁 과정에서 Rio Tinto사의
폭력과 만행을 비디오와 사진으로 홈페이지에 싣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Rio Tinto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세계적인 투쟁으로 확산시켜나갔다. 이러한 투쟁의
확산에 놀란 회사 측은 세계적인 투쟁만 중단한다면 노조와 단체 협약을
체결하겠다고 양보하기 시작했다. 이에 노조는 세계 각국에 있는 Rio Tinto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환경 관련 의무를 담는 "세계 협약"(Global Agreement")에
동의할 때까지 세계적인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회사측의 제안을 거부하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남반구노조연대회의는 이러한 세계적인
투쟁에 직접 동참하는 행동을 조직하여 다국적 기업에 대한 투쟁의 범례를
만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을 통한 노동자 국제주의의 실현은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에 대한 포항제철의
고용승계 거부를 세계적 쟁점으로 만든 안티포스코 홈페이지, 파업에 대한 정부의
폭력진압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해 전세계적인 항의와 연대투쟁을 이뤄낸
안티롯데 홈페이지 등에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 정부의 홈페이지를 공격하라

또 2000년 한해는 노동조합이 인터넷을 통해 정부나 정부기관의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투쟁을 새롭게 선보임으로써 조합원들과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광범위하게 확대하고 노동조합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킨 한해로도 기억될 것
같다. 특히 전국적으로 흩어져있어 집회나 투쟁에 동참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인터넷을 통한 공동행동을 전개함으로써 조직의 단결을 강화하고 이를 사회적
여론으로 확산시켜 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새로운 투쟁의 방향으로 급속하게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10월 16일 오전 9시부터 12까지 과기노조(www.kstu.or.kr)는 파업을
앞두고 과학기술부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동일한 시간에 과기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는 지침을 내려 2차례에 걸쳐 홈페이지를 마비시켰다.
이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이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동일한 시간에
과학기술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항의글을 남기거나 새로고침 버튼(F5)을 누르는
공동행동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과기노조는 투쟁동력을 확대시키고 이후의
투쟁을 강력히 준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전교조(www.ktu.or.kr)는 더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분회장 중심의 연가투쟁을 힘차게 벌이면서 동참할 수 없는
일반 조합원들에게 지침을 내려 교육부와 경찰청, 청와대에 수많은 항의글을
올렸다. 이 지침으로 교육부 홈페이지가 2차례 마비됐다. 또한 연가투쟁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전국의 조합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투쟁의 구심으로 전교조 홈페이지가
우뚝 서게 됐다. 이런 사이버투쟁의 과정에서 전교조 홈페이지도 수많은
조합원들이 방문하여 수차례 다운되기도 했다. 교육부가 연가투쟁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징계하겠다고 발표하자 조합원들은 교육부 홈페이지에 [나를
징계하라]는 말머리를 달고 수천개의 글을 올려 전교조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모범으로 보여주었다. 

인터넷을 통한 이러한 투쟁은 진보넷과 한총련의 통신질서확립법 반대투쟁·매향리
폭격장 폐쇄를 요구하며 온라인상에서 전개한 미국 백악관에 항의 이메일 보내기
운동·박정희기념관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 등 사회적 문제들을 올바로 해결하기
위한 다양하고 폭넓은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 단결과 투쟁의 중심 노동조합 홈페이지

- 안티롯데 홈페이지(http://lotte.nodong.org)
호텔롯데 파업 폭력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7월11일 개통된 안티롯데 홈페이지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40여일동안 총 5000여건이 넘는 글이 쏟아졌으며 민주노총
산하 연맹, 단위노조는 물론 일반 사회단체까지 수백개가 넘는 홈페이지에서
안티롯데 배너를 달아 전국적인 항의를 확산시켰다. 

더 나아가 민주관광연맹이 가입해있는 국제식품노련과 국제자유노련은 안티롯데
홈페이지에서 폭력진압 사진을 다운받아 폭력진압 실상을 전세계로 알렸다. 
또 호텔롯데 조합원으로 구성된 5명의 인터넷 투쟁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작성한
기사를 게임방 등을 통해 곧바로 홈페이지에 올림으로써 투쟁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훌륭한 투쟁의 장이 되었다. 회사와 정부는 이 홈페이지의 파급력 때문에
노사가 합의된 후에도 이 홈페이지의 폐쇄를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 또 노조
집행부는 이 홈페이지의 주소 http://lotte.nodong.org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짐에
따라 이 주소를 노조에 달라고 민주노총에 공식 요청해 민주노총이 기증했으며
투쟁의 역사로 남기고 재벌과 정부를 상대로 한 다른 싸움들의 모범으로 삼기 위해
이 홈페이지는 http://antilotte.nodong.org라는 주소로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다.


