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작업장감시] 사례3/ 한국통신의 FOCUS 제도 #날짜:981113 ** '98 노동미디어주간인 98년 11월 13일 개최된 "정보기술과 작업장 감시"라는 주제의 워크샵 자료집에 실린 내용입니다. <사례> 한국통신의 FOCUS제도* * 아래 2개의 글은 한국통신노동조합 전용통신망에 서울번호안내국 지부장 신명 희씨가 쓰신 글입니다. 한국통신에서 '고객만족'이라는 허울아래 강화되고 있 는 현장통제,감시체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출근길이 무섭다 !? 요즘 출근 후 근무대에 착석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오늘도 나에 게 제발 모 니터가 걸리지 않게 해 주십사!' 하는 간절한 기도가 되었다. 그러나 조금 후 이상한(?) 고객이 감지되는 순간, 내 머리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을 하게 된다. "어머! 모니터 요원인가보다!" 온 몸이 바짝 긴장하고, 초초함이 고조되면서 그렇게 신경이 곤두선 채 또 하루가 지나게 된다. 오늘은 더구나 초등학교 시절 성적표처럼 모니터 결과까지 게시판에 커다랗게 붙여 있다. 휴! 안도의 한숨! 그러나 바로 옆 자리 동료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 어머! 어떻게 해!" 글썽이는 눈물속에 애타는 목소리들... 지금 현장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몰고 온 'FOCUS'라는 괴물이 있다. 친절! 그렇다. 이 시대에 한국통신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객에게 친절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우리 조합원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포커스, 본사 모니터 등 2중, 3중으로 조합원을 감 시하고 오히려 업무의 효율까지 떨어뜨리는 모니터제도의 강화는 결코 '친절' 이라는 이름으로는 불려질 수 없을 듯하다. FOCUS 삼청대(?)교육이 무서워, 10% 낙오자로 찍히는 것이 무서워, 경영평가 최 하위국 낙점이 두려워,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평가되는 지도 알 수 없는 모니터 에 묶여 하루 하루 무사히 넘어가기만을 비는 마음으로 어떻게 친절이 우러나겠 는가! 또 그런 공포분위기 속에서 강요되는 친절이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겠 는가! 경영진부터 앞장 서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지 공개 하는 것이 수 순이 아닐지... 우선 조합원의 의견부터 수렴하자! 그리고 충분한 여건을 갖춘 후, 진정한 친절 을 만들어 가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1998. 2. 26 서울번호안내국 지부장 'FOCUS'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 오늘도 15분 전 친절교육을 받는다. 모두가 "안녕하십니까?"를 시작으로 "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를 앵무새처럼 소리치고 있다. 고객에게 그저 최대의 존칭어를 사용하는 것이 친절인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성심성의껏 제공하고 최대의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친절인지, 요즘은 도대체 '친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지금 한국통신 본사는 전자를 요구한다. 기본 응대 용어를 벗어나 성심성의껏 하는 응대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바로 얼마전 신문에는 114안내에서 오랜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번호 를 찾아 줘 너무나 고마왔다는 한 시민의 이야기가 작게 실렸었다. 이런 것들 또한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많은 건수를 받지 못하므로, 규정 에 맞지 않는 말이 많아지므로 소용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니터제도에 매달리는 경영진과 관리자들에게 다음의 몇 가지를 간곡히 지적한다. ○ 우선 무엇이 고객의 입장에 서는 것이며, 진정 그들이 요구하는 서비스가 무 엇인지 제대로 파악부터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응답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현장과 신속히 연락할 수 있는 통신수단은 없고, 인 원부족으로 허덕이는데 말만 상냥하게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부터 마련되어야 진정 고객에서 사랑 받는 '친절'한 기업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 둘째, 건강하게 하루를 열 수 있는 현장의 분위기부터 만들자! 모니터제도에만 매달려 있는 경영진과 관리자들은 점수 채점방법으로 인해 지금 현장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오늘도 고객에서 친절하기 위해 용어 사용을 잘해야지' 가 아니라 포커스 괴 물, 안내사업부 지영수 과장(일명 저승사자)이 무차별하게 쏘아대는 모니터 총 알에 맞서 싸워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 한 손에 는 1.5ℓ생수병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두통약, 목을 보호하는 호올스 약을 들고 작업대로 향하는 조합원의 상황을 알고나 있는가! 아우슈비츠 가스실로 향해 걸어갔던 유태인들처럼 작업 대로 향하는 마음에서 친절은 결코 우러날 수 없다. ○ 셋째, 본사 모니터 결과를 갖고 기관별 서비스 등수를 매기는 것을 즉각 폐 지해야 한다. 모니터는 결코 일 개인, 또 한 기관에 대한 평가로 머무를 수 없 다. 고객은 한 국통신 전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하고, 더 많은 회선을 연결해 달라는 등 접점요원이 해결할 수 없는 것까지도 제기 한다. 결국 지금 경영진과 관리자는 앞장서 책임져야 하는 것을 조합원 개개인과 각 국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 넷째, 모니터 제도, 잘못된 고객만족센터 운영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오히려 한국통신을 이용하면서 불편을 느낀 고객들을 대상으로 리콜제의 신고센 터를 운영하는 것은 어떤가! 현장과 고객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답해 줄 수 있는 조합원들로 전화 민원 고객을 직접 상담하고 해결하도록 하면서, 몇 마디 질문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 질적인 개선을 통해 한국통신의 친절을 고객에 게 직접 느끼게끔 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겠는가! 우리는 다시 한 번 묻는다. 고객만족센터, 모니터 등 2중, 3중의 감시는 과연 직원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 한 것인가, 아니면 고객만족을 위한 것인가 ? 1998. 3. 11 서울번호안내국 지부장 신 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