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11월 10일 ~ 12일 개최한 
"제1회 서울국제노동미디어 '97" 행사와 관련하여 
노동정보화사업단 실무자가 보고/평가한 보고서입니다.


LaborMedia '97 종합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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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노동정보화사업단 교육사업팀장 김성원
 작성일 : 199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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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개요

	지난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연세대학교 신상경관에서 개최한 『Seoul
International LaborMedia '97』(이하 레이버 미디어)이 국내외의 주목을 받으며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레이버 미디어는 노동자뉴스제작단,
민주와진보를위한지식인연대(준), 정보연대SING, 참세상, 진보통신단체연대모임,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노동정책연구소, 노동정보화사업단 및 기타 단체들과
전국민주철도지하철노조연맹 등 노조들이 공동 주관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LaborNet IGC, LaborTech, UPPNET, Videazimut, Crocevia 등의 후원아래 치러진
국내 최초의 노동관련 국제행사였습니다. 

■ 행사 내용

	레이버 미디어의 전체 행사는 '지구화, 정보화, 노동운동', '정보화와 노동현장의
변화, 그리고 노동운동의 대응'을 주제로 다룬 2개의 SESSION과 '국제 노동자
영상운동의 현 상황과 임무', '미디어와 노동운동', '노동운동과 정보화',
'네트워크를 통한 노동운동의 국제연대' 등을 주제로 한 4개의 WORKSHOP, 국내외
노동관련 영화, 비디오를 행사기간 내내 상영하였던 국제노동영화제를 중심으로
치러졌습니다. 이 밖에도 노보 전시회와 각 단체의 프리젠테이션이 부대행사로
마련되었습니다.

	각 SESSION과 WORKSHOP에는 스티브 젤쩌(미국, LaborNet-IGC, Labor Video
Project, UPPNET), 쿠베시니 고벤더(남아공, 식품연합노조 매체국장), 피터
워터만(네덜란드, Institute of Social Studies 교수), 크리스 베일리(영국) 등
해외 참가자들과 국내 관련 단체 및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하였고,
노동정보화사업단에서도 채만수 자문위원과 김성원 교육사업팀장이 각각 발제자와
토론자로 참가하였고, 이용근 기획조정실장과 문태준, 이왕덕 동지의 헌신적
노력으로 가장 잘 준비된 프리젠테이션 부스를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 행사 의의

	"노동운동과 미디어 : 노동자, 정보기술 그리고 연대"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띤
토론과 발제, 그리고 노동영화제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이번 행사는 비록 경험과
준비의 부족으로 행사 진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해프닝과 미숙함이 드러났었지만
외국 노동운동 진영의 미디어·정보통신 전문가들과 적지 않은 국내
단체·노조들이 발제와 토론에 참여했던 이번 행사는 정보화시대에 대응한
세계노동운동의 방향과 국제 노동 연대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국내 노동운동 진영에
노동정보화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국 참가자인
크리스 벨리의 말대로 "97년 마지막 노동자 행사이며, 가장 중요하고 주목받는
행사"였습니다. 이처럼 국내 최초로 갖는 국제노동행사이자 정보통신과 미디어에
관련된 드문 노동행사란 점만으로도 '처음 시작'의 미숙함은 충분히 간과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임에 분명합니다. 

	노동정보화사업단은 뒤늦게 참가하기는 했으나 이 행사의 주관단체로서 준비위에
적극 결합하였고, 발제와 토론, 시연회 등을 비교적 내실있게 준비하였을 뿐
아니라 참가한 노조들의 대부분이 노정단과 사업상 관계되었던 곳들로 노정단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현장 장악력의 강화를 위한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이란 일관된 관점을 견지하여 참가했던 노조들로부터 현장과
가장 밀착된 조직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 주요 발제 및 토론

	이번 행사 기간동안 참가자들은 적어도 정보화가 다만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정보화에 대해 보다
분명히 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채만수 자문위원은
'자본의 세계화·정보화를 자본주의적 생산의 전반적 위기에 대한 독점자본의
전략'으로 규정하였고, 강수돌 교수는 "정보화 과정이 노동자의 삶에 주는 영향은
자본의 노동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지구촌의 80%가 장기적 실업과
불완전 고용상태에 놓이는 '노동사회의 위기'를 조장하고 '집단적 노동운동의
해체'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자본의 정보화 공세에
노동진영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토론의 결과는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노동시장, 노동과정, 생활 전반에서 정보화가 야기하는 모순들을 분석 정리하고
이러한 모순들을 척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화 과정에 개입해 들어가야 하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 동종 산업, 세계적
노동연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졌습니다.