-주5일근무홈페이지(http://5days.nodong.org)
2000년 5.31 총파업의 핵심적인 요구 중의 하나였던 '노동시간 단축'을 일반
국민들과 네티즌들에게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5월9일 첫선을 보인 이
홈페이지는 주5일근무에 대한 쟁점, 현장에서 느끼는 노동시간단축, 주요 인사들의
주5일근무에 대한 인터뷰, 인터넷 서명운동 등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홈페이지가 주요 언론에 크게 소개될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일으켰고 많은 시민들과 조합원들의 서명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2000년
12월 근로기준법 개악 과정에서 또 다시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 사회보험노조 홈페이지(www.ksiu.or.kr)
2000년 7월1일 경찰 폭력진압 이후 새롭게 개편된 홈페이지는 전국적으로
흩어져있는 7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에게 투쟁상황과 방침을 신속·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서울에 있는 본조와 지방본부에서 올린 글의 경우
조회수가 평균 수천건에 이를 정도로 대다수 조합원들이 파업투쟁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상경투쟁의 경우 홈페이지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의 투쟁의 등대역할을 수행했으며 조합원들간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사회보험노조 조합원들 중에서 선발된 사이버투쟁단과 영상패는 각종 투쟁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생생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전국의 조합원들을 단결시키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했다. 더 나아가 사회보험노조
홈페이지는 본조의 소식뿐 아니라 지방본부의 소식까지도 이 홈페이지에 집중해
노동조합의 구심으로 우뚝 서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 이 홈페이지는 노동조합 내
민주주의를 확대시키는 역할도 수행했다. 노조 지도부의 투쟁방향에 대한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집중됨으로써 서로를 평가하고 반성하는 자리로
활용되고 있다. 

- 안티포스코 홈페이지(antiposco.nodong.net)
안티포스코 홈페이지는 노동운동의 국제적 연대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삼미특수강 조합원들의 원직복직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앞두고 올해 초
안티포스코 홈페이지가 개설됐다. 영문으로 번역돼 세계 노동운동 진영에
삼미특수강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외 여러 단체의 홈페이지에 삼미특수강 소식이
실렸다. 이어 포항제철의 안티포스코 홈페이지 가처분신청이 공분을 일으키면서
현재 해외에서 이를 패러디한 안티포스코 홈페이지가 10여개 이상 개설되어 한국
정부와 포항제철을 규탄하는 국제적인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조합·여론을 선도하는 노동조합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숨겨진 진실을 알려낼 수 있는 인터넷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선전홍보가 더욱 활성화됐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은 정부와
언론에 의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고 사용자나 정부의 폭력과 부당노동행위는 늘
은폐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활용은 이러한 굴레를 상당히 극복할 수 있게 했다.
또 사회적 영향력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인터넷신문이나 일간신문의 인터넷
공간 등을 활용해 노조의 요구와 주장, 숨겨진 진실 등을 알려내 사회적 문제로
제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대국민선전과 홍보는 민주노총 홈페이지가 활성화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많은
일간지 기자들에게 민주노총의 속보·보도자료나 산하 노조의 투쟁소식은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됐고 이를 통해 노조에서 민주노총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해 노조의
소식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등 노동조합이 여론을 주도하고 앞장서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중파 방송이 외면하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인터넷 사진전을 통해 아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자비한 폭력과
노조파괴 행위를 전국으로 알려내고 있다. 

▶ 인터넷을 통한 노동상담과 조직화사업

홈페이지가 노동상담과 조직화사업에 기여하게 됐다.
임금체불, 해고, 산업재해 등 부당노동행위를 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법률상담을 할 수 있게 됐으며 신규 노동조합 결성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 개설 1년만에 3000여건에 이르는 노동상담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발판으로 민주노총에서 서울본부에 개설한 상담이 활성화됐다.


