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질의서]
노동부의 무책임한 사무처리를 통탄한다.
최근 노동부는 회사측의 질의에 대하여 우리조합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지부와 우암터미널지부를 '복수노조'로 간주하는 회시를 하였다.
질의회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는 행정해석에 불과함은 자명하다. 그러나 노동부의 무책임한 회시가 현장 노사관계를 얼마나 악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재능교육 교사노조의 경우 이미 전례가 있었음에도 학습지 교사가 노조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회시를 하였다가 몇 개월에 걸친 노사분규의 불씨를 제공하였고, 평택항운노조의 경우 복수노조라 하였다가 결국은 이를 스스로 번복하였으며, 대한항공 운항승무원 노조의 경우 조종사를 사용자로 보아야 한다는 어이없는 회시를 하였다가 결국은 이를 철회하였다.
아무리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질의회시라 하더라도 이처럼 스스로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노사관계를 안정시켜야할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오히려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하여 왔던 것이다.
부산 항만의 경우도 '기업별 노조를 새롭게 설립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 조항을 무리하게 초기업단위노조인 항운노조와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에 적용함으로서 극단적인 노사 및 노노 충돌을 조장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사전에 노동부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항만노사관계의 특성을 고려하여 신중한 회시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단 한차례의 현장 실태조사도 없이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한 회시를 함으로써 현장노동자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
우리 조합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 지부와 우암터미널 지부는 이미 각각 과반수와 2/3 이상이 가입하였고 일상적인 집회와 대의원 선출 등 명실상부한 노동조합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달이 지난 이제서야 무책임하게도 회사측에 우리 조직이 불법인것처럼 회시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노사 및 노노갈등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우리는 노동부에 묻는다.
법조문과 판례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당신들의 행정해석만이 노사관계의 시금석이어야 하는가?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당신들의 임무인가 아니면 노사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당신들의 업무인가?
단 한번이라도 현장에 와서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는가?
새해벽두 부산항만은 당신들의 무책임한 업무처리로 인하여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당신들의 질의회시에 대하여 전국컨테이너 물량의 40%를 담당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당장이라도 파업투쟁으로 답하자고 한다. 그러나 무지한 사용자들은 당신들의 질의회시를 '노동부장관의 도장이 찍힌 공문서'이므로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의 활동은 불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존 항운노조 조합원들이 속속 민주노총에 가입하고 있는데도 단 한명이라도 항운노조 조합원이 남아있으면 '유일합법단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선언한다.
당신들의 무사안일한 사무처리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부두총파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 전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어 노동부장관 퇴진을 위한 총파업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
재능교육교사노조, 대한항공운항승무원노조, 평택항운노조의 경우에서 위신을 떨어뜨린 당신들은 이제 민주노조 건설에 나선 부산 항만노동자들을 불법,불온시함으로써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당신들에게 있음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2000년 1월 6일
민주노총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