	Steve Zeltzer에 의해 소개된 미국 LaborNet과, Chris Bailey에 의해 소개된
리버풀 부두 노동자들의 투쟁 사례로 대표되는 영국 LabourNet, 총파업
통신지원단의 총파업 홈페이지, Eric Lee의 위트와 전문가적 조언을 통해 이번
레이버 미디어 기간동안 무엇보다도 분명하게 자본의 세계화와 정보화에 대응한
국제적 노동운동의 연대의 필요성은 충분히 강조되었을 뿐 아니라 인터넷의
활용가치는 확실하고도 과분한 찬사를 받았습니다.

	노동정보화사업단은 '정보통신(컴퓨터) 자체에 대한 교육'과 '정보통신을 활용한
노동교육'을 주제로 발제함으로써 노동운동의 정보화가 대중적인 저변 위에서
진행될 수 있고, 현장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강변하였습니다.

■ 평가

	이번 행사를 준비한 국내의 단체들은 많은 것을 외국의 단체들로부터 배우고 들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그들은 충분한 경험과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강력하게 조직된 현장 노동자들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그들 나라의 경험과 시작이 결코 우리의 시작과
경험으로부터 월등히 앞서 있는 것이 아님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정보산업 세계 5위라는 한국 정보산업의 급격한 발전에 힘입어 컴퓨터통신의 CUG를
중심으로 나름대로의 경험과 시도들이 진행되어 왔었고 이러한 노력은 국내
노동운동, 즉 현장조직의 강화와 신속한 정보의 교류를 위해 나름대로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왔음을 외국에서 온 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많은 점에서 국내외 토론자들은 공통의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지만 벽안의
토론자들은 국제적 연대와 인터넷의 활용에 초점이 있었고, 현장에서 올라온 노조
활동가들은 정보통신을 활용한 현장의 강화와 노동정보화의 기반 구축이라는
주제에 주로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주관단체들은 '한국노동네트워크의 건설'을
포함한 이번 행사의 귀결로서 가져야 할 구체적 목표를 충분히 공유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준비와 경험의 부족과 함께 매우 혼란스럽고
모호하게 끝났다는 평가를 단적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노동 비디오의 국제적
배급 원칙의 도출'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그 어떠한 확실한 실천적 계획을 내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지 '한국 레이버 네트워크를 건설한다'는 막연한 계획만이
얘기되었을 뿐이고, 차기 행사의 주최지와 주체조차 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정보화 공세에 노동진영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이번 컨퍼런스는 '정보통신기술의 도구적 활용'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국제적
노동연대', '정보화의 실체 파악'이라는 점에서는 심도 깊은 토론이 진행되었고,
'노조 업무의 전산 정보화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대한 소개가 있었지만
'정보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과 방향'을 도출해내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정보화 과정에 대한 개입으로서 정보통신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의 필요성
또한 간과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이라는
점에서도 홍보와 선전, 국제적 연대를 위한 통신교류에 치우쳤고 정보통신기술이
노동현장의 조직강화와 현장 장악력을 높이는 데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충분히 토론되지 못했습니다. 

■ 향후 과제

	레이버 미디어 이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보다도 국내 노동정보화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축적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논의만 있었지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내오지
못했던 '한국노동네트워크'의 건설을 위해 그 논의와 함께 시급히 그 추진주체를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노동네트워크의 건설에는
인터넷을 통한 국제연대에 있어 가장 큰 장애인 언어의 장벽을 극복할 방안까지
포함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