특히 이 부분은 앞으로 노동운동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노총 산하 연맹이 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면 누구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산별노조로 전환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노조에 가입하는 게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소산별 형태인 운송하역노조의 경우 전국에 흩어져있는
운송·하역노동자들이 홈페이지(http://kcwf.jinbo.net)를 통해 조합에 가입할 수
있으며 보건의료노조의 경우도 소규모 병원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노조가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새로운 조직화의 모델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활발해졌다.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 대한 불만과 요구사항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게 됨으로써 민주노총 중앙과 조합원들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해졌으며 이는 발전시킴으로써 조직의 민주주의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민주노총의 규모가 확대되고 조합원이 증가하면서
조직내부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민주주의가 형식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한계를
인터넷을 통해 극복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도부에 대한 비판과 대안의 제시가
활발해지고 이러한 내용이 지도부의 방향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조직
내의 민주주의가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내용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아셈 반대투쟁에 대한 조합원들의 강력한 비판과 문제제기는 2000년
노동자대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쳐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사무금융노련(www.necktie.or.kr) 홈페이지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 매우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공간의 소모임을 연맹 홈페이지에 개설함으로써
조합원들이 다양한 관심과 취미를 모아내고 이를 통해 노동조합을 강화하는 한편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회사의 노동자들이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산업과
영역, 관심별로 만나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노동조합을 만드는 새로운 조직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이미 여러 유명 홈페이지에서 동창모임이나 취미모임
등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노동조합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위해 문을 연
비정규노동센터(www.workingvoice.net)는 다양한 산업과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취미와 관심별로 모임을 만들고 고민과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사이버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이 대기업·남성·조직노동자·정규직노동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소외되었던 비정규직·여성·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만나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자본의 무기를 노동의 무기로...

자본의 무기를 노동의 무기로...이제 정보화를 무기로 노동운동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운동은 정보화가 가져온 산업의 변화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올바른
정책수립에 당장 나서야 한다. 산업사회에서 서비스산업으로 그리고
지식정보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산업과 고용구조의 변화·노동자
구성층의 변화·노동시장의 변화 등에 대한 분석이 노동운동 전체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정보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세계 최대의 온라인업체인 아마존에 노동조합이 설립됐고 한국에서도 최초의
벤처기업 노동조합이 설립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원 모두가 주인'이라는 이데올로기와 '수십억의 스톡옵션'이라는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아직 대부분의 회사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타고 '닷컴기업의 몰락'까지 예견되는 상황에서 수많은
회사에서 정보산업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하고 있다. 또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노동시간은 물론 아주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적극적으로 이들을 조직하여 조직화와 노조활동의 새로운
전형들을 만들어가야 하며 이들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노동조합의 활동에
활용하고 네티즌들의 의견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또 부의 불평등과 함께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정보의 불평등과 소외에 대해
노동조합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정보기술의 활용이 대졸·대도시·중산층
이상·남성·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그 동안의  소외계층이 여전히
소외계층이 되고 그 격차는 더욱 커져가는 상황에서 노동운동은 정보기술이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정보화정책에 적극 개입해 국민의 예산으로 집행되는 정보화가
빈부격차를 줄이고 정보의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강력히 투쟁해야 한다. 특히 대도시와 대공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정보화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이들 소외지역과
계층에 대한 교육을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첨단기술을 이용해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노동통제에 대한 대책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작업장 감시와 전자우편 검열 등 인권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과 법·제도의 정비가 적극 추진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동운동은 200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보화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및 사용자 홈페이지에 대한 공격은 더욱 확대되고
집중돼야 한다. 민주노총이 주도가 돼 많은 시민 사회단체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한
공동행동을 더욱 집중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 탄압의 선봉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매향리폭격이나 미군기지 기름유출 등에 대항한 백악관과
미8군 홈페이지 공격·박정희기념관 건립에 대한 서울시 홈페이지 공격 등
민주노총이 인터넷을 통해서도 사회개혁의 선봉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선전홍보활동의 강화·조합원에 대한 인터넷 교육·인터넷노동대학 등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

인터넷을 활용한  국제연대의 강화는 이제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마련해 공동행동을
이뤄내야 한다.  남반구 연대회의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진보적인 노동조합과 함께
다국적기업에 대한 공동대응과 연대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
홈페이지는 한국과 아시아 노동자들의 투쟁을 전세계적으로 알리고 연대를
촉구하는 아시아네트워크의 구심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인터넷세대 새로운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와 참여공간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벤처기업·영세사업장·여성노동자들이 인터넷 공간에
참여해 함께 고민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이버공동체의 구축은 그래서
더욱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1300만 노동자들의 자유로운 사이버
공동체는 조직노동자뿐만 아니라 미조직노동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토론하는 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다양한
관심분야에서의 공동체 형성을 통해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강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보화시대 네트워크시대 노동자들의 문화와 생활을 반영하여 생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홈페이지가 오직 노동조합의 의견을
선전·선동하는 장이 아니라 1300만 노동자의 생활과 문화와 투쟁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더불어 산별노조 시대에 인터넷을 통해 조합원을 확대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단결과 연대의 구심으로 홈페이지를 우뚝 세워야 한다.
산별노조의 시대는 전국 어느 곳에 있더라도 같은 산업과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시대다. 노조의 규약을 개정하여
노동조합 가입과 노조활동·조합비 납부 등 가능한 모든 노조활동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